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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하는 것의 생동과 확장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정원, 북서울 꿈의숲아트센터 드림갤러리 | 2021년 08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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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세종문화회관 야외공간 큐레이팅 <I’m Pine, I’m Fine> 展이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정원과 북서울 꿈의숲아트센터 드림갤러리에서 연계하여 개최된다. 

세종문화회관의 ‘야외공간 큐레이팅’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공공미술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향유하고 창의적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매년 기획하는 야외전시 시리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꿈의숲아트센터까지 전시 공간을 확장하여 북서울 지역 문화 활성화와 균형발전에 기여하고자 했다.

2021년 세종문화회관 야외공간 큐레이팅은 조각가 송태관의 참여로 이루어졌으며,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정원에서 6월 23일부터 9월 13일까지 <I’m Fine> 시리즈를, 꿈의숲아트센터 드림갤러리에서 6월 30일부터 8월 14일까지 <무릉도원 이야기>와 <꽃길> 시리즈를 무료로 선보인다.  

전시명 <I’m Pine, I’m Fine>은 소나무(pine)를 형상화한 송태관의 작품 <I’m Fine>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는 작업실에 이전부터 있었던 소나무를 스텐인리스 스틸로 형상화하여, 나무가 그대로 잘 있는지 묻는 사람들에 대한 답을 ‘아임 파인’으로 나타냈다. 송태관의 작품은 일상의 소멸하는 대상들을 견고한 물질로 치환하고 그것의 ‘괜찮은(fine)’ 상태를 이어가는 것으로, 지속적인 생명력과 생동감을 표출한다. 

세종문화회관 야외공간인 예술의 정원 곳곳에서는 소나무를 형상화한 송태관의 <I’m Fine> 시리즈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예술의 정원에서 바라보는 체임버홀 건물의 옥상 끝에는 빨간 소나무의 형상이 하늘을 배경으로 드리우며 시선의 흥미를 유발한다. 송태관은 주로 스테인리스 스틸의 작은 조각들을 용접하여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 내는데, 이러한 작업은 세포의 단위들이 모이고 증식하며 하나의 생명체를 구성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금속의 차가운 속성으로 생명의 유기적인 형상을 구현한 그의 작품은 물질의 전환 상태를 보여준다. <I’m Fine> 시리즈는 철골의 내부가 비어있는 특유의 구조에서 빛이 투과되고 그림자가 파생된다. 이러한 효과는 작품의 감상 범위를 금속 물질뿐 아니라 비물질의 자연현상으로까지 확장하기도 한다. 

송태관은 최근에 일상의 오브제를 캐스팅하여 본뜨는 작업, <무릉도원 이야기> 시리즈에 주력하고 있다. 이 시리즈의 대표작인 <2019년 태풍에 넘어간 아카시아 나무>(2020)는 16미터에 달하는 대형 나무가 뿌리째 뽑혀 죽자 이를 캐스팅한 작품이다. 나무의 수명은 다했지만, 그것의 뿌리나 가지의 형태에서 느껴지는 근원적인 에너지를 금속을 통해 구현하고 기억하려 한 것이다. 이처럼 송태관은 식물 또는 사물과 같은 비인간의 이야기에 주목하여 그것들의 유한한 시간과 위치의 변화를 담아내려 했다. 캐스팅한 스테인리스 조각들을 용접한 후 불을 가하면 그 안의 오브제는 불에 타 사라지지만 그것의 형상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남는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망자를 불에 태우는 화장의 과정에 비유한다. 사람이 죽으면 수의복을 입혀 화장하고 한 줌의 재로 떠나보내는 것과 같이 그의 작업 역시 스테인리스 스틸 안의 오브제가 사라지고 또 다른 물질로 전이되는 소멸과 생성의 시간을 담아낸다. 

송태관의 <꽃길> 시리즈는 조화(造花)를 통해 사물의 형상을 드러낸 작업이다. 그중에서 <꽃길-외출>(2017)은 자동차 핸들 위에 조화를 붙여 벽면에 설치한 부조 형식으로, 작가가 어린 시절에 보았던 어머니의 외출 모습을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이다. 그는 평소 자연스러운 모습과 달리 어색하게 치장하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보색의 화려한 조화 더미로 표현하며, 촌스럽다고 여겼던 것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담아냈다. 또한, 조화로 뒤덮인 자동차 핸들은 그의 어머니가 외출할 때 몰던 차를 환기하는 오브제로, 관람객이 가까이 다가가면 센서가 감지하며 시계의 역방향으로 돌아간다. 과거에 대한 향수와 함께 꽃길을 달리는 순탄한 삶에 대한 작가의 염원이 담겨있는 것이다. <I’m Pine, I’m Fine> 展이 장기화된 팬데믹의 상황에서 일상의 가치를 회복하고 에너지의 생동과 확장을 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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