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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의 위상 전업작가 중심으로 재편돼야

김일해 서양화가 | 2013년 09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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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한국 화단의 아이콘이었던 김일해. 외모에서 다소 강한 이미지가 느껴지는 작가는 8월의 땡볕을 마다하지 않고 잘 꾸며진 정원에서 태양과 마주하고 있었다.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畵法)으로 구상 회화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김일해. 그는 늘 한국 미술계의 미래와 방향성을 제시해왔다. 강렬한 보색대비와 구상미술이지만 추상적인 공간을 비워둠으로써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해 온 작품세계만큼이나 김일해의 목소리는 뚜렷하다. 전업 작가로서의 화력(畵歷)만 30여년. 일생에 한 번도 어렵다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3회 연속(1983. ’84. ’85년)특선을 수상했던 김일해. 그 명징한 삶의 궤적만큼이나 그가 들려주는 한국 미술의 향방은 명확하다.
 
Q1. 한국미협 이사장 선거 이후 공식적인 인터뷰는 처음인 듯하다. 미술계에 깊은 애정을 기울이셨던 만큼 화단(畵壇)을 보시는 관점이 다를 텐데?
연극이나 영화, 뮤지컬, 체육, 음악 등은 협연 체제라 대중들로부터 관심받기도 좋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받기도 용이한 편입니다. 그러나 미술인들은 각자 독립적으로 작업하고 있어 서 정책적 관심과 정부의 지원에서 소외되어온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재능 있는 젊은 화가들이 기량을 펼칠 기회가 없다는 것이 마음 아픈 일이지요. 작가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좋은 작가를 선정해 우리 미술계의 국가 대표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합니다.
2008년 김일해는 <한중현대미술전>을 총괄하면서 5년째 우리 미술을 중국에 알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좋은 작품과 작가를 교류하는 작업이다. 김일해는 K-Pop이 세계적인 한류 코드를 형성할 때 미술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한다. 유능한 우리 작가를 해외로 내보내 인정받게 하자는 고민, 그것이 김일해로 하여금 K-Art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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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K-Art에 대한 지론을 펼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 계획인지?

세계적으로 미술이 가장 활발한 도시인 뉴욕 과 파리 그리고 현재 급부상 하고 있는 북경에 우리 정부가 주최하고 기업이 메세나 형식으로 후원하는 갤러리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200 여평 되는 공간에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엄선해 전시하면서 각국의 콜렉터들에게 선보이는 방식입니다. 해외 콜렉터들이 우리나라 작품을 다 볼 수 없으니 작품이 나가는 것이지요. 선정된 작가는  국가에 그림을 내고 국가는 그것을 소장하고 있다가 데이터베이스 형식으로 보존하는 시스템입니다. 한국 작가가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다면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시너지를 가져올 게 분명합니다. 미술작가를 적극 지원하는 중국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창조경제를 표방하는 현 정부도 국가적인 미술 지원책을 펼칠 필요가 있습니다.
 
Q3. 폐지론까지 제기됐던 미술대전의 병폐는 개선될 수 없겠는지. 미술계의 구조개선에 대해?
가능합니다. 미술대전의 1차 예선을 지역에서 뽑는 거지요. 지역심사를 거친 작품을 입선작으로 선정한 다음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예술의 전당과 같은 넓은 공간에 작품을 걸고 그 때부터 특선작을 뽑는 것이지요. 시민과 언론, 평론가들에게 한 달 정도 공개하고 특선 이상 작품은 생중계로 심사하는 방식을 채택, 선정기준을 정확히 설명하고 공정하게 선정하는 방식입니다. 수상작은 해외 갤러리를 선정해 전람회를 가질 수 있는 기회와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줘야지요. 그리고, 미술 경매에도 생중계 방식을 채택해 진행한다면 투명한 유통 구조가 되고 어려운 작가들의 작업기반도 마련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한국미술은 세계미술시장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며 미술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또한 높아질 것입니다.
김일해는 문화 소외지역에서 원화(原畵) 한 작품 도 못 보고 자라는 청소년을 위해 ‘움직이는 갤러리’를 구상 중이다. 특수 차량에 갤러리를 마련하고 청소년들을 모아서 지역 작가들이 감상과 작품 활동을 진행하는 일이다.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줌과 동시에 지역 작가들에게는 또 다른 일자리를 주게 될 프로젝트다. 그리고 평론가와 협업해 미래의 한국미술을 이끌 대표 작가 30여명을 골라 작품전을 개최해주는 일도 진행하고 있다. 9월11일 인사동 서울미술관에서 오픈하는 ‘한국미술-리필전’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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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 후진을 양성하면서 30년간 40여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신 것으로 안다. 그간의 작품 활동을 말씀해주신다면?

변화죠, 구상화가로서 지속적인 변화를 이루려고 했지요. 구상작가가 한 소재에만 매여 평생 가는 건 좋지 않다고 봐요.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면 (변화가) 나와야죠. 사물을 보고 가슴에서 느끼는 게 표현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재가 다양해야 합니다. 한쪽으로만 가서는 안 되지요. 후배나 제자에게도 그렇게 교육을 시키고 특정한 소재에 집착하지 말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절기에 맞는 꽃을 정리한 후 탄생화 365점, 상징화 12점을 모아 꽃 그림만을 377점을 모아 성곡미술관에서 전시했던 적이 있어요. ‘꽃의 화가’가 따라다니더군요. 그걸 버리고 누드를 그렸죠. 다시 ‘누드화가’로 규정되면 그걸 또 버렸어요. 얽매이기 싫었던 거죠.
 
Q7. 김일해 작가의 작품세계가 앞으로는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같은 그림이라도 개성이 있어야 합니다. 너무 손끝에만 의존한다는 게 문제죠. 왜 그 사물이 거기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고 그리니 전부 비슷해지고 개성이 없어요. 끊임없이 개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색이 아닌 화면에 맞는 역할, 나무 한 그루라도 다음 나무와의 거리, 굵기, 점. 원근감. 길이 없으면 길도 내 주면서 말이죠. 있는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손과 마음이 따라가야 합니다. 2013년에 살고 있다면 2013년에 맞는 풍경화가 있고 인물화가 있는 법이지요. 가까운 미래에는 200호, 300호 이상의 대작만으로 개인전을 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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