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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삼 아라한은 부처 되기 위한 득도의 총화

커버스토리 적산 스님 | 2014년 07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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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3003점의 아라한을 미술작품에 담아낸 적산(寂山) 스님의 ‘3003위 大아라한’전이 7월 16일~29일 인사동 갤러리 미술세계 전관에서 열린다. 99년 공평아트센터에서 열린 첫 번째 개인전 이후 15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적산 스님은 수행 도중 깨우친 아라한의 다채로운 모습을 대중에게 알리며, 풍진 세상속의 스님 자신과 세상의 본질을 보여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승려이면서 동시에 한국화가로 유명한 적산 스님은 화도의 길에 입문한 지 30여년이 넘었다. 20여 년 전 출가해 입산했으니 꼬박 10년 차이로 존재의 지향을 달리한 것이다. 어린 시절 화가의 꿈을 키웠지만 주변 환경 때문에 한때 붓을 꺾기도 했던 스님은 신기하게도 승려가 된 이후에 다시 붓을 잡으면서 그만의 독특한 예술관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적산 스님이 그리는 그림은 산수화다. 논밭과 산길 등 삶의 공간과 인간 세상의 모습을 화폭에 두루 담는 그는 물질문명의 이기에 찌든 속세에서 사람들의 마음에 심산유곡을 심어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토굴에서 작업해온 스님은 승려와 화계의 경계에 선 드문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99년 첫 번째 전시에서 보여준 수십 점의 수묵채색화는, 그만의 필력과 조형미를 갖춘 고고한 작품들로써 작품 발표 이후 곧바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첫 전시 이후 15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적산 스님은 첫 번째 전시에서 보여주지 못한, 자신이 그리고 싶은 작품 세계의 진면모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전시 제목에 적힌 ‘아라한’이라는 말은 불교용어로써 더 닦을 것이 없고 번뇌가 없는 불생의 상태를 뜻한다. 더 배워야 할 것과 알 것이 없다는 뜻에서 무학(無學)의 상태라고 칭하기도 한다. 중생을 구하는 아라한을 그림으로 표현한 그는 중생교화에 힘쓴 ‘시선존자’, 지옥고의 중생을 구제한 ‘근계 존자’ 등 3003 아라한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냈다. 
 “3003 아라한은 각기 다른 동작을 취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깊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각기 다른 의미가 보는 이로 하여금 신앙심을 돈독하게 하고, 자신의 신앙을 결심하여 수행하는 데 힘을 얻게 되죠. 초심자들이 아라한을 통해 기도를 하면서 정진하여 자신의 소원을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불자들 위해 필사의 의지로 작품 완성 
득도를 통한 깨우침. 아라한은 단순히 깨침만 얻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득도의 첫 단계부터 마지막 부처가 되기까지 단계별로 얻은 득도의 총화를 뜻한다. 적산 스님의 작품은 비단 종교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현대 감각에 맞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이번 ‘3003위 大아라한’전은 불교 미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별도로 지도까지 받으며 작품을 완성한 결과다. 적산 스님은 “종교화이기는 하지만 평론가들의 비평을 넘어서는 완성의 경지가 있는 작품들”이라며 “하나의 미술작품을 넘어, 수행자들이 작품을 통해 교감하고 마음을 밝히면서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적산 스님은 그림을 그릴 때 항상 주변을 정리한 뒤 정갈한 마음으로 작품에 임한다고 한다. 몸과 마음이 흐트러지면 작업에 장애가 생기고, 작업 결과물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 지난해에는 막바지 작업에 치중하다가 식음을 전폐하고 응급실에 실려가 생사를 넘나들기도 했지만, 아라한을 통해 불자들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결국 3003점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아라한이라는 것은 불교적 세계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 같은 다원화 시대에 복잡한 문제에 직면한 개인의 구원을 기원하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오랜 세월 동안 수행하는 마음으로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완성했어요. 3003점의 아라한을 통해 이 땅의 불자들에게 불심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모든 사람과 사물이 스승이다 
적산 스님은 자신이 화가로 작품 활동을 하는 데 있어 믿고 따랐던 스승으로 해인사의 원각 스님과 혜암 스님을 언급했다. 그 역시 스승님들처럼 위의를 갖추면서도 늘 주변 이들을 돌아볼 줄 아는 스님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미술을 시작하고, 승려가 된 이후로 모든 사람과 사물을 스승으로 모시게 됐다는 그는 대중들에게 전하는 설법도 잊지 않았다.
“각자에게 맡겨진 본분을 중시하며 살아야 합니다. 참된 법을 구하는 길을 찾기 위해서는 다른 게 필요하지 않아요.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맡은 본분을 다하는 것. 내가 누구인가, 왜 이 자리에 서있는가를 바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산 스님은 3003점의 아라한 연작을 그리는 데 모든 정열을 쏟아 붓고 생사를 건 모험을 했던 터라 당분간은 작품 계획 없이 수행에만 정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그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공부를 하기 위해 토굴에만 머물 생각이라고. 스님은 “기회가 된다면 불교 포교에 매진하는 저술 활동을 하고 싶다”며 “대중들이 쉽게 불교를 접하는 대중서를 집필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인사동 갤러리 미술세계 전관에서 열리는 적산스님의 전시를 놓치지 말자. 3003점의 여러 가지 아라한의 모습에서 득도와 행복으로 가는 길을 찾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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