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2023년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여 오는 4월 19일부터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에서 국보 <청양 장곡사 괘불>과 괘불함을 전시한다. 괘불은 사찰에서 의식이나 행사가 있을 때 야외에 거는 대형 불화다. 높이가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화폭에 부처의 모습을 그려 의식에 사용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매년 사찰에 소장된 괘불을 특별히 공개하는데, 올해는 열여덟 번째 괘불전을 맞이하여 충청남도 청양 장곡사의 괘불을 소개한다.
‘긴 계곡’이라는 뜻을 가진 장곡사는 그 이름과 같이 칠갑산의 깊은 계곡 안에 위치하고 있다.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조성된 국보 <철조약사여래좌상과 석조대좌>를 비롯한 여러 국가지정문화재가 소장되어 역사가 깊은 사찰임을 알 수 있다.
국보 <청양 장곡사 괘불>은 조선 1673년(현종 14) 충청남도 청양 장곡사에서 승려와 신도 등 83명의 시주와 후원으로 조성되었다. 삼베 17폭을 옆으로 잇대어 높이 8m, 너비 5m가 넘는 거대한 화폭을 만들었으며, 철학 등 5명의 승려 장인이 함께 그렸다. 화면의 중앙에는 거대한 본존불이 화려한 보관을 쓰고 연꽃 가지를 들고 서 있으며, 본존불 좌우로는 불·보살·나한·천왕 등이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다.
장곡사 괘불은 화면에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어 그 가치가 매우 높다. 화폭에 그려진 총 39구의 불·보살·권속들 옆에는 모두 붉은색 네모칸을 마련하여 이름을 적었다. 화면에 나타나는 도상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각각의 이름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중앙의 본존불 옆에는 ‘미륵존불’이라는 명칭이 적혀 있다. 현재 기록으로 본존불이 미륵불임을 알 수 있는 괘불은 장곡사 괘불과 <부여 무량사 괘불>(1627년)의 단 2점뿐으로, 매우 드문 미륵불 괘불의 예이다.
화면 맨 아래쪽에는 화기란을 마련하여 ‘강희 12년(1673) 5월 청양 동쪽 칠갑산 장곡사 대웅전 마당에서 열린 영산대회에 걸기 위한 괘불’을 만들었다고 기록했다. 괘불을 조성한 시기와 사찰 이름뿐 아니라 ‘영산대회’라는 행사의 명칭, 그리고 ‘대웅전 마당’이라는 구체적인 행사의 장소까지 적었다. 장곡사 괘불이 조성된 후 어디에서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는 자료다.
화폭의 둘레를 장식하고 있는 고대 인도의 문자인 범자 또한 주목할 만한 요소다. 이 범자들은 불교의 신비로운 주문인 진언으로, 불상이나 불화를 완성하는 단계에서 종교적 신성성을 불어넣는 절차 때에 외우는 것이다. 장곡사 괘불은 화면 둘레에 범자를 장식한 조선시대 괘불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18년 특별전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에서 청양 장곡사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당시 출품된 국보 <금동약사여래좌상>(고려 1346년)에 이어, 2023년에는 국보 <청양 장곡사 괘불>을 선보인다. 1673년 5월 어느 날, 깊은 계곡의 장곡사 뜰에 괘불이 걸리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준 지 꼭 350년이 되었다. 박물관에 펼쳐진 부처의 뜰에서 모두가 평안과 휴식의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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