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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감정을 나누는 친구 그림으로 보는 반려(伴侶)의 의미

<畵畵-반려·교감>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 2017년 06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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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예술 작품 속에서 동물과 식물을 통해 치유와 교감을 추구하는 사회적 현상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기획 전시가 열린다. 오는 5월 16일부터 7월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畵畵-반려·교감> 전시가 개최된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은 동시대 미술을 일반관객에게 좀 더 친숙하게 알리는 일에 주목하였고, 그 일환으로 ‘화화-반려·교감’이라는 제목으로 반려동물과 반려식물을 주제로 전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작가들은 오랫동안 작품의 주제로 삼았던 동물과 꽃, 풀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냈다. 미술사에서 동물과 식물이 등장하는 예는 고고미술에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주제가 주술적 의미, 기원의 의미, 상징의 의미가 아닌 인간과 함께하는 ‘반려’의 의미로 해석되며 등장하는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작가들이 생각하는 반려동물과 반려식물에 대한 이미지는 최근 대중의 관심도가 높은 주제이기도 하다. 2016년 7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반려동물은 인간과 감정을 나누는 친구이자 가족 같은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畵畵 반려·교감>은 물질적 피로도와 함께 정신적 피로도가 높은 삶 속에서 ‘반려’, ‘교감’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게 한다.
권두영 작가는 대학에서 건축디자인을 전공하고 컴퓨터 그래픽스, 인공지능을 연구했으며, 디지털 공간을 기반으로 다양한 예술적 정보를 구축하고 뉴미디어 전시 플랫폼을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추구한다. ‘HMD를 착용한 루’ 작품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 번도 양몰이를 경험해보지 못한 양몰이 개 ‘보더 콜리’에게 HMD를 통해 가상현실을 체험하게 한다. 체험을 통하여 혼자 남겨진 시간의 답답함과 무료함에서 벗어나 양몰이를 통한 본능적 재미에 몰입하게 된다. 이 작품을 통하여 반려견의 일상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갖게 하며,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아트를 만나 볼 수 있다. 또 이동기 작가는 진돗개를 모티브로 한 신작 ‘도기독’을 출품하고, ‘냐옹이’라는 길고양이 그림책을 출판할 정도로 고양이 사랑이 유명한 노석미 작가의 고양이가 등장하는 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 반려견을 화면에 크게 부각시킴으로써 작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존재로 위안과 위로를 주는지 표현한 정우재 작가의 작품 그리고 매일 산책길에서 만나는 서로 다른 모양의 나뭇잎 그림으로 일상을 기록한 허윤희 작가의 ‘나뭇잎 일기’ 등 총 40여명의 작가의 작품 100여점이 <畵畵 반려·교감>을 통해 전시될 예정이다.
동양화에서 많이 인용되는 한비자(韓非子)의 외저설에 따르면 “견마가 가장 그리기 어렵고, 귀신은 그리기 쉽다. 이는 견마는 사람이 알고 있어 닮게 그리기 어렵기 때문이며, 귀신은 일정한 모습이 없고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동양화에서 산수나 인물화에 대한 관심에 비해 영모화의 관심도 덜하였지만 개나 말과 같은 동물그림의 표현이 그만큼 어려웠고 감상보다는 생존, 주술적 의미와 상징성이 강했다. 이집트에서 사람들은 고양이는 모성애와 다산의 상징이었고 개는 죽음으로 가는 인간을 인도했다고 믿었다. 이렇듯 전통회화에서 오랫동안 다루어 왔던 영모화(翎毛畵)의 영모(翎毛)는 본래 새의 깃털을 의미하던 것이었는데 후에 동물의 털로 풀이하여 동물을 그린 그림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동물의 형상이 이미지로 남아있는 선사시대 동굴벽화, 삼국시대 유물에 남아있는 동물형상은 순수한 감상상이라기 보다는 주술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선 중기 종실화가이면서 개와 고양이의 모습을 따뜻하게 표현한 화가 이암, 고양이를 많이 그려 변 고양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조선 후기 변상벽, 흑구도(黑狗圖)를 남긴 김두량 등의 그림에서 개나 고양이가 기복이나 주술의 의미가 아닌 생활 속에서 사람과 함께 키워진 반려동물의 흔적을 느껴 볼 수 있다. 서양미술에서도 19세기 근대화가 이루어지는 시기 이후 그림 속에 사람과 교감하는 동물들이 등장한다. 이처럼 ‘영모화’에서 시작한 전시의 키워드는 반려동물, 식물, 애장품, 소장품 등으로 확장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다. 즉, 사람과 교감하는 그 무엇이고, 그 교감은 또 다른 공감과 교감의 시간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점이다.
얼마 전 기사에 따르면 최근 유력정치인들이 어린아이 대신 개, 고양이를 안고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어린아이나 노인과 찍은 사진은 인위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개나 고양이와 교감하는 사진은 그 사람의 마음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좀 더 진솔하게 다가온다는 이유에서였다.  미술이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이번 전시의 주제인 ‘반려’를 통해서 공감과 교감에 대해 깊이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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