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17,000원
“폭설처럼 쏟아져 내리는 눈부신 빛”(『참담한 빛』), “나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는 이들의 눈부신 궤적”(『여름의 빌라』) 그리고 “눈부시게 서툴렀던 시절에 바치는”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에 이르기까지, 발표하는 작품마다 섬세하고 우아하게 반짝이는 언어로 ‘눈부시다’, ‘찬란하다’는 감상을 이끌어내며 어느덧 ‘빛의 소설가’로 자리매김한 작가 백수린의 첫번째 소설집 『폴링 인 폴』을 출간 십 주년을 맞이하여 새롭게 선보인다. 새로운 표지와 판형으로 재탄생한 이번 개정판은 전 작품을 세심히 손보고 차례를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초판에 해설을 실었던 서영채 문학평론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백수린 소설세계가 지나온 궤적을 톺아볼 수 있게끔 했다. 또한 사은품으로 『폴링 인 폴』 초판에도 실리지 않았던, 작가의 ‘진짜’ 첫 소설이라 할 만한 습작품 「셀로판 나비」가 담긴 한정판 소책자를 제공한다. 이처럼 이번 개정판만을 위해 준비된 다양한 요소들은 기존에 『폴링 인 폴』 초판을 읽었던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선물로 다가갈 것이다.
나, 블루칼라 여자
박정연 지음 / 한겨레출판사 / 18,000원
〈프레시안〉 사회부 기자인 저자는 지난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블루칼라 여성 노동자 10인을 만났다. 35도를 육박하는 폭염 아래 아파트 건설현장에 포대를 깔고 앉아 이야기를 들으며 온몸이 땀으로 젖기도 했고, 분진이 휘날리고 중장비 소음으로 시끄러운 현장에서 서로에게 고함치듯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기도 했다. 담배 냄새가 가득한 현장 사무실에서 기침을 하며 인터뷰하기도 했고, 레미콘차 기사와 좁은 골목과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레미콘 운반 ‘두 탕’을 함께한 적도 있었다. 이처럼 『나, 블루칼라 여자』는 여성 10인의 인터뷰를 토대로 지금까지 기록으로 존재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스펙트럼 속 여성 베테랑 노동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인터뷰이와의 현장감 넘치는 대화에 더불어 황지현 작가의 사진들은 이들의 직업과 노동 환경을 더욱 생동감 있게 포착한다. ‘먹매김 노동자’, ‘형틀 목수’, ‘빌더 목수’ 등 생소한 직업군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좋아하기 때문에
나태주 지음 / 김영사 / 17,800원
한국인의 애송시 〈풀꽃〉으로 우리 가슴에 시(詩)꽃을 피운 나태주 시인이 ‘배안엣나이’ 여든을 기념한 산문집 『좋아하기 때문에』를 출간한다. 1,200매인 초고를 퇴고하며 600매로 추렸다. 1945년에 태어나 2024년에 이르기까지 80년 생각들을 그러모은 책이니 두툼한 한 권으로 엮을 수도 있지만, 담백하고 간결하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만을 실었다. 이 책에는 반세기 넘게 다듬은 시심(詩心)과 진심, 암 투병뿐 아니라 여러 죽을 고비를 넘기며 다잡은 근심과 중심, 이 세계를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이끄는 말소리와 발소리가 담겨 있다. 시인을 꿈꾸던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에서 43년간 아이들과 더불어 살던 교직 시절, 투병 시절을 거쳐 날마다 유언 같은 글을 쓰며 살아가는 오늘의 삶이 충만하게 녹아 있다. 삶을 고운 쪽으로 흘려보내고 싶은가. 갈등의 등불을 소등하고 싶은가. 생이 망가지지 않게 노력하는 한 사람의 사유를 느끼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펼쳐보기를 바란다. 가슴속에 ‘좋은 무엇’이 풀꽃처럼 들어앉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잉 홈
문지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7,000원
지난 2010년 단편소설 「체이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두 권의 소설집과 다섯 권의 장편소설 그리고 번역서까지 꾸준히 출간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 문지혁의 세 번째 소설집 『고잉 홈』이 문학과지성사의 2024년 첫 소설집으로 출간되었다.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2022년 두 번째 소설집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다산책방)가 첫 소설집 출간 이후 11년 만에 나온 것과 달리 2022년에서 2023년 2년 사이 집중적으로 씌어진 소설들로 묶인 이번 소설집은, 각각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매력을 넘어서 아홉 편의 작품이 어우러져 그 안에 새롭게 만들어낸 또 다른 길을 만나는 특별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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