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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을 넘나들며 패션을 전파한다

홍미화 디자이너 | 2021년 11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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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처음 만난 지 8년이 흘렀다. 하지만 홍미화 디자이너는 세월을 비켜 간 듯이 보였다. 8년 만에 만난 홍미화 디자이너는 여전히 소녀 같았다. 예순을 넘긴 나이는 그녀에게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해 보였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과 순수하고 맑은 영혼 그리고 뜨거운 도전 정신은 그녀를 현재에 안주하지 않게 하고 ‘전국 방방곡곡’이 아닌 ‘지구촌 방방곡곡’을 넘나들게 했다. 지난 2015년 네팔 카트만두에서 처음으로 ‘지구촌 문화교류 패션쇼’를 선보인 홍 디자이너는 2018년 아프리카 가나,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케이프타운, 움프말랑카 등 지역을 돌며 현지 주민과 교류하는 순회 패션쇼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렇듯 소위 패션 메인스트림이 아닌 제3세계 국가의 잠재력을 주목하며 디자인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홍미화 디자이너를 인터뷰했다.  

‘홍미화 디자이너’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반딧불이다. 그녀는 지난 1993년 7월, 프랑스 파리 빈센트 숲속에서 반딧불이 500마리를 날리며 패션쇼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마치 여기가 어디인지도 잊게 만드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홍미화 디자이너는 그 데뷔쇼를 계기로 일약 프랑스에서 가장 유망한 한국인 디자이너로 명성을 떨쳤다. 이후 한일합섬과 계약을 맺고 ‘레쥬메’라는 브랜드를 책임졌으며, 2003년까지 파리 컬렉션에 참가하는 등 홍 디자이너는 우리나라와 프랑스, 일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런 그녀에게 60이라는 나이는 삶의 변곡점이 됐다. “오늘날은 명실상부 100세 시대입니다. 하지만 활동할 수 있는 나이는 있는 법입니다. 저에게 60대는 정돈의 기간같이 느껴졌습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소외당하는 지역 사람들과 ‘패션’으로 소통을 하고 싶었다. 그것이 패션디자이너로서 자신이 이 세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녀는 2015년과 2018년에 네팔과 아프리카에서 ‘지구촌 문화교류 패션쇼’를 열며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시국이 잠잠해지면 홍 디자이너는 대망의 세 번째 지구촌 문화교류 패션쇼 준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당신도 패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현재 파리, 밀라노, 뉴욕, 런던 등 미국과 유럽은 패션의 본고장이라 불린다. 하지만 홍미화 디자이너는 이 또한 미국과 유럽 중심의 획일적인 패션에 불과하다는 견해다. 또한, 이들은 아프리카를 주제로 패션쇼를 선보이지만, 정작 아프리카를 패션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볼 뿐이다. 

“저는 편협한 시각에서 탈피하여 지구촌을 누비며 패션쇼를 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네팔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패션쇼를 개최했습니다. 수많은 국가 중 이 나라들을 선택한 이유는 명료합니다. 이들 국가의 사람들은 지금껏 패션의 주인공이 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신도 패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하여 문화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행선지는 아마존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진정한 문화교류를 통하여 디자인 전파에 앞장서겠습니다.” 

현재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옷을 만들고 있다. 아니, 옷을 찍어내고 있다. 문제는 옷을 만들면서 원단 쓰레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또한, 옷을 팔다가 남은 재고도 상당하다. 이는 곧 전 세계적인 환경문제로 연결된다. 이러한 문제에서 패션디자이너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홍 디자이너의 견해다. 무조건 옷만 만들어내고 매출만 올리는 게 아닌 조금 더 디자이너로서 의미 있는 마인드적인 차원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지구촌 문화교류 패션쇼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홍 디자이너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패션쇼’를 표방하며 네팔 패션쇼에서 선보인 60여 벌의 의상 중 상당수를 네틀 소재로 만들었다. 네틀은 네팔 초원에서 나는 야생초로써, 순수한 유기농이어서 토양을 망치지 않고 자라는 고귀한 소재다. 또한, 가나, 남아공서 진행한 두 번째 지구촌 문화교류 패션쇼는 ‘패션쇼’가 아닌 ‘동네 축제’ 같았다. 현지에서 즉석으로 뽑은 모델들은 런웨이 위에서 흥을 자제할 줄 몰랐으며, 마을 주민들도 처음 보는 광경에 신기해하면서도 휘파람을 불며 이 순간을 즐겼다. 패션쇼가 끝나도 패션쇼장을 떠나지 않는 현지 주민들의 열기를 보며 오히려 자신이 더 배운 게 많다는 홍미화 디자이너는 앞으로도 국가와 지역을 초월한 진정한 패션 교류의 장을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본질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 

“본질적인 게 가장 아름답습니다. 트렌드 역시 본질에서 나옵니다. 자신의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창조는 없습니다. 하나님만 창조하셨고, 그 이후 인류의 세상은 모방을 통해 진화한 것입니다. 즉, 패션디자이너도 기본이 중요합니다. 전문지식적인 기본과 인간적인 휴머니즘 즉, 인간성을 가지고 있으면 진화를 통해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옷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홍미화 디자이너는 2018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서울 중구 동호로에서 ‘미화홍’이라는 의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향후 (가칭) 의류문화센터를 만들어 음악, 미술 등을 어릴 적에 가르치는 것처럼 패션도 조기교육을 할 수 있게 저변을 마련하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앞으로도 홍미화 디자이너가 끊임없는 창작열과 열정으로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디자인하는 한편 세상에 공헌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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