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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사회에 대한 저항의 에너지

<장 미쉘 바스키아•거리, 영웅, 예술>롯데뮤지엄 | 2020년 11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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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뮤지엄은 중첩된 상징과 은유를 통해 시대의 억압에 저항하는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장 미쉘 바스키아•거리, 영웅, 예술> 전을 10월 8일부터 2021년 2월 7일까지 개최한다. 1980년대 초 뉴욕 화단에 혜성처럼 나타난 바스키아는 생을 마감하기까지 8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3,0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바스키아는 자유와 사회에 대한 저항의 에너지로 점철된 다양한 작품을 통해 20세기 시각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어린아이와 같은 자유분방한 화법을 구현하는 동시에, 이질적이고 거친 이미지가 혼재된 독특한 작품으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바스키아의 주요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장 미쉘 바스키아는 1960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아이티공화국 출신의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어가 모국어였던 아버지와 스페인어를 쓰는 어머니 밑에서 성장한 바스키아는 영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었고, 이것은 그의 작품 속에 다양한 언어를 표현하는 초석이 된다. 그의 어머니는 어린 바스키아를 데리고 뉴욕의 주요 미술관을 함께 다녔다. 이를 통해 바스키아는 다빈치부터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명화를 감상하며 미술사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해부학적인 인체 모습과 내장 기관들, 강조된 팔과 다리의 형태는 7세 때 당했던 사고와 연관된다. 바스키아는 1968년 큰 교통사고로 팔이 부러지고 내장을 심하게 다쳐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비장을 떼어내는 큰 수술로 장기간 병원에 머물렀던 바스키아는 어머니가 선물한 해부학 입문서 『그레이의 해부학』을 통해 해부학적 형상에 관심을 두게 된다. 이후 바스키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해부학 드로잉을 보면서 사고를 발전시켰고 이러한 지식은 그의 내면에 자리한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와 연결되면서 뼈와 해골, 신체 기관이 그대로 노출되는 독창적인 도상으로 나타난다.
이번 전시는 ‘거리’, ‘영웅’, ‘예술’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바스키아의 예술 세계 전반을 조망하는 회화, 조각, 드로잉, 세라믹 그리고 사진 작품 등 150여 점을 선보인다. 먼저, 뉴욕 거리에서 시작된 SAMO©(세이모) 시기를 기록한 사진 작품을 중심으로 바스키아의 초창기 예술 세계를 살펴본다. SAMO©는 당시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백인들로 뒤덮인 소호 지역의 갤러리들은 그들의 색다른 행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바스키아는 1978년 말부터 불거진 활동에 대한 입장차로 알 디아즈와 결별했으나, SAMO©라는 글자는 바스키아의 작품에서 그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이어서 창조한 영웅의 다양한 도상과 초상화를 통해서 삶과 죽음, 폭력과 공포, 빛과 어두움이 투영된 시대상과 인간 내면의 원초적 모습을 함께 돌아본다. 마지막으로 제작 방식이자 구성요소인 텍스트와 드로잉, 콜라주와 제록스 기법이 혼합된 작품들을 통해서, 함축적 은유와 상징으로 점철된 이미지들이 생성되는 과정뿐 아니라 앤디 워홀과 함께한 대형 작품을 전시해 서로 다른 두 거장이 교류하며 새롭게 발전시켜 나간 예술 세계를 감상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시작과 동시에 최고의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른 장 미쉘 바스키아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바스키아는 산업화로 인해 변화된 제작 방식과 대중문화의 다양한 이미지를 즉흥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조합하여 시각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보일 듯 말 듯 써 내려간 텍스트와 서로 대립하는 이미지들이 동등한 구조로 배치된 바스키아의 작품은 논리적인 사고의 틀을 전복시켜 기존의 가치를 뒤흔드는 새로운 차원의 문맥을 형성했다.
이번 전시는 만 27세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보는 것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창조함으로써 현재까지도 삶의 부조리한 가치에 의문을 던지며 삶과 예술의 경계에서 누구보다 긴 여운을 남긴 바스키아의 예술 세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사할 전망이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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