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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영화 같은 순간

<알렉스 프레거, 빅 웨스트> 롯데뮤지엄 | 2022년 04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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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뮤지엄은 함축된 순간의 경계를 넘어 시대를 초월한 감정을 농밀하게 표현하는 알렉스 프레거의 첫 번째 대규모 기획전 <알렉스 프레거, 빅 웨스트>를 2월 28일부터 6월 6일까지 개최한다. 

1979년,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알렉스 프레거는 현재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알렉스 프레거는 정식으로 사진과 영상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으나, 2001년 장 폴 게티 미술관에서 컬러 사진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윌리엄 이글스턴의 전시를 보고 깊이 감동한 것이 사진 작업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평범한 풍경을 작품에 담고, 삶과 일상 속의 낭만을 포착한 윌리엄 이글스턴의 작품을 보고 압도적인 감정을 느낀 알렉스 프레거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마법 같은 순간’을 선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후 첫 카메라를 구입해 사진에 대한 독학을 시작했고,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가 사진을 찍고, 밤새 암실에서 시간을 보내며 작업에 몰두했다. 

알렉스 프레거는 2007년 첫 연작 <폴리에스터>를 시작으로, 2008년 <더 빅 밸리> 연작을 발표하며 할리우드의 화려한 낭만을 담은 듯한 세계와 특유의 내러티브를 구축했다. 로스앤젤레스 특유의 과장된 화려함과 허풍 섞인 극적인 캐릭터들은 알렉스 프레거 작품세계 전반에 걸쳐 탐구의 대상이자 주제로 나타난다. 초기 연작인 <폴리에스터>, <더 빅 밸리>, <더 롱 위켄드>에 등장한 주인공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하여 런던 전시의 오프닝에서 질문을 받은 알렉스 프레거는 이에 대한 대답으로 2010년 단편영화 <절망>을 발표하며 영화계로 진출했다. 같은 해, 알렉스 프레거는 이 영화를 포함한 작품으로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뉴 포토그래피> 전시에 참여하며 미술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중문화와 영화산업의 본거지인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그에 많은 영향을 받은 알렉스 프레거는 사진뿐 아니라 영화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면서 자신만 의 예술세계를 구축한다. 이번 전시는 알렉스 프레거의 예술세계 전반을 조망하는 초기작부터 최근 신작까지 총 100여 점이 출품되며, 특히 작가가 제작한 대표적인 영화를 전시장에서 볼 수 있어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미장센 기법을 작품에 적용한 알렉스 프레거는 작품 전반에 내재된 미국적인 감성과 일상적 이미지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모호하고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영화적 연출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품 속 섬세한 인물의 표정 연기와 유추가 어려운 미스터리한 화면구성과 그에 반하는 화려한 색감은 장편 영화에서 복선의 한 장면처럼 팽팽한 긴장감과 복합적인 감정선을 그리며 그 순간의 현장과 현실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회화의 시각 요소와 스토리텔링, 그리고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의 요소를 접목한 알렉스 프레거의 스타일은 작품 속 등장인물의 시선과 관람자의 시선을 교차시킴으로써 작품과 관람객을 연결해 관람객이 각자 다른 해석과 엔딩을 맞이하게 한다. 

알렉스 프레거는 동시대 정치적, 사회적 상황들로 인해 겪는 여러 감정의 문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 내러티브를 완성한다. 켜켜이 쌓인 다양한 감정들이 뜨겁게 대립하고 또 조화하면서, 삶이라는 영화의 주제가 되고 나 자신이 이 영화의 주인공임을 깨닫게 된다. 이번 전시는 세상은 무대, 모든 사람은 태어나 배우로서 삶을 연기하며 살아간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으로서 거듭나는 잊지 못할 영화 같은 순간을 선사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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