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3년간 10개 기관으로 확장되는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형 네트워크 미술관으로서 2020년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전을 시작으로 3개 신규 분관을 위한 다양한 사전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2024년 도봉구에 설립 예정인 서울사진미술관과 2024년 금천구에 설립 예정인 서서울미술관의 사전프로그램은 2022년에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사진미술관은 지난해 11월 그간의 건립과정과 비전을 공유하는 온·오프라인 세미나와 워크숍 <(불)완전한 미술관>을 개최한 데 이어, 올해 북서울미술관과 문화본부 문화시설추진단 박물관과가 함께 북서울미술관에서 <서울사진미술관 사전 전시>를 개최한다. 서서울미술관은 2020년부터 남서울미술관에서 접근성, 지역, 디지털 문화와 미디어를 키워드로 사전프로그램 <언젠가 누구에게나>, <경계에서의 신호>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2022년에는 ‘제작’과 ‘해석’을 주제로 서소문본관 러닝스테이션과 <모두의 연구실 코랄> 온라인을 오가며 아시아 지역 환경과 예술을 탐색하는 공공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현대미술의 중요 자료와 기록을 수집, 보존, 연구하는 미술관으로 올해 8월 개관 예정이다. 미술아카이브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을 연동하여 아카이브 기반 전시, 교육, 연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현재까지 22개 컬렉션 57,000여 건의 미술 아카이브를 수집했고 그 일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었다. 미술아카이브는 2022년 건립 사업부서인 문화본부로부터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조직 이관 절차를 거쳐 2023년부터 서울시립미술관 네트워크의 아카이브 수집·연구 중심 분관 기능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본격 분관 시대 도입부에서 그간의 분관 사업 경과와 사회 동향 변화를 반영하며 일부 분관 특성의 정련 과정을 지속한다.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그간 숙원사업으로 머물러있던 남서울미술관(사적 제254호)의 장애인 접근성 개선사업이 마침내 구체화될 예정이다. 2021년부터 서울시립미술관은 국가 지정 등록문화재 현상 변경을 추진하고 있으며 엘리베이터와 휠체어 이동을 위한 경사로, 점자블록 설치를 골자로 하는 남서울미술관 BF 공사는 실시설계를 거쳐 2022년 시행을 목표로 한다. 연이은 2023년 남서울미술관은 권진규 상설실을 품는 계기를 통해 현대조각과 건축을 토대로 동시대 미술을 아우르는 분관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코로나로 어려운 예술 분야 지원 시정에 부응하여 전시, 레지던시, 제작을 갖춘 예술인 삼각 지원체계를 실험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오프라인 한계를 보완하는 온라인 레지던시 기능을 제안한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는 지난해부터 오프라인 레지던시의 한계에 발 빠르게 대응하여 온라인 전시와 비대면 작가 교류 프로그램을 선보여 왔다. 2022년에는 이러한 온라인 레지던시의 저변 구조로 구축, 운영된 상호창작 플랫폼이 공개되며 난지와 가상공간을 아우르는 새로운 레지던시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물리적 장소 기반의 레지던시와 전시지원으로 양분되어 있던 서울시립미술관 지원체계에 제작 기능을 추가하여 2022년부터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및 가상공간, 세마벙커, 세마창고가 협력하는 삼각 지원체계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아울러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시의 송현동 이건희기증관 건립업무협약(2021. 11.)으로 현실화에 성큼 다가선 광화문 뮤지엄벨트의 주요 공립미술관으로서 글로벌 문화경쟁력을 신장하고자, 올해 국제적인 지명도와 역사적 중요성, 대중적 인지도를 고루 확보한 권진규, 장-미셸 오토니엘, 키키 스미스, 백남준 같은 일련의 현대미술 거장들의 개인전과 분관 시대 아시아 미술기획전을 개최한다. 루브르박물관 첫 동시대 미술 소장 작가이자 지난해 9월 개막한 프랑스 파리의 프티 팔레 개인전에서 큰 호응을 얻은 <장-미셸 오토니엘>전과 동시대 미술사의 다양성과 개성의 아이콘인 <키키 스미스> 개인전은 이미 널리 확보된 국내 팬층과 전문가들에게 동시대 거장들의 걸작을 만끽하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특히 서울시립미술관은 K 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에 부응하여 권진규, 정서영의 개인전으로 뛰어난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보다 많은 시민 관객에게 한국 현대미술의 성과를 알리고자 한다.
한편 서울시립미술관은 장기간 코로나 거리두기로 소통의 단절과 감각의 분절이 심화된 현재, 미술을 통한 통합 감각의 회복을 제안하는 의미에서 신년 기관 의제로 ‘제작’과 전시 의제로 ‘시’를 설정했다. 미술에서 ‘제작’은 기술의 기계적 습득과 정량적 생산, 무차별적인 멀티태스킹과 달리 대상의 속성과 이치를 존중, 이해하고 숨은 원리를 발견하며 감각, 지성, 행위의 공조로 대상과 또 다른 관계를 이어가는 행위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러한 관계 탐구와 관계 잇기의 과정으로서 제작의 면모를 탐험하기 위하여 서도호, 김범, 임흥순을 초대한다. 이들은 작가의 작업 의지와 반드시 일치하진 않는 자녀나 상이한 작업 세계를 지닌 작가 혹은 개보수를 요하는 본인의 작업 등을 대상으로, 면밀한 관찰과 배움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만남을 열어가는 제작의 모험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제작의 또 다른 축에서, 주제기획전 <격자의 섬>은 코로나를 거치며 엄연한 창작방식이자 제작 도구로 자리매김한 ‘웹’에서의 데이터 기반 예술의 미래적 창제작을 상상한다.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고 단절된 감각을 복구하려는 인간의 제작 욕구는 시 이전의 시적 결합을 호출한다. 추상적 언어기호와 대상의 구체적 존재성, 초언어적인 정서가 응축된 시적 면모는 대상 간 직면과 변신이 벌이는 ‘제작’에 닿으면서, 함축어와 심상, 복합적 문화 코드가 넘실대는 오늘의 일상에도 닿아 있다. 이런 배경에서 2022년 전시 의제 ‘시’는 장르로서 시에 정착하기보다 미술에서 구체적인 재료와 개념, 형상, 서사구조, 언어와 문자, 음률 등의 다양한 요소를 결합하여 새로운 지평을 열어내는 조형 실험으로 접근한다. 백남준, 정서영, 성찬경, 이규철, 강석호의 개인전은 각기 전파, 일상의 사물, 언어와 이미지, 기호 등 각 작가의 재료 탐구에 공명하면서도 응축과 동시에 확장의 균형을 구사하는 시적 절합의 경지를 제시할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 백지숙 관장은 “서울시립미술관은 2022년을 도약기로 설정했다. 서울형 네트워크 미술관은 급변하는 세상과 함께 진화하는 미술관으로서 삶이 만나고 교차되는 순간과 경험을 함께 나누고 경험하는 미술관이다”라며 “서소문본관을 중심으로 각 분관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미술관의 운영 모델을 제시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