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글로벌 인재는 융합형 리더다.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기술기업의 경영자가 성공할 수 없듯,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연구와 실험에만 몰두하는 엔지니어 역시 인정받기 어렵다. 오늘날 공학교육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을 중심으로 혁신적 변화가 진행되는 추세다. 그 중심에서 창의·융합형 공학교육을 선도하며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국민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부 한화택 교수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대한설비공학회 회장으로서 학회 발전을 위해 국제학술교류에 앞장서며, 국민대 BK플러스 특화전문사업단 단장으로서 한국형 ODA를 수행하는 에너지 엔지니어링 분야의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42년 역사, 7천여 명의 회원네트워크 구축된 대한설비공학회
대한설비공학회(이하 설비공학회)는 1971년 건축설비와 산업설비 분야의 학술연구와 기술자 지위 향상을 위해 설립했으며, 현재 산·학·연·관에 걸쳐 700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 국내 이공계 학문 발전을 주도하는 핵심단체다. 지난해 설비공학회 제24대 회장으로 선출돼 올해부터 임기를 시작한 한 교수는 사회변화에 발맞춰 학회 역할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 학회 위상을 높일 것이라며 각오를 밝혔다.
“지식기반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회원 간 정보 공유로 지식을 체계화시켜 효과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학회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첫째, 세계적 수준의 학술지 발간을 통해 국제화 및 학술발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둘째, 기술기준의 편찬을 통해 업역확보와 권익보호 그리고 기술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셋째, 교육사업 활성화를 통해 설비인의 평생교육 및 후속세대의 양성에 기여할 것입니다.”
또한 국제학술교류에 중점을 둔 그는 다가오는 4월 제주도에서 한·중·일 국제학술대회를 주최하며, 해외단체와 MOU체결 등으로 학회 저변 확대에 기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미국에는 미국공조냉동공학회(ASHRAE)가 있고, 유럽에는 공조냉동학회연합(RHEVA)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앞으로 동아시아를 묶는 연합 학회를 구축해, 미국과 유럽단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표 학회를 설립하고 싶습니다”라며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BK플러스 특화전문사업단 이끌며 전문인재 양성 주력
지난해 10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2019년까지 7년간 ‘두뇌한국 BK 플러스 특화전문인재 양성사업’으로 매년 17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생 1000여명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 교수가 이끄는 ‘한국형 ODA(공적개발원조) 수행 능력을 갖춘 스마트 에너지 엔지니어링 인재양성사업단(이하 에너지 ODA 사업단)’이 ‘BK21 플러스 특화전문 인재 양성사업’에 선정됐다. BK21 플러스 특화전문인재 양성사업은 창조경제를 이끌 고부가가치 산업과 국가발전전략 산업 등에서 석·박사급 고급 실무형 전문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그 중 에너지 ODA사업단은 BK플러스사업 중 과학기술기반 융·복합 분야 전국단위 사업단에 선정되었으며, 한국형 ODA를 수행하는 에너지 엔지니어링 분야의 공학적 전문성과 국제적 감각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에너지 ODA 사업단은 기후 및 사회특성을 고려한 에너지 엔지니어링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하게 된다. 국민대 에너지 ODA사업단은 한국형 에너지 공적개발원조를 통해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더불어 학생들은 특화전문사업단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사회봉사와 지식나눔을 선도하는 과학기술인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한 교수는 “공적개발원조는 정부차원뿐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 개선을 통한 시장 확대에도 그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대학원생에게 ODA개념을 가르치고, 현장에서 스스로 체득하게 함으로써 에너지 기술을 활용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도록 합니다. 또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과 청년 인력 국제화 촉진 뿐 아니라 ODA를 통한 글로벌 벤처 탄생의 반석이 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습니다”라며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했다.
