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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묵 퍼포먼스의 대가 ‘율산 리홍재’ 서예 인생 60년을 돌아보다

율산 리홍재 | 2019년 0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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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으로 글씨를 쓴다. 이는 우리의 오랜 관념이다. 즉, 붓은 글씨를 쓰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율산 리홍재 선생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율산 리홍재 선생은 붓으로 글씨를 쓰는 게 아니라, 붓으로 글씨를 치는 개념을 전격 도입했다. 붓으로 글씨를 치는 이른바 ‘타묵 퍼포먼스’로 리홍재 선생은 한국서단의 스타가 되었다. 한국서단에서 무려 1m를 상회하는 큰 붓으로 글씨를 쳐 작품을 만들어가는 작가는 리홍재 선생이 전무후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타묵 퍼포먼스로 한국서단의 거장으로 우뚝 선 서예가 율산 리홍재 선생의 지난 60년을 회고하는 전시회가 지난달에 성황리에 열렸다. 그의 서예 인생 60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개인전 ‘명품전-율산 리홍재 60년’을 본지에서 취재했다.

율산 리홍재 선생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작가’로 통한다. 타묵이라는 파격적인 예술행위로 서예를 넘어 예술의 새로운 형식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작품 활동 초창기에는 욕도 무진 먹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데, 리홍재 선생의 퍼포먼스는 새로운 것의 정도를 넘어섰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심지어 전통을 무시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지 못하면 그것은 곧 죽은 예술’이라는 철학으로 갇혀 있던 서예 세계를 과감하게 깨뜨렸다. 신념을 갖고 타묵 퍼포먼스를 지속적으로 추구한 결과 대중과 평단을 모두 만족시키는 서예가로 인정을 받고 있으며, 그의 예술은 ‘율산 스타일’로 불리고 있다.
이에 월드컵축구대회, 안동 국제춤페스티벌, 대구 동성로축제 등 크고 작은 축제에 초청되어 수많은 박수갈채를 이끌어냈으며, 총 14회의 개인전을 펼친 대한민국 대표 중견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율산 리홍재 선생은 한국미술협회 초대작가와 심사위원을 역임한 것은 물론 대구서예대전 심사위원, 매일서예대전 초대작가회 회장, 국제서예가협회 이사 등을 지내며 일생을 서예와 함께해오고 있다. 연초에는 2019 대구경북서예상을 수상하며 그간의 공헌을 인정받았다.

‘명품전-율산 리홍재 60년’ 성황리에 개최
‘명품전-율산 리홍재 60년’ 전시는 그의 회갑기념전이기도 하다. 리홍재 선생은 1957년생이다. 원래 회갑기념전을 지난해 개최하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미뤄졌다. 이번 전시는 1년여 더욱 숙성된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그의 회갑을 기념하는 전시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더했다.
“하늘이 저에게 천명으로 글 쓰는 공간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운을 저에게 준 것 같아 너무 기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는 제가 마음껏 해보고 싶은 예술세계가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붓 한 자루에 모든 것을 걸고 외길인생을 살아온 제 서예 인생 60년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평화, 행복, 건강, 화목 등을 많은 분들이 제 작품을 통해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2019년 1월 8일부터 13일까지 봉산문화회관과 도심명산장에서 함께 열린 이번 전시는 지난 2008년 서울 인사동 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된 그의 개인전 이후 역대 가장 큰 규모다.
‘명품전-율산 리홍재 60년’ 전시에서는 리홍재 선생의 역작 100여점이 전시됐다. 그의 인생이 담긴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단연 시선을 먼저 사로잡은 것은 ‘만자행’이라는 연작이었다. 그가 새롭게 선보인 이 작품은 만개의 글자를 써넣는다고 해서 ‘만자행’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그 무엇보다도 서예에서 자유분방함을 추구한 그의 철학과 예술세계를 느낄 수 있었다는 반응이다. 리홍재 선생은 ‘명품전-율산 리홍재 60년’ 전시에서 이러한 만자행 시리즈를 대거 선보였다. 붓으로 그릴 수 있는 가장 작은 글씨로 작품을 탄생시킨 그의 수고스러움과 장인정신에 기자 역시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이처럼 경이로움의 경지에 다다른 만자행 시리즈 외에도 작가의 신념과 인생이 녹아든 다수의 작품은 많은 감상자들에게 삶의 새로운 영감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평생을 나 자신과 싸운다 
율산 리홍재 선생이 서예에 평생의 열정을 쏟아 붓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이 근원적인 질문이 기자의 머리에 가득할 때 즈음 리홍재 선생은 명쾌한 대답을 꺼내들었다. 그의 대답은 ‘나를 찾기 위해 서예를 한다’는 것이었다.
“저는 그저 나 자신을 찾기 위해 평생에 걸쳐 서예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선보인 만자행 시리즈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예에 집중하다보면 보이지 않던 제가 비로소 보이게 됩니다. 작품을 만들 때의 수고스러움 역시 나를 찾아내는 순간 일순 사라집니다. 수고스러움이 보람과 환희로 바뀝니다.저는 태생적으로 남들과 하는 싸움은 꺼립니다. 아직까지도 남들과 하는 싸움은 별 의미를 두지 못합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저는 나 자신과 싸워가며 저를 발전시켜나갈 것입니다.”
율산 리홍재 선생은 그야말로 서예에 미친 사람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태어나서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 30시간씩 글을 썼을 정도다. 24시간을 뛰어넘는 30시간의 수고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서예가로 발돋움한 율산 리홍재 선생.
‘명품전-율산 리홍재 60년’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그가 어떤 퍼포먼스와 작품으로 다시금 우리의 곁에 돌아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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