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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알파걸’, 교수계 성평등 위해 뛰다 선진 교수법 연구로 수포자 문제 해소

고상숙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장 / 전국여교수연합회장 | 2016년 09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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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포자’라는 자조적 신조어는 대한민국 수학교육이 한계점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현재의 수학교육에서 학생들은 기초를 충실히 닦는 것 보다는 정해진 진도를 정해진 기간 안에 ‘떼는’ 것을 지상명령으로 강요받는다. 기초란 초등학교 때부터 쌓이는 것이라 한번 밀리면 따라 잡기 어렵고, 한번 밀린 학생은 절대로 학교수학교육에서는 배울 기회가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대량의 ‘수포자’들이 양산된 것이다. 고상숙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장은 수학교사로 재직하던 당시부터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더 쉽게 수학의 원리를 가르칠 수 있을지 고뇌해온 인물이다. 또 수학교육 전문가로서 단국대에 교수로 부임한 이후 받아온 각종 차별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개선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그는, 이러한 차별적 풍토를 후배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수학교육의 밝은 미래와 대학 내 여교수들의 입지와 권리 향상을 목표로 폭넓은 개혁행보를 펼치고 있는 고상숙 원장을 찾아 인터뷰했다.
고상숙 원장은 인터뷰 시작부터 ‘수포자’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솔직히 고백했다. 그는 현재 ‘자연의 언어’라고 불리며 과학, 기술의 발전은 물론이요 이성과 합리적 사고의 근간을 이루는 수학의 학습을 포기해버리는 ‘수포자’들을 줄이기 위해 현 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보완점을 모색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고 한다.
“‘수포자’라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수학 교육자로서 부끄러운 일이죠. 일단 제가 직무에 주어지는 기대치를 잘 달성하지 못해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했다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개인적 부끄러움은 저의 것으로 남겨두고,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수학 교육의 선진화를 달성하는 것을 교육자로서 최우선 과제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차세대 인재들에게 어찌하면 더 쉽게 수학의 원리를 교육할 수 있을지 다양하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수학은 철학적 사유에 근거해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교량이다. 수학적 사고는 합리성과 직결되기에 수학교육은 국가의 근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금년에 네 개의 논문을 발표했고, 그 중 두 개의 논문이 뇌관련 연구로서 학계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수학적 지식을 받아들일 때 학생들의 뇌가 어떻게 활동하는지 스캔하고, 이에 대한 해석을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수학의 함수 문제를 풀 때, 뇌파가 활성화 혹은 과부화가 어떤 양상을 띠는지 영상학적으로 측정하고, 심리학에나 임상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상담해 이 둘의 정포를 통합해 분석하는 것이 본 논문의 골자입니다. 그리고 이런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수학 교수법 개선에 보다 집중된 연구 논문을 발표했지요. 이번 연구를 통해 수학을 두려워하는 연령별 학생들의 심리상태 및 지식 수용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려운 수학 개념을 쉽게 가르치는 방법론을 연구한 것입니다.” 
그간 여러 학자들이 수학적 능력의 발달 정도를 규명한 연구는 많았으나, 모두 단편적인 정보를 제공할 뿐이었다고 한다. 고상숙 원장이 이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실질적으로 수학 교수법에 적용하는 시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논문들이 의미가 깊은 것이다. 
“저의 아이디어를 적극 지원한 한국연구재단과 단국대 대학원생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이번 논문이 완성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초․중․고등학생들의 뇌와 인지 발달과정에 맞춘 최적의 수학교수법이 만들어지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간 중간 그는 말버릇처럼 ‘앙트레프레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수의 뛰어난 인재의 기업가정신이 국가의 경제를 일으키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기에, 이러한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의 중요성이 새삼 중요하게 다가온다는게 고상숙 원장의 속내다. 
“외국에서 공부하다 모국에 돌아온 학생들이 대한민국 공교육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안학교나 검정고시를 선택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이제 교육도 4차산업으로 인식하고 국가 성장동력이자 수출 산업으로 발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때입니다. 더 이상 우수한 인재를 해외에 수출하는 국가가 아닌, 우수한 인재를 받아들이고 우수한 교육 시스템을 수출하는 국가로 발돋움해야하는 때인 것입니다.”
정답이 없는 사교육 정책…균형 잡고 미래 향해 나아가야
이어 그는 사범대 교수들에게 현장 경험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젊은 시절 수학 교사로서 커리어를 쌓고 우연히 세계적 수준의 수학교육학과를 보유한 명문 미국 조지아대학(Uni. of Georgia)에서 석,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느낀 점이라고.
“미국은 대단히 합리적인 국가입니다. 특정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하는데 있어서 현장경험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죠. 피부로 경험한 지혜가 없는 지식은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교육학 박사 과정의 경우에도 중등교육과정 교사들이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거기에 문화적인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 중에는 세부적으로 현장교사 또는 예비교사를 지칭하는 영어단어가 In-service 또는 Pre-service teacher라는 것입니다. 교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 또는 서비스를 준비하는 자인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유교적인 관점에 익숙했던 저는 교사로서 뒤돌아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어 그는 급변하는 교육 정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학술분야에서의 현장경험 미숙도 큰 문제이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급격하게 선회하는 교육정책 문제의 근본에는 교육부가 가장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대학에서 연구하는 발전적인 교육 시스템들이나 현장의 목소리, 학부모와 학생들의 목소리를 두루 참고하는 듯하지만, 막상 내놓는 정책들은 오히려 풍선효과를 초래하고 있으니, 이 모든게 현장 경험이 없는 관료들이 정책을 내놓기 때문일 것입니다.”
