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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한 여자들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 수원시립미술관 전시실 2, 3, 5(프로젝트룸) | 2024년 05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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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은 ‘여성의 일’을 주제로 한 기획 전시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을 3월 12일부터 6월 9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전시실 2, 3, 5(프로젝트룸)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여성 인력이 일하고 있음에도 그 노고와 헌신이 간과되어 온 현실을 문제 삼아 출발한다. 전시 제목인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은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고 일해온 이들을 향해 삶을 위해 헌신했고, 앞으로도 헌신해 나갈 당신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존경과 사랑의 메시지를 담았다.

전시는 여자들의 일이 과연 정당한 인정을 받아왔는가에 대한 질문과 함께 과거든 현재든 보이는 곳이든 보이지 않는 곳이든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한 여자들에 주목한다. 강용석, 권용주, 김이든, 로사 로이(독일), 방정아, 임흥순, 카위타 바타나얀쿠르(태국), 후이팅(대만) 등 총 8명의 작가가 참여해 여성의 일과 관련한 작품을 소개하고 또한 1960~1990년대의 유물과 자료를 함께 전시한다.

카위타 바타나얀쿠르(태국), 후이팅(대만), 강용석, 권용주는 식민시기 및 급속한 산업화를 겪은 동아시아 여성들의 삶과 노동을 조망하는 작품들을 출품한다. 작품들은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서 여성의 노동이 어떠한 양상을 지니는지 드러낸다. 임흥순은 한국 사회가 남성과 여성에게 각기 다른 성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구했음을 밝힌다. 로사 로이(독일)와 방정아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때로는 위로를 나누는 여자들의 모습을 통해 여성 연대의 지속을 희망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한 몽환적인 회화 작업을 선보이는 독일 출생 작가 로사 로이는 <밤이 오기 전에>(2022), <변신>(2022), <겨울을 위한 포장>(2022), <지구의 소리>(2013)를 소개한다. 작품에서 항상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영위하는 여성들은 서로 돕고 연대하는 여성들로 작가가 추구하고 동경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이다.

사진,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서사를 담아온 작가 임흥순은 작가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촬영한 기념사진과 가족사진을 찍으러 모인 3대 가족을 기록한 영상을 병치한 미디어 작품 <추억록>(2003)을 선보인다. 가족 구성원들의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모습이 담긴 사진들에서 한국 근현대사가 남긴 억압과 폭력의 트라우마를 발견한다.

한국 사회와 한국인의 의식을 사회‧역사적으로 고찰한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이어온 작가 강용석은 미군 부대가 위치했던 동두천 기지촌에서 일했던 접객원들을 담은 사진 연작 <동두천 기념사진>(1984)을 통해 한국전쟁 이후 강대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약소국 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자신의 신체를 활용한 비디오 퍼포먼스 작업을 하는 태국 작가 카위타 바타나얀쿠르는 방적과 방직, 염색 등 직물산업의 공정과 노동을 신체의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극한의 육체적 고통을 수반하는 그의 작업은 후기 자본주의 산업 시스템에서 착취당하는 아시아 여성들의 현실을 대변한다.

시각 예술가이자 연구자인 김이든은 인문학적, 정치적 이슈들을 동시대적 맥락으로 접근한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너가 죽은 다음 날>(2022/2023)과 <당신의 손에는 오늘도 물이 묻었다>(2024)는 어디에서나 행해지고 있지만 평가절하되기 십상인 돌봄과 가사 노동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작품들은 아날로그 흑백 사진과 환등기와 같은 매체를 통해 사회와 제도에서 소외된 존재들을 미술관이라는 공적 공간으로 소환한다.

권용주는 설치와 조각을 주 매체로 노동과 예술가, 그리고 사회 시스템의 관계를 탐구해 왔다. <연경>(2014/2016)은 태국의 방직 공장을 방문했던 작가의 경험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양국의 경제 발전을 견인한 섬유 산업을 소재로 하였다. 작품에 사용된 직물과 염색사는 수많은 노동자의 보이지 않는 업적을 표상하고 있다.

대만 작가 후이팅은 사진과 영상을 주 매체로 사회경제 체제하의 노동 환경을 심도 있게 고찰한다. 공장 직원들의 인터뷰로 구성된 영상 작품 <화이트 유니폼>(2017)은 대만일치시기부터 이어진 열차용 도시락 산업의 현주소를 통해 성별에 따른 분업과 역사의 서술에서 배제된 목소리들을 소환한다.

우리네 주변의 일상을 다룬 회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 방정아는 노동하는 여성의 강인한 면모를 보여주는 <웅크린 표범 여자>(2022), 언어를 넘어서는 위로의 감각을 전하는 <아무말 하지 않아서 좋았어>(2016), <좀 흔들리면 어때>(2023) 등을 통해 서로 위로하고 연대함으로 자기 앞의 현실을 헤쳐 나가는 여성들을 나타냈다.

수원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성별과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이들에 대한 사랑과 이해, 존중이야말로 사회 발전의 초석이 되리라 믿는다”라며 “전시를 통해 어디에서나 최선을 다해 살아온 여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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