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우리나라 건축계에는 하나의 전환점이 마련된다. 근현대 건축의 문화적 가치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유네스코산하의 세계적인 NGO인 <2014 도코모모 서울 세계대회>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2012 핀란드 헬싱키 세계대회에서는 유치위원장으로서 그리고 제13회를 맞이하게 되는 2014 서울 도코모모 (DOCOMOMO) 세계대회의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집행위원장으로서 김태우 위원장 (디자인그룹 아리 대표)의 감회는 새롭다. 문화재 전문위원, 한국건축가협회 이사, 도코모모 코리아 부회장을 비롯하여 대통령소속국가건축정책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한 김태우 대표로부터 서울 도코모모 세계대회의 비전과 의미, 더불어 한국 근현대 건축의 현주소를 물었다
도코모모는 세계 각국의 근대 운동에 영향을 미친 환경과 건축물, 대지를 조사하고 보존, 연구하는 유네스코 산하의 국제조직이다. 1988년 네덜란드 아인트호반 공과대학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한지 올해로 26년째. 도코모모는 전세계 66개국이 가입한 세계 최대의 건축 관련 비영리기구로 성장했다.
아시아에는 창립멤버인 일본만 가입되어 있다가 지난 2004년도에 우리나라도 가입국이 되었고 올해로 10주년이 되었다. 현재 아시아권에는 중국, 홍콩, 카자흐스탄 등의 여러 회원국이 활동 중이다. (주)디자인그룹 아리의 대표로 10여 년간 명동성당의 문화재 보수 및 복원 작업을 총괄했던 김태우 대표는 2004년 (사)도코모모 코리아의 창립발기인으로서 도코모모에 첫 발을 내디디게 됐다.
김태우 대표는 “2014년 도코모모 세계대회는 아시아권에서는 최초라는 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라며 “전세계의 건축관련 학자 및 교수, 건축가들이 참여하게 되는 도코모모 세계대회는 우리나라 근현대 건축문화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연구하게 하는 중요한 모티브가 될 것”이라는 취지를 전했다. 건축에 관련된 다방면의 주제를 보다 집중적으로 관망하게 되는 서울 도코모모 세계대회는 근현대 건축에 연관된 워크숍과 컨퍼런스, 투어를 열흘에 걸쳐 진행함으로써 근대문화유산의 공간과 건축의 가치를 일깨우게 된다.
대회 유치의 결정적 역할을 했던 김태우 대표의 소감은 남다르다. “일제 시대의 산업유산처럼 오인된 우리 근대건축유산을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근대라는 영역은 극히 동시대적(Contemporary)인 부분의 연장선이라 볼 때 가치가 있는 것은 보존하고 활용하며 또한 연구하고 기록하는 것이 이번 대회의 주요 기조가 될 전망입니다.”
다소 포괄적인 주제이지만 그 활용도는 구체적이다. “예전에 가지고 있던 것이 개발됨으로 인해 생겨난 충돌, 그것을 어떻게 다시 활용해 만들어갈 것이냐에 중점을 두게 됩니다.” 대회의 주제를 ‘충돌과 확장’으로 확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양의 모더니즘(modernism)을 중심으로 해석해왔던 근대건축을 근대시기 아시아 각 나라의 시대와 지역의 전통, 생활양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환경과 문화가 어떻게 충돌하면서 확장하고 발전해가는가에 주안점을 둔 대회다.
소실건축물 보존에 기여해 온 도코모모 코리아 공모전
도코모모 코리아는 근현대 건축의 조망과 가치 창출의 연장선에서 학생공모전을 개최해 우리나라 건축물에 대한 화두를 던져왔다. 매년 다른 주제로 열리는 이 국제공모전(International competition)은 평균 1000여 팀(약 3천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건축학도들에게 인지도 높은 대회다. 김태우 대표는 “개발논리에 의해 사라질 수 있는 건축물들이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살아나고 있습니다.”라며 “지난 10년간 근대 문화유산이 살아남고 그에 대한 가치가 재조명되는 이 공모전이야말로 2014 서울 도코모모를 유치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라는 자부심을 전했다. 보존가치가 높은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건축물을 보존하고 기록 하는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이 공모전이 우리 건축문화 환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높다.
2013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앞두고 녹지공간으로 거듭나는 중인 옛 청주연초제조창, 철거 직전의 위기에서 역사와 추억을 보존하는 공간으로 살아남은 신촌역사, 문화공간으로 개발 예정 중인 당인리 발전소 등이 모두 도코모모 공모전의 아이디어로 부활한 건축유산들이다.
수많은 건축물의 복원 및 가치 조명에 기여한 공모전 중 대표적인 성공케이스는 인천의 배다리 지역이다. “고서점이 많고 서민적 정취가 남겨진 인천 배다리 마을의 경우, 도시 확장에 따른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도코모모 공모전 소식을 듣고 지역주민들이 찾아와 보존가치가 있는 지역이니 도코모모에 아이디어를 부탁해 왔지요.” 배다리 지역주민들과 학생들이 함께 공모전을 준비했고 그 결과는 인천시 계획 유지안에 그대로 제안됐다. 마침내 보존가치가 있는 지역은 재개발지역에서 제외됐고 배다리마을은 인천의 근대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이 지역주민들의 참여 속에 함께 살아있는 근대의 역사와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제 도코모모 공모전은 2014년 서울 도코모모에서 세운상가라는 주제를 던진다. “세운상가는 1970년대에 진행된 메머드급 국책 사업의 표본 이었죠. 한국 근현대개발의 상징적 건물입니다. 세운상가라는 건축물이 거기 있음으로 해서 그 장소와 시간, 산업행위들이 얼마나 변화했느냐를 살펴보는 계기가 되겠지요.” 때마침 서울시 측에서 세운상가 재개발 계획을 취하하고 보존하면서 리모델링 계획을 밝힌 시점이어서 도코모모 공모전 프로젝트는 더 큰 실효성을 얻을 수 있게 됐다. 2014 도코모모 서울 세계대회 조직위원회는 2014 서울 세계대회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국제공모전 주제인 세운상가를 통해 대회의 신선한 자극을 유도할 예정이다.
건축과 정책의 원활한 공조로 건축의 미래 설계
최근 김태우 대표는 지난 5월에 결성된 (사)한국건축정책학회 창립 준비와 함께 학회 발전 및 연구사업 기획 사업에 분주하다. ‘건축 분야의 정책과의 긴밀한 상호협조’를 목표로 한 힘찬 진전이다. 또한 김 대표는 건축단체실무위원들의 2년간의 노력으로 결실을 이룬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자문위원으로서 건축 관련 정책을 적극 입안하고 있다.
김태우 대표는 “인간의 쾌적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 건축가의 일이지만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제도를 정비하고 재정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라며 “개발 논리에 따라 건축설계 산업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한 최선의 시스템이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입니다.”라고 알렸다. 이 같은 움직임을 통해 50년 전후로 한정된 근대건축물의 문화재 등록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훼손 및 파손을 방지한 보존 작업은 한층 박차를 가하게 될 조짐이다. “일반적으로 모르고 경험하지 못했던 건축에 대한 가치를 다양하게 창출하는 것 또한 건축가로서의 역할입니다.
우리 건축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2014 도코모모 서울 세계대회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건축공간의 가치와 관점을 건축 관계자와 정부가 함께 찾아내야 한다고 역설하는 김태우 대표. ‘사람들이 그들의 공간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서 건축의 의미는 완전해진다.’는 그의 신념이 마침내 2014 도코모모 서울 세계대회를 통해 세계 각국에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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