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는 신성희의 개인전 <꾸띠아주, 누아주>를 2월 5일부터 3월 16일까지 개최한다. 작가와 갤러리현대의 인연은 김창열의 추천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전업 작가로 활동하던 신성희의 작업실을 방문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신성희의 회화는 한국미술계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화려한 색채에 '종이 뜯어 부치기'와 '뚫린 공간'이 특징이었다. 1988년에 신성희의 신작을 중심으로 미술평론가 이일이 에세이를 쓴 도록을 발간하며 갤러리현대와의 첫 개인전을 열었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는 바젤에서 개최되는 아트 바젤 페어에 파리에서 트럭을 빌려 그의 〈누아주〉 신작 수십 점을 싣고 출품하면서 솔드아웃 기록을 만들었고 현재까지 소중한 인연을 이어 왔다.
<꾸띠아주, 누아주> 전은 갤러리현대에서 기획하는 신성희 화백의 열 번째 개인전으로, 평면 캔버스 회화의 해체를 통해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로서의 다차원적인 공간을 구축하는 회화를 추구하며 회화의 본질을 탐구해 온 작가의 조형 의식을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전시에는 1970년에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가 대상을 받았던 <한국미술대상>전의 2회차에 특별상을 수상하며 미술계에 신성희의 이름을 각인시켰던 신성희의 〈공심 (空心)〉 3부작(1971)을 최초로 공개된다. 또한, 10년 주기로 작업 세계에 큰 변화가 있었던 작가의 40여 년의 예술 여정을 회고할 수 있는 주요 작품 35점이 소개된다.
신성희의 회화 세계는 크게 네 시기로 〈마대 회화(극사실 물성회화)〉 연작(1974-1982), 〈콜라주(구조 공간)〉 연작(1983-1992), 〈꾸띠아주(박음 회화)〉 연작(1993-1997), 〈누아주(엮음 회화)〉 연작(1997-2009)으로 분류된다. 작가는 실제 마대 위에 극사실적으로 마대를 묘사하여 그려냄으로써, 마대 위에 얹힌 물감 덩어리로서의 실재와 마치 마대처럼 보이는 허상을 동시에 지각하게 했던 〈마대 회화〉 연작, 과감한 색으로 채색한 판지를 찢어 콜라주 하며 화면을 직조해 간 〈콜라주〉 연작, 채색한 캔버스를 일정한 크기의 띠로 재단하고 그것을 박음질로 이은 〈꾸띠아주〉 연작, 그리고 잘라낸 캔버스 색 띠를 틀이나 지지체에 묶어 평면과 입체의 통합을 이룬 〈누아주〉 연작으로 작품세계를 전개해 갔다. 특히 〈누아주〉 연작은 화가로서 그가 겪어온 회화적 고민과 탐구, 장고의 실험과 진통이 가져온 창조적 결실이자, 평면 페인팅으로 평면성을 넘어서고 입체와 평면의 합일을 이루는 새로운 개념의 회화이다. 자신이 그린 캔버스를 자신의 손으로 자르고 찢는 파괴의 고통을 보상하듯, 〈누아주〉 작업은 작가에게도 놀라운 미학적 발견과 창작의 희열을 주었다.
신성희는 40여 년에 걸친 화업 동안 캔버스 작업에 몰두해 왔다. 2차원의 평면 화면을 1차원적 선으로 완전히 해체하고 해체된 캔버스를 엮어 수직과 수평 차원에서 공명하게 하는, 수많은 사건과 시간이 짜여지는 공간으로서의 입체적 회화를 탐구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재봉질과 엮기를 통해 구축된 회화적 공간은 20세기 예술가들의 화풍 유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중요한 진전을 보여준다. 그의 회화는 깊이 한국적이면서도 대담하게 서구적이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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