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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예술은 본래 하나였다

<ㄱ의 순간>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및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 2020년 1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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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과 조선일보는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이하여 한글을 주제로 한 특별전 <ㄱ의 순간>을 공동으로 주최한다. 현대미술과 역사유물이 만나 ‘한글’을 주제로 열리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이번 전시는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및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11월 12일부터 2021년 2월 28일까지 열린다.
한글의 잉태와 탄생, 일상과 미래를 예술로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과 보물급 역사유물을 대규모로 함께 선보인다. 그간 한글을 주제로 한 전시들은 한글의 형태와 의미에 초점을 맞추었고, 서예가와 타이포그래피 작가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리고 문자예술 서(書)는 전통 미술의 핵심이었지만, 현대미술과의 관계에서는 거의 단절되었다.
<ㄱ의 순간>은 이러한 관습적인 맥락에서 탈피하여, 문자로서의 한글이 예술과 결합하는 지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한글이 탄생하는 지점부터 일상과 미래의 모습까지, 장르를 초월한 예술의 총체로 선보인다. 한글을 주제로 한 회화, 조각, 서예, 유물뿐 아니라 영상, 음악, 향 등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어우러지는 종합 예술의 향연이 펼쳐진다.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이번 전시는 단순히 한글을 기반으로 한 미술작품을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 영상과 음악이 함께 결합한 시각예술의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예술의전당 이동국 큐레이터는 “<ㄱ의 순간>은 말이 글이 되는 지점이다. 다양한 작가와 작품들을 통하여 언어가 예술의 본령임을 확인하고 본래는 하나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면면을 보면 그야말로 화려하다. 대한민국 미술품 경매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김환기,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일컬어지는 박수근의 한글을 주제로 한 작품이 소개된다. 문자와 서예를 바탕으로 전 세계로 활동 영역을 넓힌 남관, 이응로, 황창배의 작품에서도 한글은 핵심이다. 이우환과 김창열 등 한국 전통을 세계에 알린 거장들의 작품들 속에서도 한글과 예술이 결합하는 지점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 미술의 현재를 이끌어가는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도 한글을 주제로 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서도호는 영국에서 그의 딸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던 경험을 토대로 영상작품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만들었다. 일상과 평범함에서 예술을 이끌어내는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최정화는 아프리카에서부터 가져온 골동품과 나무뿌리에 네온사인으로 한글을 새기는 등 연작 10점 <ㄱ의 순간>을 새로 제작하였다.
올 초 열린 'CONNECT, BTS' 전에 대한민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참여한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은 BTS와 초국가적 문화공동체인 ARMY들을 통하여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글의 모습을 시각화한 신작 <문>을 선보인다. 강익중 작가는 3인치 캔버스에 한글을 녹이는 특유의 작법을 통하여 ‘미스터 트롯’의 6인방이 등장하는 <트롯아리랑>을 출품하였다.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강익중이 써 내려간 트로트 가사들이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을 친절하게 맞이한다.
전 세계적으로 독특한 오디오 비주얼아트 개척자 태싯그룹은 소리에서 글자로, 글자에서 소리로 변화하는 분해와 재창조과정을 통하여 한글이 예술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쌈지길 아트디렉터로 잘 알려진 이진경은 한글을 담은 노래를 시각화한 작업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전시실에 앉아 나무에 쓰인 노래를 직접 보고 들으며 한글을 체험하게 된다. 국악을 바탕으로 한 전방위 예술가 원일이 선보이는 음악과의 콜라보도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전망이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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