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은 ‘게임과 사회’를 주제로 한 기획전 <게임사회>를 5월 12일부터 9월 1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게임사회>는 비디오 게임이 세상에 등장한 지 50년이 지난 오늘날, 게임의 문법과 미학이 동시대 예술과 시각 문화, 더 나아가 우리의 삶과 사회에 미친 영향을 짚어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팬데믹이 촉발한 사회와 게임의 강력한 동기화 과정에서 ‘게임이 미술관에서 어떤 경험을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펼쳐 보며 기존의 게임적 경험을 새로운 접근과 관점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2010년 초반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스미소니언미술관이 수집한 비디오 게임 소장품, 국내 게임 등을 포함한 9점의 게임과 함께 비디오 게임의 문법과 미학에 영향을 주고받은 현대미술 작가 8명의 작품 30여 점 등 총 40여 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예술게임, 게임예술’, ‘세계 너머의 세계’, ‘정체성 게임’ 등 3개의 주제로 구성되며 서울박스에서는 김희천 작가의 대형 신작 <커터 3>(2023)가 함께 소개된다.
‘예술게임, 게임예술’에서는 ‘아트게임(Artgame)’의 정의와 매체로서의 게임에 대한 성찰을 다룬다. 하룬 파로키(Harun Farocki)의 <시리어스 게임Ⅰ-Ⅳ>(2009-2010)과 <평행Ⅰ-Ⅳ>(2012-2014) 연작을 통해 디지털 기술과 게임에서 드러나는 이미지 재현과 게임적 경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게임기의 카트리지(게임팩)를 해킹하여 화면을 조각내고 재조합하여 새로운 스토리와 영화적 서사를 구축한 코리 아칸젤(Cory Arcangel)의 <슈퍼 마리오 무비>(2005)도 소개한다. 이와 함께 MoMA와 스미소니언미술관의 게임 소장품 <플로우>(2007), <플라워>(2009) 그리고 <헤일로 2600>(2010)을 같은 공간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구성함으로써 게임의 예술적 속성과 창의적인 게임 플레이를 통해 예술로서의 게임에 대한 의미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세계 너머의 세계’에서는 게임을 통해 미래적인 상상력과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탐구하길 제안한다. 게임의 문법과 기술로 가상 세계를 만드는 로렌스 렉(Lawrence Lek)의 <노텔 (서울 에디션)>(2023), 심시티(SimCity)와 같은 게임의 그래픽을 활용하여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소외감을 재연하고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재키 코놀리(Jacky Connolly)의 영상 <지옥으로의 하강>(2021)과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심시티 2000>(1993), 그리고 샌드박스(Sandbox, 가상현실 구현) 장르의 게임으로 시공간의 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창조와 예술적 경험을 가능케 한 <마인크래프트>(2011)를 통해 게임의 세계가 보여주는 무한한 가능성과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정체성 게임’에서는 게임과 사회의 강력한 동기화를 거쳐 가속화된 가상현실 세계의 확장의 의미를 살펴보고 게임 매체를 통해 공동체가 느끼는 사회적 경험의 한계와 가능성은 무엇인지에 주목한다. 우리가 선택하고 행동하는 결정들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비디오 게임의 상호작용 형식으로 엮어내는 다니엘 브레이스웨이트 셜리(Danielle Brathwaite-Shirley)의 <젠장, 그 여자 때문에 산다>(2021), 코리 아칸젤의 <로데오: 할리우드 플레이하기>(2021), 루 양(Lu Yang)의 대규모 영상 설치 작품 <물질 세계의 위대한 모험>(2020) 연작 시리즈를 비롯해 람한의 <튜토리얼: 내 쌍둥이를 언인스톨하는 방법>(2023) VR 신작이 공개된다. 또한 MoMA의 소장품 중 <포털>(2005-2007)과 <팩맨>(1980)을 함께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과 게임의 흥미로운 접점을 찾아보고, 예술적 실천으로서의 게임을 사유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세대가 공감가능한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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