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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과 서사를 가진 기계 생명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2022년 1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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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를 9월 9일부터 2023년 2월 26일까지 서울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최우람 작가가 2013년 서울관 개관 ‘현장제작 설치 프로젝트’로 1년간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를 선보인 이후 약 10년 만에 돌아온 서울관 전시이자, 2017년 국립대만미술관에서의 마지막 개인전 이후 5년 만의 전시이기도 하며, 첫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이다. 

최우람은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움직임과 서사를 가진 ‘기계 생명체’를 제작해왔다. 작가는 세밀한 표현으로 살아 숨 쉬는 듯한 기계 생명체를 만들고 이야기를 곁들여 고유의 세계관을 창조해왔다. 모든 생명체의 본질이 움직임에 있다는 점과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른 기계문명 속에 인간 사회의 욕망이 집약되어 있다는 점은 작가가 키네틱 작업을 구상하게 된 시발점이었다. 그의 작업은 인공적 기계 매커니즘이 생명체처럼 완결된 아름다움을 자아낼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생명의 의미와 살아있음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기술 발전과 진화에 투영된 인간의 욕망에 주목해 온 작가의 관점은 지난 30여 년간 사회적 맥락, 철학, 종교 등의 영역을 아우르며 인간 실존과 공생의 의미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되었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는 방향 상실의 시대라는 격랑을 헤쳐나가야 하는 우리의 모습을 투명하게 바라보고 위로를 건네며, 진정한 공생을 위해 자신만의 항해를 설계하고 조금씩 나아가기를 응원하는 진심을 담았다. 특히 폐종이박스, 지푸라기, 방호복 천, 폐자동차의 부품 등 일상의 흔한 소재에 최첨단 기술을 융합하였는데, 이는 삶의 조화와 균형에 대한 희망을 내포한다. 전시에는 설치 및 조각 12점, 영상 및 드로잉 37점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총 53점이 출품되며, 그 중 <URC-1>(2014), <URC-2>(2016), <샤크라 램프>(2013), <하나>(2020) 네 작품을 제외한 49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신작이다.  

전시는 서울관의 서울박스, 5전시실과 복도에서 펼쳐진다. 작가가 오랜 창작 기간 동안 숙고한 질문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재난과 위기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응축된 이번 전시는 ‘오늘날의 초상’(서울박스), ‘모순된 욕망의 춤과 출구 모색’(5전시실), ‘항해의 설계’(복도)의 여정으로 전개된다.

먼저 서울박스에서는 바닥에 놓인 검은 <원탁>과 높은 층고의 천장에서 날개를 활짝 펼친 채 회전하고 있는 <검은 새>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두 점의 신작은 수직적 긴장 관계를 형성하며 권력에의 의지, 경쟁 사회의 구도, 양극화된 현실과 심화된 계급주의를 비유한다. 5전시실의 입구에 위치한 <하나>는 코로나19 의료진의 방호복 소재 타이벡으로 제작된 꽃으로 생과 사가 급박하게 교차하던 현장에 있던 이들 뿐 아니라 충격과 두려움 속에서 위기를 몸소 체험한 동시대인에게 바치는 헌화이자 시대를 위한 애도 의미를 담았다. 5전시실 안의 <작은 방주>는 세로 12미터에 달하는 대형 설치작으로 <등대>, <두 선장>, <닻> 등 배 또는 항해와 관련된 여러 오브제가 함께 설치되어 ‘방주의 춤’을 다각도로 설명하고 인간의 모순된 욕망들과 출구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질문한다. <작은 방주>는 검은 철제 프레임에 좌우로 35쌍의 노를 장착하고 노의 말미에 흰색을 칠한 폐종이상자가 도열해 있는 큰 배 혹은 ‘궤’의 모습이다. ‘방주의 춤’은 흰 종이 노를 몸체에 바짝 붙이고 정지했다가 서서히 노를 들어 올리며 장엄한 군무를 시작하고 노의 앞뒤가 바뀌면서 출렁이는 흑백의 물결이 앰비언트 사운드와 결합하면서 항해의 기대를 고조시켜 흡사 한 편의 부조리극을 연출한다. 이어서 <작은 방주> 작품의 구상부터 완성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은 36점의 ‘설계 드로잉’이 최초로 공개된다. 이후 5전시실 뒤쪽 공간에서 강렬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작품 <빨강>, 새로운 여정이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알려주는 <사인>을 지나 복도에는 자동차 연구소에서 실험용으로 사용하다가 폐기된 차에서 전조등과 후미등을 모아 둥그렇게 이어 붙인 조각 <URC-1>, <URC-2>가 환한 빛을 발하며 우리의 길을 밝혀준다. 인간의 욕망을 위해 잠시 쓰여졌다가 이내 버려진 재료를 소생시켜 빛나는 별로 재탄생시킨 작가는 우리의 시간을 수만 광년 떨어진 과거와 연결시키며 여정을 마무리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서울관 개관전시 이후 10여 년 만에 다시 돌아온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그간의 발전과 변모를 보여주는 의미가 깊다”라며, “코로나19와 이상기후 등 동시대의 위기 속, 방향 재설정과 같은 시의적절한 질문을 끌어내고 따스한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예술가의 역할을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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