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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구상미술의 대가 전심전력 그림을 그리다

최예태 화백 | 2019년 03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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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은 포기가 빠른 시대다. 우직하고 끈기 있게 목표한 바를 달성하는 이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상당수는 조그마한 장벽만 눈앞에 보여도 쉽게 포기를 한다. 괜한 시간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요즘에는 한 분야에 10년 정도만 몸을 담아도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아준다. 그렇다면 한 분야에 60년이라는 세월을 바친 이에게는 어떤 찬사를 보내야할까. 60년이라는 시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아득해 할 말을 잃게 만들 정도다. 지난해 12월 26일부터 1월 7일까지 인사동 아트플라자갤러리에서 ‘울림 최예태 회화 60년 기념 선집-그 예술의 발자취’ 출판기념 초대전이 성황리에 열렸다. 이를 기념하여 본지는 신(新)구상미술의 대가 울림 최예태 화백의 작품세계를 조명했다.

거장 최예태 화백은 개성주의와 예술성을 두루 지닌 한국 화단의 원로이자 한국 신구상 회화의 선구자다. 최 화백은 기존 것에 대한 파괴를 전제로 끊임없이 새로움을 시도하는 작품세계를 펼치며 현대 신구상 회화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그의 작품 활동의 시작은 어언 60여 년 전으로 돌아간다. 1958년, 고3이었던 그는 군산 비둘기다방에서 수채화 25점으로 자신의 첫 개인전을 여는 등 범상치 않은 행보를 걸었고, 홍익대학교 미술학부 서양화과에 입학하여 독자적인 그의 화법을 만들어나갔다. 이후 퀘백 유니버시티에서 조형미술을 전공한 최 화백은 강렬한 원색을 과감하게 활용하여 자신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거나 자연, 인물 등 그림 소재를 독특한 이미지로 구현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하여 그는 한국예술상을 비롯해 장리석 미술상,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등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또한 그의 예술혼이 가득 담긴 작품들은 한국석탄공사 및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성신여자대학교 내 ‘최예태 미술관’이 있다. 현재 그는 한국미술협회 상임고문위원장, 국가 보훈 문화예술협회 상임고문, 한국현대미술가협회(KAMA)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2008년 5월에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최예태 회화 50년 회고전’을 가진바 있다.

회화란 욕구와 발견과 희열이 창작의 세 가지 요소
“예술에 대한 정의의 역사는 오류의 역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술은 쉽게 정의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역설적으로 예술에 대한 견해의 다양성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저는 욕구와 발견과 희열이 창작의 삼요소라는 생각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욕구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파괴를 전제로 하며 그 후에 발견되는 희열이야말로 예술의 호흡이라고 믿습니다. 창작은 작가의 고독한 영혼이 경작한 사유물임과 동시에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공유물입니다. 이러한 역학의 정점에 서서 저는 오늘도 전심전력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최예태 화백의 구상 작품은 무언가 특별하다. ‘실내의 여인’을 보면 영혼의 평화와 몽상을 지닌 지극히 개인적인 은밀함을 여인들의 우아함과 누드화에 옮겨 놨다. 이를 바탕으로 최 화백은 보기 드문 색채와 한국의 연한 초록빛을 발산하는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면과 색의 신구상을 절묘하게 표현해냈다. 이뿐만 아니다.
‘청색 누드’, ‘붉은 산의 판타지’, ‘신록의 찬가’ 등 명작이라 일컬어지는 그의 작품들에는 독창적인 조형미가 화폭에 가득 담겨있다. 여기에 더해 풍부한 감성의 파도가 넘실대는 한편 화려하면서도 중후한 멋을 느낄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최 화백은 욕구와 발견과 희열이라는 창작의 세 가지 요소로 그림이라는 예술을 그려나가며 신구상미술을 구현 중에 있다. 이러한 독자적인 화풍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그만의 예술세계를 확장하며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내 천직은 그림, 계속 그리겠다
최 화백은 독자적인 테크닉을 기반으로 하여 색채화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견고하게 다졌다. 감정이 마르지 않는 숙련된 상상력과 지혜와 감성을 동시에 자유자재로 발휘할 수 있는 그의 깊은 내공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마디로 그는 화가로서 가져야할 모든 자양분을 넘치도록 충분하게 지니고 있다고 봐도 전혀 무리가 아닐 것이다.
“저의 천직은 단연 그림입니다. 그림 외에 다른 건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저는 아직도 작품만 좋은 게 나오면 그 이상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천호가 넘는 대작들을 집에서 몇 개월 동안 작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그림을 그렸는데, 마치 맨 처음 그림을 시작한 사람처럼 행복했습니다.”
여전히 그림을 사랑하기에 그의 작품세계와 작가활동은 현재진행형이다. 지고지순한 작가 정신과 날카로운 실험 정신 속에서 그의 예술은 지금도 진화를 거듭 중에 있다. 이때까지도 무한한 예술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전력 질주를 멈추지 않는 작가가 과연 몇이나 될까. 치열한 운명을 있는 대로 투자하여 색을 찾고 또 집중적으로 화폭에 점 하나 획 하나를 찍고 긋기를 반복하는 최예태 화백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 그림으로 큰 울림을 전하는 천생 작가 최예태 화백의 눈빛이 아직도 소년처럼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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