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김동희, 김지영(109), 무진형제, 문서진, 안성석, 양지원, 이혜령, 전유진, 조영주, 천경우 등 총 10명(팀)의 작가가 참여해 주변의 흔적에서 발견된 존재와 관객을 작업 안으로 불러들인다. 드로잉, 사운드, 설치, 스코어, 퍼포먼스, VR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 총 29점을 선보인다. 또한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참여형 퍼포먼스, 프로젝트, 워크숍 등의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해 관객과 작가와의 다양한 예술적 소통의 기회를 제공한다. <마당: 마중합니다 당신을>은 인트로와 2개의 섹션 및 워크숍으로 구성되어 관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예술의 작동방식을 추적한다.
인트로는 전시 제목과 같은 마당이다. 김동희, 양지원 작가가 참여해 전시 공간이 되는 미술관을 예술과 관객이 함께 머무는 마당으로 보이는 작업을 통해 쉽게 지나쳤던 미술관의 면면들을 다시 둘러보게 한다. 기존 공간에 반응하고 개입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전개하는 작가 김동희는 이번 전시에서 수원시립미술관 자체를 작업의 재료로 삼았다. 전시실의 계단을 연장한 단상 <걸터앉는 암벽>, 로비의 카페테리아 기둥을 둘러싼 원형 벤치 <둘러앉는 바위>, 전시장 내부와 미술관 로비의 정사각형 이동식 의자인 <움직이는 돌>에서 관객은 작품에 앉아 산의 경치를 보듯 외벽과 유리창을 올려다보고 주변을 내려다본다. 작가 양지원은 공간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드로잉 작업을 진행한다. 2전시실 전면의 높이 9m의 사선 벽에 거대한 하늘을 뜻하는 ‘Ciel’을 그린 연작 벽화 작업과, 유리창 및 미술관 로비에 글자와 그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역동적인 이미지를 드로잉 방식으로 표현해 언뜻 조용해 보이지만 구름, 바람, 비가 끊임없이 순환하는 하늘을 창조했다.
첫 번째 섹션 <고요한 소란>은 김지영(109), 문서진, 무진형제가 참여해 시각, 청각, 촉각의 다양한 감각을 통해 잊고 있었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거나 낯선 이를 인식하게 만드는 작업을 보여준다. 김지영(109)의 <싱잉노즈>(2023)는 공간 안에서 누군가의 콧노래를 듣거나 관람객이 직접 콧노래를 부르면 녹음장치를 통해 수일 내로 전시실의 스피커를 통해 재생된다. 이를 통해 각자의 몸에서 생겨나는 떨림으로 듣는 사람과 부른 사람 서로가 이어지며 콧노래라는 공통의 경험에도 소리와 진동을 느끼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양하고 서로 다른 표현방식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탐구한다. 문서진의 작품은 누군가의 손길로 물건의 상태가 변하는 것이 조각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의 침묵: 그의 말>(2023)과 <전화번호부 비석>(2022)에서 종이 위에 찍어낸 ‘밥 먹어’, ‘일어나라’와 같은 언어들을 만지며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촉각을 통해 재현하여 우리를 보살피고 길러준 존재들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무진형제는 영상작업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2019)와 반복적으로 줄넘기를 하는 청년을 담은 <여름으로 가는 문>(2018)에서 균열과 단절, 비약으로 넘쳐나는 삶 속에서도 꿈을 꾸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담는다. 이처럼 1부는 작은 움직임들에서 피어나는 감각으로 우리의 이웃이 될 존재들과의 만남을 이끄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2부 <함께 춤추기>는 조영주, 천경우, 안성석이 참여해 관객을 작업 안으로 직접 끌어들이며 관객을 작업 앞에서 일방적으로 의미를 받아들이는 위치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움직임을 이끈다. 조영주는 돌봄에서 발생하는 감정과 감각에 주목해 보살피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접촉과 긴장, 유대와 신뢰에 관한 작품을 선보인다. 매트리스와 같이 푹신한 소재의 조형물을 전시장 내에 설치하고 관람객이 적외선 조명을 쬐며 안거나 누울 수 있는 작품 <휴먼가르텐>(2021-2023)과 퍼포먼스 작업을 영상으로 제작한 <콜레레>를 상영한다. 또한 전시 기간 중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퍼포먼스 <노란 벤자민과의 동거>를 4회 개최한다. 천경우는 시민들의 참여로 이뤄지는 퍼포먼스 설치 프로젝트 <숨쉬는 마당>(2023)을 선보인다.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을 녹음한 파일을 미술관에 전달하면 목소리는 빛으로 치환되어 가로와 세로 각 4m의 커다란 흙이 깔린 테이블 위 조명을 통해 비추고 참가자들의 이야기는 매일 다른 사연으로 교체된다. 작가는 작품과 감상자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며 관람자에게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 주도권을 건넨다. 안성석은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2023)에서 영상에 등장하는 다양한 손의 모습과 체온을 상상하며 유리 위 하트에 자신의 손을 포개어보는 VR 작업을 선보이며 관객은 예술과 함께 상호작용한다.
전시를 기획한 수원시립미술관 조은 학예사는 “이번 전시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동시대 작가의 작업을 가까이에서 조망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관객과 예술이 함께하는 하나의 마당을 만들어 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