그린캠퍼스 추진으로 탁월한 행정역량 증명
한화택 교수는 1957년생으로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기계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동대학원에서 공학석사 학위,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91년 국민대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로 부임한 후 현재까지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내면적으로 파고드는 것을 추구했던 것 같습니다. 거대담론을 생각하기 보다는 모든 것을 개량적·원리적으로 바라보는데 집중했었죠. 아마도 제 특성이 연구에 주력해야 하는 교수직에 잘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웃음)”
다소 내성적이었지만, 우수한 학업성적과 리더십을 갖춘 한 교수는 대학시절 내내 과대표, 학생회장 등을 맡으면서 ‘나’ 보다는 ‘우리’의 개념을 중시, 전체를 아우르는 마인드를 추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20여 년간 국민대에 몸담으면서 학부장, 학장, 총무처장 등 굵직한 보직을 맡으며 행정가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총무처장 당시 新인사제도를 추진해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시킨 바 있으며, ‘그린캠퍼스’를 추진해 차 없는 캠퍼스를 구축하는데 공헌했다. 현재 한 교수는 국민대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이자 에너지 인력양성센터 센터장, BK플러스 특화전문사업단 단장, 웰빙환경기술연구소 소장, 한국공기청정협회의 편집위원장, 대한설비공학회 24대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계계측》, 《공기청정편람》, 《공학으로 세상을 말한다》, 《공학콘서트》와 영어로 저술한 《Fluid Dynamics-Computational Modeling and Applications》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공기조화 및 냉동》, 《유체역학》, 《열전달》 등이 있다. 한 교수는 마르퀴즈 후즈 후, IBC 캠브리지 세계인명사전, ABI 미국국제인명사전 등 3대 세계인명사전에 모두 등재된 상태다.
공학자간의 소통과 일반인들의 과학적 사고가 절실
“향후 공학도들이 중시 받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10년 전부터 이공계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어려운 학문이라는 것과 공학인들이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적고, 대접도 잘 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의 관점에서 일반인들에게 과학기술은 타인의 일이고, 자신과의 사이에 커다란 벽이 존재한다고 느낀다. 즉 그들만의 울타리를 쳐놓고 있는 것. 과학기술은 사회 속에서 존재해야 하고, 사회는 과학기술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므로 일반인들은 과학과 공학의 차이를 인식해야 하며 더불어 공학은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사회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기에 특허, 창업, 경영, 디자인 뿐 아니라 인문사회학적 소양을 갖춰야 함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과학과 공학의 차이는 무엇인가. 미국 NASA의 초대 소장인 유체공학자 카르만 박사는 과학과 공학의 차이에 대해 “과학자는 현존하는 것을 탐구하고, 공학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창조한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은 자연현상에 대한 지적호기심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면 공학은 실제 필요에 의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한 교수는 《창의융합 공학콘서트》에서 공학적 매력은 자연과학적 지식을 사회적인 요인을 고려해 인간을 이롭게 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학을 하는 사람은 사회를 이해해야 하고, 아울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공학자와 일반인 사이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순수과학과 달리 공학은 협업을 전제로 하므로 공학자 간의 소통도 중시했다.
“공학은 국가발전의 동력이며, 여기에 창조경제시대에 부합하는 인문과 예술적 교양이 결합된 공학인재 양성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핵심 조건이 될 것입니다.”
창의·융합적 사고를 지닌 공학인이 돼야
“현대사회는 단편적인 지식 습득이 아닌, 책의 얼개를 잡는 학습방식이 중요합니다. 또한 요즘 학생들은 취업에만 집착하는데, 이는 비단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죠. 사회가 정량적인 평가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진심 없는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학점에 목숨을 걸고, 시험점수에 매몰되고 있습니다. 취업도 마찬가지죠. 학생 대다수가 대기업 취업을 인생의 목표로 삼으니까요. 점차 영혼이 없는 사회로 변모할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인터뷰말미, 한화택 교수는 학생들에게 “주어진 인생의 길이는 정해져 있으나, 본인이 얼마나 부지런하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무한대로 가치가 늘어난다. 그렇기에 창의·융합적 사고를 갖춘 공학인으로서 배움을 향한 지적호기심과 희열을 느끼길 바란다”고 조언했고, 더불어 장차 명확한 비전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강조했다. 집념의 연구로 창의·융합형 공학교육을 선도하며, 대한민국의 창조적 미래를 열어가는 한화택 교수. 그의 꾸준한 연구가 결실을 맺어 대한민국 공학계의 위상을 드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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