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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믿는다는 것

<아이 빌리브 인 미(I Believe in Me)> 롯데뮤지엄 | 2026년 06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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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뮤지엄은 일본 오사카 출신 그래픽 아티스트 베르디(VERDY)의 개인전 <아이 빌리브 인 미(I Believe in Me)>를 오는 4월 24일부터 7월 19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첫 미술관 개인전으로,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형성된 베르디(VERDY)의 시각 언어가 미술관 안에서 어떻게 확장되고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는지 드로잉·그래픽·조각·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베르디는 일본 오사카 출신의 그래픽 아티스트로 1990년대 일본 우라하라(Urahara) 문화와 하드코어 펑크 록,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토대로 자신만의 그래픽 세계를 구축했다. 자전적 경험에서 비롯된 메시지를 담은 타이포그래피와 캐릭터 작업은 청년 세대의 감수성과 결합하며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활동은 패션, 음악, 미술, 스트리트 문화 등 서로 다른 영역을 가로지르며 전개된다.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 등 동시대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비롯해 나이키(Nike), 겐조(Kenzo), 버드와이저(Budweiser) 등 글로벌 브랜드 프로젝트, 그룹 블랙핑크(BLACKPINK) 월드투어 아트 디렉팅에 참여하는 등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자신의 시각 언어를 동시대 미술과 대중문화 전반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전시 제목 'I Believe in Me(나를 믿는다는 것)'는 불확실성과 불안 속에서도 외부의 기준보다 자신의 감각을 신뢰해온 작가의 창작 태도를 압축한 문장이다. 이번 전시는 100여 점의 크레용 드로잉을 비롯해 24점의 대형 입체 신작, 네온 작품 등 총 250여 점을 대규모로 선보이며 작가가 구축해온 시각 언어의 형성과 확장 과정을 다층적으로 소개한다. 나아가 평면 영역에 머물던 그래픽 디자인이 물질성을 획득하며 공간의 차원으로 확장되는 지점에 주목하며 그의 작업이 미술관이라는 맥락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새롭게 읽힐 수 있는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전시는 총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 〈Vick〉은 베르디(VERDY)의 페르소나 캐릭터 '빅(Vick)'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판다와 토끼의 형상을 결합해 탄생한 '빅(Vick)'은 작가의 감정과 경험을 대신 표현하는 또 다른 자아다. 가슴의 아나키(Anarchy) 문양이 상징하는 반항적인 태도와 귀여운 외형이 대비를 이루며 순응과 저항이 공존하는 작가 특유의 복합적 정서를 드러낸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빅(Vick)'을 소재로 한 크레용 드로잉 100여 점과 실크스크린 연작, 대형 캔버스 신작 및 네온 작품이 전시되며, 전시장 한쪽 벽을 캔버스로 사용한 작가의 대형 월페인팅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즉흥적인 선과 색채로 이루어진 드로잉은 완성된 그래픽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직접적인 감정의 변주를 보여주며, 조형 작업들과 함께 어우러져 캐릭터를 감정을 지닌 하나의 존재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두 번째 섹션 〈I Believe in Me〉에서는 작가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시도해온 작업들을 소개한다. 팬데믹 시기 사람들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전하고자 만든 캐릭터 '비스티(Visty)'는 화사한 파스텔 색감과 부드러운 질감으로 '빅(Vick)'과 대비되는 밝고 유연한 감정을 표현한다. 전시장 중앙 벽에는 가로 7미터 규모의 '비스티(Visty)' 부조 작품이 설치되어, 서로 다른 표정과 형태를 지닌 18점의 '빅(Vick)' 캐릭터 조각이 함께 어우러져 공간의 리듬감과 밀도를 더한다. 

세 번째 섹션 〈Wasted Youth〉는 베르디(VERDY)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타이포그래피와 메시지를 조명한다. 대표적인 프로젝트 'Girls Don't Cry(소녀들은 울지 않아)'는 가까운 이에게 건넨 위로에서, 'Wasted Youth'는 무명 시절을 돌아보며 얻은 '헛되이 보낸 시간은 없었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 문장이다. 개인적 서사를 손으로 그린 글씨에서 시작된 이 문구들은 티셔츠와 포스터, 그래픽 작업을 거치며 동시대 청년 문화가 공유하는 상징적인 언어로 자리 잡았다. 블랙 앤 화이트 타이포그래피 작품은 화려한 이미지 대신 문장 자체의 밀도에 집중하며, 네온 작업은 이 메시지들을 공간 안에서 더욱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마지막 섹션 〈The Studio〉는 도쿄에 위치한 베르디(VERDY)의 스튜디오를 재현한 공간이다. 앞선 섹션들이 완성된 결과를 보여주었다면, 여기서는 그 모든 작업이 시작되는 환경과 과정에 주목한다. 공간에는 실제 작가의 스튜디오에 비치되어 있던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 아이템, 포스터, 피규어, 개인 소장품, 드로잉과 스케치, 작업 도구 등이 전시되어 아이디어가 축적되고 발전하는 창작 과정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다. 동시에 베르디(VERDY)의 작업이 언제나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와 교류 속에서 형성되어 왔으며, 이는 곧 스트리트 문화가 지닌 집합적 창작 방식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베르디(VERDY)는 "이번 전시는 지금의 나,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는 마음으로 나 자신이 진심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들을 표현한 자리"라며 "관람객들이 놀이공원이나 영화관을 찾듯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를 즐겨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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