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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와 디자인을 통하여 사회에 새롭게 던지는 오래된 메시지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 2015년 09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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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는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의 중심지다. 화려한 불빛 사이로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종로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 경복궁을 왼편에 끼고 올라가다 보면 낯선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우뚝 솟아있던 건물의 높이가 낮아지고, 촘촘히 들어선 공간도 한결 넉넉해진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려지고 시간의 속도 또한 느려지는 이 곳은 바로 ‘가회동’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전통과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가회동에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등장해 새로운 몰입과 영감의 공간을 열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의 핵심은 11,000권이 넘는 장서의 큐레이팅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 현대카드는 1년 여의 기간 동안 디자인 서적이 비치된 국내 모든 도서관은 물론, 일본과 태국을 비롯한 독일,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과 미국 내 주요 도서관의 소장도서 선정 절차를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디자인 박물관과 협회 및 관련 학제 기관의 분류표까지 일일이 확인함으로써 비로소 도서 선정에 필요한 기준을 확립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채워진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전체 장서의 70%가 국내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서적이라고.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는 희귀 장서의 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 말로 점차 디지털화 되어가는 현대사회에서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해야할 역할이라고 현대카드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총 14개의 북 카테고리에서 방문객들은 디자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읽을 수 있다. 디자인라이브러리에는 상대적으로 서적의 수가 많은 건축과 산업, 비주얼 디자인 서적은 물론, 기업의 관점에서 브랜드 디자인에 접근한 서적도 비중 있게 구비했다. 또, 국내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디자인 비평과 오가닉 디자인 등의 카테고리를 통해 시각적인 영감뿐 아니라 디자이너의 사고와 의식에도 영감을 전해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리고 동시대 가장 창의적인 매거진과 정기간행물들을 카테고리화 한 ‘정기간행물’ 섹션도 눈길을 끈다. 이 섹션에서는 국내 최초로 <LIFE> 매거진과 7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인테리어 전문지 <domus>의 전 컬렉션을 만날 수 있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이밖에도 소량 인쇄 되었거나 절판된 책,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2,700여 권의 책들은 ‘희귀본 컬렉션’을 통해 소개된다. 현대카드는 제본 방식이 특이하거나, 디자인적 가치가 충분한 아트북들을 희귀본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와 같은 북 카테고리는 디자인 라이브러리 내 장서의 위치 선정에도 영향을 끼쳤다. 구조적 특성이 강조된 2층 ‘지속의 집’에는 건축과 산업 디자인 분야의 서적을, 대형 테이블이 놓인 서가에는 시각 디자인과 사진집을 배치해 각 서적이 지닌 개성과 공간이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도록 배려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연과 같은 아날로그 환경이 주는 영감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속도와 효율성을 내세우는 디지털 패러다임은 우리의 삶을 빠르게 점령하며,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책’과 ‘디자인’을 통해 우리 사회에 새롭게 오래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나마 잠시 스마트폰을 끄고, 온라인 세계에서 로그아웃 해보면 어떨까. 느리게 흘러가는 가회동의 시간 속에서.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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