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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시를 즐기는 정정순 작가의 여백

예초 정정순 화백 | 2021년 1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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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와 집토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은 매우 어렵다. 더욱이 그것이 그림과 시(詩)라면 그 난도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예초 정정순 화백의 존재는 참 특별하다. 국내 화단의 대표적 여류작가인 정정순 화백은 비단 그림뿐만 아니라 문단에서도 인정받는 문인이자 시인이다. 기자는 국내 화단과 문단을 넘나들며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정정순 화백을 긴 시간을 두고 만났다. 7년 만에 다시 만난 그녀지만 예술에 관한 사랑과 열정은 그때 그대로였다. 내가 나를 인정할 때까지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고 시도 써 내려가겠다는 정정순 화백의 예술관을 취재했다.

정정순 화백만큼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보유 중인 작가가 또 있을까. 그녀는 화백이자 문인이다. 예술이라는 큰 틀 안에서 두 가지의 정체성을 지닌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그림에 한참 빠져있다가도 시상이 불현듯 떠오르고, 시에 매진하다가도 이내 곧 캔버스 앞에 앉아있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이처럼 미술과 문학이라는 서로 다른 예술 장르를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내기 위하여 정정순 화백은 부단히 노력했다. 작가는 자신만의 색과 조형 언어로 말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때로는 붓으로 때로는 펜을 통한 작업으로 인간 내면의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해낸 정정순 화백은 그러한 작품들이 켜켜이 쌓여 어느덧 개인시집 16권, 개인전시를 16회 가졌다. 특히 2019년에는 16번째 시집 『인생의 탑』을 발간하며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정정순 화백은 그간 (사)한국문인협회 문학발전위원장, (사)한국 미술협회 자문위원, (사)한국꽃예술가협회 회원, 서울시문인협회 이사, 예원예술종합대학원 지도교수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중랑문인협회 명예회장과 불교문학 발행인으로 문학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정정순 화백은 신미술대전, 미술세계대상전, 소사벌미술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및 특선 등 다수의 미술상을 받으며 화가로서도 자신의 작품세계를 공인받았다.


내가 나를 인정하고 싶다

정정순 화백은 그동안 16번의 책을 내고, 16번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러면서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숱하게 받았다. 그런데도 정정순 화백은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예술은 끝이 없다’라고 말하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손사래 치는 그녀였다. 

“저 자신이 저를 사랑하면 인생은 행복해집니다. 예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제 시를 제가 좋아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요? 그림도 똑같습니다. 더군다나 다른 많은 분이 제 작품을 인정해주는 상태에서 저 역시 제 시와 그림을 사랑한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이 아마도 없을 겁니다. 제가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은 제 작품에 제가 흡족하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달려온 것 같습니다. 골프와 같은 스포츠를 아무리 열심히 배워도 막상 필드에서는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처럼 모든 예술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막상 제 작품이 제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자꾸만 놓지 않고 계속하게 됩니다. 제 마음에 들어야 다른 분들에게도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저를 인정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정정순 화백의 문학 세계가 변화했다. 과거에 그녀는 다소 직설적인 서정시를 주로 썼는데 반해 가장 최근 발간한 16번째 시집 『인생의 탑』의 시들은 은유적이고 비유적인 표현들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정정순 화백은 이렇게 달라진 자신의 시들이 썩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작가로 활동한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을 자신이 조금은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친김에 정정순 화백은 그림 역시 자신이 원래 추구하던 꽃을 테마로 화풍을 이어갈 생각이다. 시각적 활기와 확고한 조형성을 획득한 그림을 통해 정정순 화백은 감상자에게 행복과 힐링을 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또 한 번의 개인전과 또 한 번의 책 출간이 목표  

정정순 화백은 요즈음 한 가지에 몰두하는 것이 아닌 인생을 즐기는 것에 푹 빠져있다. 17번째 전시가 차일피일 계속 미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녀는 ‘인생은 마무리가 아름다워야 한다’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하여 정정순 화백은 작품활동만큼이나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같은 맥락에서 골프, 걷기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다. 또한, 밥도 직접 정성들여  지어 먹는 동시에 집안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저는 화가와 시인 외에도 한 사람의 아내이자 인간 정정순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저를 둘러싼 다양한 직업과 직함을 넘어 온전히 제 인생을 즐기려고 합니다. 하지만 평생을 해온 일이기에 인생을 즐기는 와중에도 예술혼은 자꾸만 불쑥 튀어나옵니다. 그때 제가 깨달은 게 있습니다. 바로 예술은 끝없이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다만, 예전처럼 치열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면서 인생을 즐기고 싶습니다.”

그녀의 남은 꿈은 분명했다. 그것은 바로 또 한 번의 개인전과 또 한 번의 책 출간이었다. 특히 17번째 시집은 내년 하반기 출간을 목표로 하는 만큼, 이 순간도 그녀는 펜을 놓지 않고 있었다. 앞으로도 정정순 화백이 예술을 사랑하는 변치 않는 마음으로 남은 꿈을 즐기며 이루어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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