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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

<에이징 월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 2019년 10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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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의 미술가, 디자이너, 건축가를 초청하여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체제 아래 노년을 이질적인 타자로 간주하는 사회 분위기와 차별적인 시선에 질문을 제기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오는 10월 2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계속되는 <에이징 월드>는 전 지구적으로 직면한 고령화 문제, 특히 한국 사회 안에 깊게 자리 잡은 연령 차별주의와 이를 둘러싼 동시대 이슈를 조명하는 전시다. 
전시의 영문 제목인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내일도 날 사랑해 줄래요?)’는 참여 작가 안네 올로프손(Annee`   Olofsson)의 작품 제목에서 가져온 것으로, 유독 외모와 젊음을 강요하는 현대사회의 시선으로 노화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우리의 불안함과 두려움을 가감 없이 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간의 평균수명과 60세 이상 인구 비율은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한국 사회도 65세 이상 연령대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이 같은 인구 구성 비율과 인생 주기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여전히 노화를 낡음과 쇠약함의 이미지와 연결 지으며, 이를 사회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는 현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이에 근거한 차별과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연령 차별주의(Ageism)’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연령 차별주의는 개인 혹은 집단 간 억압, 소외, 불평등을 증폭시키면서 전 세대에 걸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와 함께 대중매체는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에이징 월드>는 노화를 둘러싼 부정적인 인식을 살펴보고, 연령 차별주의가 개인과 집단에 미치는 영향력과 그 근원을 생각해보기 위해 세 개의 전시 섹션과 퍼블릭 프로그램 존으로 나누어 구성하였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화를 성형, 쇼핑, 강박적 자기 관리 등 외형적으로만 소비하고 접근하는 사회 분위기와 그 원인을 생각해본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개인과 집단이 가진 노화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외, 세대갈등 등의 사회 문제를 살펴본다. 나아가 세 번째 섹션에서는 시점을 가까운 미래로 옮겨 노화를 우리의 이야기로 생각하게 하는 작업과 함께 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안하는 참여 형식의 작업물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미술, 디자인, 건축 분야의 국내외 작가 15명(팀)은 각기 다른 경험, 시선,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젊음이라는 매력 자본을 강요하는 시대에 다양한 차별의 양상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를 시각화한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노화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고 길어진 인생과 삶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섹션 1. 불안한 욕망
젊음을 기준으로 미추(美醜) 관념을 정의하며 노화를 외형적인 관점에서 소비하는 사회 분위기에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특히 자본주의, 소비사회와 결부되어 신체적 나이 듦에 저항하는 인간의 욕망이 개인의 신체와 정신,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노화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을 바탕으로 획일화된 미의식을 좇는 현대인은 각종 강박적인 자기 관리와 소비를 통해 노화를 극복하려 한다. 이 섹션에서는 현대인의 필요와 욕구 사이에서 그 차이와 충돌로 만들어진 각종 이미지를 통해 나이 듦에 대한 표피적 접근을 경계하며 그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다.

섹션 2. 연령 차별주의 신화
나이 듦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회적 관계 안에서 강화되는 양상을 살펴본다. 사회 곳곳에서 나이를 근거로 차별과 소외를 정당화하는 연령 차별주의는 노년기에 들어선 이들을 무가치하게 여기고 소외시키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 섹션에서는 연령 차별주의가 만연한 이 사회 그리고 이를 심화시키는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개인과 집단이 노화에 대해 가지는 서로 다른 인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문제를 살펴본다.

섹션 3. 가까운 미래
앞서 노화를 둘러싼 불안감이 개인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관계 안에서 나타나는 양상을 살펴보았다면, 마지막 섹션에서는 시점을 가까운 미래로 돌려 우리의 나이 듦을 상상해보길 제안한다. 노년의 삶의 양식과 미래 환경을 예측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안과 실천적 작업을 통해 나이 들기 어려운 사회에서 늘어난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미술, 디자인, 건축 분야에 속한 여러 예술가는 지금 여기를 토대로 나이 듦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과 기대 심리에서 나아가 일상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고민과 실험을 선보인다.

퍼블릭 프로그램
전시 기간 동안 노화를 타인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바라보고 각자가 생각하는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전시와 연계한 퍼블릭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으로서 ‘웰 엔딩’과 소유를 최소화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주제로 하는 관객 참여 프로젝트 〈21g 언박싱〉, ‘이’없이 ‘잇몸’으로 제한된 조건에서의 식사를 경험하고 노화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소셜 다이닝 프로젝트 〈예술가의 런치박스 × 가정식〉, 전시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몸을 이용한 현대무용을 경험하는 〈내 안의 공간들〉을 비롯하여 노화에 대해 세대별로 이야기해보고 각자가 가진 인식과 관점을 시각화하는 <에이징 지형도>, 에듀케이터와 전시를 함께 감상하고 노화와 관련된 언어를 기록하고 주름에 대한 이미지와 가치를 드로잉해보는 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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