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융합은 이 시대의 화두다. 하나로 화합하는 것을 뜻하는 융합은 21세기 들어 더욱 각광받는 개념이자, 개인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성장키워드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미술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해인미술관을 운영 중인 박수복 화백의 행보에 많은 이목이 집중된다. 박수복 화백은 동양화와 서양화를 융합한 작품세계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를 누비며 한국 미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더 나아가 그는 영감을 통한 순간적이고 빠른 스케치로 음악과 함께 감상하는 이른바 ‘퍼해밍 액션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미술을 넘어 세계적인 종합예술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국내 4번째 이베이 작가에 선정된 해인미술관 박수복 화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박수복 화백은 7살부터 지금까지 평생을 그림을 그리며 살아왔다. 그러면서 그가 느낀 것은 그림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저는 다시 태어나도 그림을 그릴 것입니다. 우리 딸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립니다. 이런 걸 일컬어 DNA라고 하는 게 아닐까요? 저 역시 화업의 길을 하늘이 내려준 직업이라 믿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박수복 화백은 20여 년 전에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충남 서산에 내려가 그림을 그렸다. 아이러니하게도 10년의 세월 동안 이곳에서 그림을 그린 게 오늘날의 박수복 화백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서양화가인 박수복 화백이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웠던 이 기간 동안 신문이나 종이에 값싼 먹을 가지고 예술혼을 불태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동양화와 조우한 박 화백은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비로소 넘어설 수 있었고, 여태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작품세계를 펼쳐나가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화제를 모으는 예술가로 거듭났다. 체코 브르노 야나체크 예술대학 예술경영 박사인 그는 2017 유럽 4개국 초청(오스트리아, 체코, 독일, 헝가리) 전시를 비롯한 다수 전시를 열었으며, 행정자치부장관 표창, 대한민국미술대전 양화 부문 수상, 한국을 빛낸 100인 선정, 대한민국 교육공헌 대상, 아시아스타 마케팅 퍼포먼스 미술대상 등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또한 그는 국립 체코 브루노 콘서바리토 겸임 교수를 역임하였고, SBS 대전방송 <화첩기행>을 진행하는 등 폭넓은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모든 것은 결국 하나다 “제 작품의 특성은 어머니와 우주에 관한 그림이 많다는 것입니다. 또한 한 폭의 그림 속에 동양화와 서양화를 같이 그리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이분법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우주학적으로 보면 모든 것은 결국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우주는 광활하고 넓지만 제가 10년간 산속에 살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밤하늘뿐이었습니다. 이를 보면서 느낀 점은 끝없는 밤하늘 속에 떠 있는 별과 우주가 결국 저라는 것이었습니다. 대자연 속에서 저를 보게 됐고 지금과 같은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혹자는 그의 미술 기법을 잭슨 폴락의 작품과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들은 박수복 화백의 작품세계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잭슨 폴락은 물감 흩뿌리기만 했는데, 저는 밑그림을 다 그려놓습니다. 그 위에 움직이는 생동감을 주기 위한 음악과 함께 춤을 추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즉, 단순히 물감을 겹치는 기법이 아니라 이 안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제 모든 열정과 힘을 쏟아부으며 작품을 탄생시키고 있습니다” 아울러 박 화백의 작품 속에는 동양화와 서양화가 사이좋게 공존한다. 결국 우주에서 바라봤을 때는 지구는 그저 작은 돌덩어리에 불과하고, 그 안에 있는 나 자신은 더 작은 돌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이를 우주로 물성을 확대하다 보면 우주와 나 자신은 하나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박수복 화백이 하나 속에 있는 ‘나’를 표현하고자 작업에 그토록 몰두하는 이유다.
에너지를 나눠주는 사람이고 싶다 박수복 화백의 작품을 잘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팔이 전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자신을 헌신합니다. 이러한 어머니를 늙고 병든 존재로만 표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한때는 아가씨였고, 아주 아름다운 여성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머니라는 존재를 누구보다 아름답고 건강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제 그림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온기로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화가이기 전에 제 에너지를 나눠주는 사람입니다. 그 에너지를 바르고 예쁘게 써서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수복 화백은 배움의 끈을 여전히 놓지 않고 있다. 그는 모든 예술가의 꿈의 학교인 뉴욕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 진학하여 동양과 서양이 적절히 접목된 자신의 작품을 더욱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를 5년 안에 현실화하여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미술사에서 한 획을 긋고 싶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작품을 위해 영혼을 다 바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예술가라고 단언하는 해인미술관 박수복 화백. 이를 위해 오늘이 아닌 내일을 살겠다는 박수복 화백의 예술 같은 인생을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