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코 록카쿠는 일본 치바현 출신의 아티스트로 스케치 없이 맨손에 아크릴 물감을 묻혀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독창적인 '핑거 페인팅(finger painting)' 작업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공식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스무 살의 나이에 말로 표현하는 것 이상의 표현 방법을 찾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도쿄, 베를린, 포르투, 암스테르담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MZ세대 컬렉터들이 주목하는 아티스트로 2022년 제52회 일본 SBI 옥션에서 16억 원으로 개인 최고 낙찰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카이카이 키키(Kaikai Kiki)가 2006년 주최한 게이사이 아트페어(GEISAI Art Fair)에 참가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요시토모 나라, 쿠사마 야요이 등을 잇는 일본 차세대 아티스트로 각광받고 있다.
<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에서는 델레이브 패밀리가 2006년부터 수집한 초기 작품, 대형 오브제 등을 포함해 13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도쿄의 공원에서 골판지에 그림을 그리던 시절의 초기 작품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작업실을 옮긴 후 추상적으로 변한 작업 스타일을 담은 3m가 넘는 대형 작품 세 점, 높이 2.3m의 대형 오브제인 '고스트 래빗 두 마리와 함께 있는 조각(Sculpture with two ghost rabbits, 2011년작)'도 전시될 예정이다. 2m 원형 캔버스에 그려진 작품 '무제(Untitled, 2020년작)'는 봄날의 꽃밭에 누워 있는 듯한 소녀의 모습을 표현했고, 따스한 봄을 불러 일으키는 색채로 가득 차 있다. 이들 작품은 모두 아트마켓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희귀작들이어서, 한국 팬들의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아야코 록카쿠가 일본에서 네덜란드로 떠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샌드아트 애니메이션이 먼저 상영되고, 그림을 독학한 작가와 아트 디렉터 니코 델레이브가 만나는 과정도 포토월에 펼쳐진다. 인트로 섹션이 끝나면 첫 번째 섹션 <맨발의 작은 소녀>에서 작가가 그림을 시작할 무렵 도쿄의 공원에서 그렸던 초기작을 선보인다. 2006년 제작된 <무제(Untitled)> 두 점을 포함해 스물세 점의 초기 원화들을 전시한다.
두 번째 섹션 <꿈꾸는 손가락>에서는 '아야코 록카쿠'라고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캔버스를 비롯해 골판지, 티셔츠, 비닐, 접시 등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소재를 사용해 만든 작품들, 26cm의 작은 크기부터 1.6m에 이르는 대형 작품까지 다양한 크기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세 번째 <더 넓은 세상으로> 섹션에서는 도쿄를 떠나 고흐와 렘브란트의 도시 암스테르담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작가가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작업했던 원화들이 소개된다. 비교적 작은 체구지만 대형 그림을 즐겨 그렸던 아야코 록카쿠의 3m 높이 대형 원화 작품 세 점이 전시되며 암스테르담 스튜디오를 포토존으로 재현해 전시의 즐거움을 더했다.
이어지는 <나의 친구들> 섹션에는 '어바웃 어스(About Us)' 작품들로 꾸며진다. '어바운 어스'는 작가가 도쿄의 음악 레이블 '콘트라리드(contrarede)'와 협업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의 제목이다. 이 애니메이션 작품은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연결하는 소녀의 이야기로 작가의 자전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러닝타임 18분 분량의 영상도 미디어룸에서 상영된다.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갤러리 델레이브와 똑같이 생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델레이브 패밀리> 섹션을 만날 수 있다. 델레이브 가족과 아야코 록카쿠의 십수 년간의 우정을 짐작할 수 있는 포토월이 있고 작가가 친숙한 느낌으로 델레이브 가족을 그린 초상화도 볼 수 있다. 마지막 여섯 번째 섹션 <봄의 시작>에는 2021~2022년 사이에 제작된 최근 작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씨씨오씨 강욱 대표는 "아야코 록카쿠는 봄을 부르는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스케치 없이 즉흥적으로,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세계를 담아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랑스러운 봄을 느끼게 해주는 아티스트로 이번 겨울은 아야코 록카쿠의 전시와 함께 보다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