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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으로 변신한 미술관

<감각운동,장>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 2024년 10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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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은 현대미술 감상과 놀이, 체험이 어우러진 가족 체험전시 <감각운동,장>을 8월 30일부터 12월 22일까지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개최한다. <감각운동,장>은 운동장으로 변신한 미술관에서 현대미술과 직접 교감하고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시로 마련되었다. 전시 제목은 영유아가 세상을 감각과 운동을 통해 이해하는 단계를 칭하는 ‘감각 운동(sensorimotor)’, 그리고 ‘장’은 그 다양한 감각들을 사용하고 훈련하는 장소(stadium)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전시는 민예은, 백인교, 소목장세미, 임지빈, 정만영, 최은철 등 6인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설치, 인터렉티브, 사운드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총 19점을 선보인다. 2부로 구성된 전시는 시각, 촉각, 청각, 미각 등의 감각을 동원해 열린 마음으로 체험하며 예술적 상상력과 영감을 자극하는 감각의 운동장을 펼친다. 

1부 <감각 깨우기>는 시각, 청각, 촉각, 미각 등 다양한 신체의 감각을 활용해 예술 작품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마치 운동경기에서 선수들이 신체 능력의 한계를 시험하듯 장르와 재료 표현 방식을 달리 활용해 자신만의 시각으로 창작된 작품이 전시된다. 새로운 시각으로 공간을 재발견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가 민예은(b.1986)은 오브제와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작품 <NULL>(2024)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조각과 벽면의 선이 합쳐지거나 분리되어 보여 일상에서 자주 활용하는 공간지각 능력을 특별한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참여형 작품 <균형을 이루는 ‘랜덤집’>(2024)을 통해 조립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결합된 집의 모습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청각을 통한 공감각적 체험과 소리를 시각적으로 탐구하는 작가 정만영(b.1971)은 이번 전시에서는 소리를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소리비>(2024)는 여러 장소에서 녹음한 빗소리가 양철판을 통해 공간 전체에 울려 퍼져 관람객은 마치 그 장소에 이동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순환하는 소리>(2024)는 공중에 떠 있는 파이프의 수도꼭지를 돌리면 수원천 발원지를 비롯해 수원의 여러 장소에서 채집한 소리가 물처럼 흘러나오면서 들을 수 있다.

대중에게 친숙한 ‘베어 벌룬’을 게릴라성으로 설치하여 일상의 공간을 전시장으로 탈바꿈하는 <에브리웨어> 시리즈로 잘 알려진 임지빈(b.1984) 작가는 색맹 검사표의 패턴과 적녹색을 활용한 작품 4점을 전시한다. 꽃을 들고 나란히 앉아있는 베어 벌룬 <Slave>(2014)과 회화작품 <당신의 오늘 기분은 어떠한가요?>(2015)를 통해 사랑, 행복 등의 단어를 담아 관람객에게 위로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최은철(b.1979)은 인간 문명의 양면성을 설탕을 활용한 설치 작품과 드로잉, 영상 작품을 통해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메시지를 전한다. 각설탕을 쌓아 올려 도시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설탕도시>(2022)와 지구 온난화로 개체 수가 사라져가는 북극곰을 매년 한 점씩 그린 회화 <크렉>(2016-2023)은 현대의 물질적 달콤함과 그 이면에 숨은 불안정성, 그리고 덧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점자 드로잉 <감각의 전이>(2020)는 손끝으로 느끼는 촉각을 통해 이미지나 단어를 떠올리게 하며, 시각적 자극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새로운 감각의 경험을 선사한다.

2부 <통 감각 경기>는 ‘감각 깨우기’에서 일깨운 모든 감각을 활용해 관람객이 예술의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운동장으로 전시 공간을 변모시킨다. 신체의 모든 감각을 열어 경기에 몰입하고, 예술 작품과 교감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감정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백인교(b.1983)는 색채의 예술성에 주목하며 색실과 섬유의 특성을 작업에 반영하는 작가이다. <COLOR.FULL>(2020-2024)은 다양한 색감의 실로 감싼 바구니를 관람객이 직접 두드리며, 색과 소리, 촉각이 어우러진 체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PLAY.FULL>(2024)은 여러 입체 오브제에 색실을 감싸, 관람객이 자유롭게 만지거나 쌓고 굴릴 수 있는 놀이형 작품이다. 이 두 작품은 1전시실 전체에 설치되어, 관람객을 작품 속으로 이끌어 색의 의미와 형태의 조화를 새롭게 발견하도록 한다.

소목장세미(b.1987)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사라지는 감각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정교한 움직임의 감각을 강조하기 위해 스포츠와 게임에서 착안한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아세안 지역의 치료와 치유, 명상에 사용되는 정향과 카다멈이 사용된 <등 굴리기 로라>(2024)와 <클라이밍 풀업 공>(2024)을 통해 심신의 안정과 더불어 몸을 풀어 줄 수 있는 설치 작품이다. <푸스볼 테이블>(2023)과 <동심협력게임-클라이밍 락>(2023)은 작가가 작곡한 음악을 배경으로 경기에 참여해 점수를 매기며 작품과 교감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각 작품을 통해서 몸을 사용하는 행위를 체험하며, 평소 익숙하지 않은 운동 감각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수원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 작품과 함께 상호작용하는 감각의 경기를 통해 현대미술의 새로운 차원을 탐험하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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