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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조선/잘 죽고 싶다/호흡공동체/날마다 만우절

이숙인 지음/랄랄라 지음/전치형 , 김성은 , 김희원 , 강미량 지음/윤성희 지음 | 2021년 07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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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조선 

이숙인 지음 / 한겨레출판사 / 18,000원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개성과 재능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조차 버거웠던 시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취를 남긴 52명의 조선 여성이 있었다. 『또 하나의 조선』은 신분상으로는 밑바닥 여종에서 왕비까지, 지역으로는 남녘 산골 촌부에서 한양 마님까지, 나이로는 10대 소녀에서 여든 할머니까지, 정사(正史)라고 하는 실록이나 양반 남성의 문집으로 구성되는 조선 ‘너머’의 조선을 담았다. 조선이라는 역사 공간에서 여자로 살았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 없는 이들의 이야기는 ‘조선 여성들의 일반적인 삶’이란 착시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그렇듯 그들 또한 각기 다른 환경과 맥락 속에 놓인 감정과 욕망의 주체였다. 특정한 유형이나 이미지로 규정할 수 없는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존재였다. 장희빈, 대장금, 황진이처럼 널리 알려진 인물들을 비롯해 ‘음란하고 아름다웠던’ 낙안 김씨, 마을을 돌며 근심을 위로했던 무녀(巫女) 추월, 상속받은 액수의 세 배로 재산을 불린 ‘자산 관리의 달인’ 화순 최씨 등 시대의 한계와 인간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여성들의 다채로운 서사가 『또 하나의 조선』을 이룬다. 


잘 죽고 싶다 

랄랄라 지음 / 나녹 / 15,000원  

공감이라는 단어로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회와 맞닿아 있다. 다큐멘터리 아닐까 싶을 만큼 현실감도 넘친다. 화려한 소설적 장치가 없음에도 깊이 빠져든다. 마치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들춰낸 것처럼. 이 솔직한 이야기는 누구나 갖고 있는 공허한 마음 한구석을 따스하게 어루만진다. 『잘 죽고 싶다』는 진짜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혼자 사는 릴라는 혼자 있는 것이 편한 인물이다. 편집, 디자인, 영어강사, 요가강사, 화가 등 얼핏 보면 못하는 게 없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으며 살아가지만, 세상과 멀찍이 떨어져 살아가려 한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텅장에 마이너스를 찍으면서 문득 혼자 고독사하는 게 아닌가 싶어 불편한 나날이 지속된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죽음을 탐구하고 잘 죽기 위해 필요한 소설을 쓰며 주변인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 사이 릴라는 문득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호흡공동체

전치형 , 김성은 , 김희원 , 강미량 지음 / 창비 / 17,000원    

세가지 공기재난(미세먼지, 코로나19, 폭염)이 한국사회를 숨막히게 하고 있다. 당연한 삶의 배경이던 공기는 공들여 관리해야 할 삶의 조건이 되었다. 『호흡공동체: 미세먼지, 코로나19, 폭염에 응답하는 과학과 정치』는 한국사회라는 ‘호흡공동체’를 조율하고 회복하기 위한 공공의 과학과 정치를 제안하는 책이다. 안심하고 숨쉴 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함부로 호흡을 나눌 수 없게 된 지금, 과학기술사회학자이자 ‘과학과 사회를 잇는 미드필더’로 널리 알려진 전치형 교수를 필두로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소속의 신진 연구자들이 힘을 합쳐 광화문 광장에서 무더위 쉼터까지 공기재난의 현장을 탐사했다. 방대한 데이터와 자료를 바탕으로 공기재난에 맞서는 한국사회를 과학의 눈으로 해설한 이 책은 르포와 과학 스토리텔링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과학 글쓰기의 전범을 보여주는 동시에 독자들의 뇌리에 ‘호흡공동체’라는 의제를 각인할 예리한 사회비평서다. 


날마다 만우절

윤성희 지음 / 문학동네 / 14,000원   

완숙하고 예리한 시선을 바탕으로 인간과 삶에 대한 긍정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선보이는 작가 윤성희의 여섯번째 소설집 『날마다 만우절』이 출간되었다. 이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섯 권의 소설집과 두 권의 장편소설 그리고 한 권의 중편소설을 출간하며 기복 없이 고른 작품활동을 이어온 그이지만, 2016년 봄부터 2020년 겨울까지 쓰인 열한 편의 단편이 묶인 이번 소설집은 그전과는 또 다른 아우라를 내뿜으며 윤성희 소설 세계의 새로운 챕터를 열어젖히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게 ‘단편소설의 마에스트로’라는 수식을 붙이는 데 주저함이 없게 한다. 특히 ‘훔친 킥보드를 타고 달리는 할머니’라는 인상적인 인물을 그려내어 “홀린 듯 읽으며 경험하는 이 놀라움은 윤성희를 읽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라는 평과 함께 2019 김승옥문학상 대상작으로 선정된 「어느 밤」을 포함해, 그간 한국문학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노년 여성’의 삶을 다각도로 묘사해내며 “윤성희의 소설과 견줄 수 있는 소설은 윤성희의 소설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문학평론가 이지은), “이만큼이나 인간에 대한 애정을 넘겨받기 적당한 온도로 갈무리해 글로 옮겨내는 작가가 또 있을까”(문학평론가 김녕)라는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 한데 모인 이번 소설집은 한여름에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처럼 우리에게 뜻밖의 선물을 건네받는 듯한 기쁨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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