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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로 시작되는 일탈의 게임

연극 <알앤제이(R&J)>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 2021년 03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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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알앤제이(R&J)>는 엄격한 가톨릭 학교를 배경으로, 금서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탐독하며 위험한 일탈의 게임에 빠져드는 학생 네 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 2018년 7월 한국 초연 무대를 가진 이 후, 2019년 6월 재연 공연까지 4만 7천여 명의 누적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연극 <알앤제이(R&J)>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어쩌면 해피엔딩>등 다양한 작품에서 탁월한 연출력을 선보인 김동연 연출이 함께 한다. 시인이자 베테랑 뮤지컬 작가로 활동하는 정영 작가가 우리말 대본을 맡았다. 이 작품은 거의 모든 대사가 가톨릭 교리에서 발췌된 내용이거나 『로미오와 줄리엣』과 『소네트』, 『한여름 밤의 꿈』 등에 쓰인 셰익스피어 특유의 시적 언어로 되어있는 만큼 일상적인 말은 없다. 고전적인 대사들이 가득한 공연이지만 매우 역동적이고 에너지 넘치게 그려진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무한동력>, <난쟁이들> 등의 작품에서 김동연 연출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송희진 안무감독은 이번 공연에서 젊음, 열정, 분노, 억압, 일탈 등 캐릭터의 감정과 심리 상태를 극대화하는 안무로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여기에 서정주 무술 감독이 만들어낸 강렬한 무브먼트가 결합하여 더욱더 힘차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보인다.
<알앤제이(R&J)>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붉은 천은 또 한 명의 등장인물로 봐도 무방할 만큼 작품의 중요한 요소다. 금서로 지정된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감싸 놓은 붉은 천은 학생들의 낭독이 진행됨에 따라 다양하고 유용한 소품으로 사용된다. 역할극 초반, ‘줄리엣’과 ‘유모’의 의상으로 활용되는 붉은 천은 ‘머큐쇼’와 ‘티볼트’의 결투 장면을 생생하게 연출하는 날카로운 칼로 변모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함께 밤을 보내는 침실 역시 붉은 천으로 장식된다. 두 연인의 슬픈 이별을 불러오는 단도와 독약, 죽음을 맞이한 캐릭터들의 피 역시 붉은 천으로 표현된다.
연극 <알앤제이(R&J)>의 음악은 작품에 독특한 색깔을 입힌다. 뮤지컬 <햄릿 : 얼라이브>, 연극 <카포 네 트릴로지>, <킬미나우> 등의 음악을 작곡한 김경육 작곡가의 음악은 작품의 긴장과 이완, 세세한 정서적 뉘앙스들과 조화를 이루며 몰입을 극대화한다.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부터 원초적인 드러밍까지, 작품의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감각적이고 다채로운 음악은 공연에 풍성함을 더한다.
작품 속 학생들의 주 생활공간인 가톨릭 학교의 엄숙한 분위기를 잘 살려낸 무대디자인은 박상봉 무대 디자이너가 맡았다. 연극 <페스트>, <공포> 등의 작품에서 실험적이고 획기적인 무대를 보여준 박상봉 디자이너는 <알앤제이>를 통해 공간적 제약을 지운 독특한 무대로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무대 위 빼곡히 들어찬 책상과 의자는 무대 소품인 동시에,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무대석으로 활용된다. 무대에 설치된 좌석들은 배우들의 메인 액팅 공간 바로 뒤쪽에 자리한다. 배우들은 관객의 눈앞에서 종횡무진 움직이며 열연을 펼치고, 메인 액팅 공간에서 벗어나 무대석에 잠시 앉기도 한다. 드라마의 공간과 객석이 공존하는 무대석에 앉은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배우와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며 공연에 집중할 수 있다. 연극 <알앤제이(R&J)>는 오는 5월 2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열린다. 김성우 기자 출처=퍼블릭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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