고상숙 원장은 교사 출신으로서 이러한 ‘정책과 현장 사이의 간극’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한다.
교육 선도모델 구축해 대학원 발전 동력 확보할 것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은 1980년도에 문을 연 이후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교육대학원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현재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은 12개 전공을 개설하고 있습니다. 상담심리전공과 영재교육전공 등을 비롯한 교육학 계열전공과 국어교육, 영어교육, 수학교육 등을 비롯한 교과전공, 미술교육, 음악교육 및 체육교육을 포함하는 예체능 계열전공 등 다양한 전공이 개설돼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동문의 수가 5700여명으로 교육계에서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의 위상은 대단히 높다고 볼 수 있지요.”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은 교원의 재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2007년 서울 한남동에서 사범대학이 없는 경기도로 이전한 이후 교육대학원의 교육학과로서 다양한 전공교과 교육 이론, 그리고 교육의 실제를 연구하여 교육계의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교사로서의 사명감과 전공교과 지식을 키우고, 변화하는 시대 조류에 적응하기 위한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이렇게 손에 꼽히는 교육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는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최근 들어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현 정부가 주도하는 대학원평가체제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이를 계기로 더욱 뛰어난 교육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한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평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교수들을 23명으로 확충했으며 전공도 13개에서 12개로 정리했습니다. 무엇보다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은 한국 교육대학원 역사의 시작을 함께한 전통 있는 교육기관으로서 갖춘 저력을 이번 기회에 증명해보이려 합니다. 교육대학원의 운영에 관련된 사안들은 되도록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으며, 교직원들과 합심해 2018년에 예정된 평가에서 더 우수한 결과를 얻어 미래 교육전문대학원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양성평등 위한 지속적인 노력
고상숙 원장은 처음 단국대에 부임하던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에 과학교육과에서 은퇴를 앞두신 교수님을 제외하고 학교 안에 여교수는 저뿐이었어요. 남성위주의 시스템 속에서 저의 목소리를 낸다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죠. 전국여교수연합회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90년대 후반에 제가 입회할 당시에 여대나 간호대학 등 여성이 강세인 대학이나 학과 교수들을 제외하고 다른 전공학과 여교수들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요. 연합회에서는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자 꾸준히 노력해왔고, 2004년에 여교수 채용목표제의 법제화 추진해서 관철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비록 권고적 효력을 가지고 있지만, 인센티브가 부여되는 것이라서 이를 계기로 여성들의 교수계 진출이 매우 활발해졌어요.”
이어 고상숙 원장은 “아직도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이 남성위주의 시스템 속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라며 ‘유리천장’을 혁파하기 위해 연합회와 함께 지속적으로 싸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한 여성의 사회적 활동은 자녀양육과 맞물러있어서 우리 여교수들이 아이들을 양육해야 하는 시기에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둥둥구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나라가 육아와 보육을 책임지지 않으면 우리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이 기간만큼은 직장여성들에게 배려와 지원의 분위기를 사회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 언제까지 세계 최하위 출산율을 유지하려는가! 라며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들이기에 여전히 낙후한 사회적 환경에 대한 질타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남녀 고등교육, 임금, 고위직 비율, 육아휴직 등 10개 지표를 종합한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를 발표했는데, 한국은 OECD 29개국 평균 56.0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5.0점에 그치며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남녀 성별 임금 격차는 36.7%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컸고,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도 2.1%로 OECD 평균인 18.5%에 크게 부족했다. 이 밖에도 한국은 거의 모든 지표에서 하위권을 기록하며 터키(28위), 일본(27위) 등과 함께 여성의 사회 진출을 보이지 않게 가로막는 유리천장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는 교육대학원 역사에서 최초의 여성 원장입니다. 그만큼 지금까지 남성 위주로 대학교육이 유지돼왔다는 것이겠죠. 교육대학원장이자 전국여교수연합회장으로서 앞으로 여성 고급인력들이 양성되고, 사회에서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저변확보에 나설 것입니다. 아이슬란드나 노르웨이 수준의 양성평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산업혁명이후 여성인력을 무시한 나라는 선진국이 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말미, 고상숙 원장은 여자도 일할 시대가 올 것이라며 평등한 교육여건을 마련해 주셨던 아버지와 항상 응원하고 지지해준 남편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아버지께서 교육 방향을 잘 잡아주셨어요. 공부에 있어서만큼은 남녀 구분이 없다고 강조하셨죠.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부터 공부가 재미있었어요. 또 저에게 조지아 대학을 소개해주고 지원해준 남편에게도 감사해요. 곁에서 저에게 힘을 주시는 여러분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겠죠”라며 감사와 겸손의 말을 더했다. 앞으로 고상숙 원장은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대한민국 교육에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함으로써 교육 명문으로서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고된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교육자를 꿈꿔왔고, 이제는 교육자를 교육하는 리더로 인정받고 있는 고상숙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장. 그의 앞길에 큰 성취와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대한다.
이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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