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부터 10월 12일까지 표현주의 미술의 선구자이자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 에드바르드 뭉크의 회고전 <에드바르드 뭉크-영혼의 시 Edvard Munch and the Modern Soul>展이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다. 2014년, 유독 힘들고 지친 우리의 감성을 위로해줄 이번 전시에서는 에드바르드 뭉크의 걸작 <절규 The Scream> 석판화 버전을 포함하여 유화버전의 <생의 춤 The Dance of Life>, <마돈나 Madonna>, <뱀파이어 Vampire>, <키스 The Kiss>등 뭉크의 대표작과 직접 촬영한 셀프카메라 등 총 99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뭉크의 전반적인 작품세계를 조망하고 20세기 초 유럽에서 격동의 시대를 겪은 그가 어떻게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고 예술로 승화시켰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절규 The Scream>는 두말 할 것 없이 뭉크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절규>는 신을 잃고 현대 사회의 물질주의에 지친 현대인들의 불안을 표현한 작품으로 해석되어왔다. 뭉크는 여러 가지 버전의 <절규>를 제작 했는데, 우리에게 알려진 작품은 네 가지 버전이다. 각각 유화, 템페라, 크레용, 파스텔로 그려졌고, 판화로도 제작되었다. 가장 유명한 템페라 버전은 노르웨이 내셔널갤러리에, 유화와 파스텔 버전은 노르웨이 뭉크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고 크레용 버전은 지난 2012년 당시 경매 사상 최고가 1억 1,990만 달러(약 1,300억원)를 기록하며 미국의 개인 소장자에게 낙찰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94년과 2004년 작품 도난 사건으로 인해 해외반출이 어렵게 된 회화 버전을 대신하여 1895년에 석판화로 제작된 흑백의 강렬한 <절규>를 만나볼 수 있다. 판화 버전의 <절규>가 해외에서 전시되는 것도 이례적이며 2006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전시된 이후 해외에서는 8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에서 공개한다.
삶과 죽음과 사랑에 관한 시
뭉크가 “삶과 죽음과 사랑에 관한 시” 라고 표현한 <생의 프리즈>는 사랑, 삶의 불안, 고독, 죽음 등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감정과 삶의 단면을 테마로 구성한 연작이다. 1893년 베를린에서 머무르던 시기에 ‘사랑’을 주제로 한 시리즈를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1895년에 첫 번째 전시회가 열렸다. 고독한 인생을 살았던 뭉크는 자신의 비관적인 인생관을 통해 바라본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생의 프리즈> 연작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절규 The Scream>를 포함하여 <생의 춤 The Dance of Life>, <마돈나 Madonna>, <뱀파이어 Vampire>, <키스 The Kiss>등 뭉크의 대표작 대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유화 1점과 판화 3점으로 이루어진 <키스>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동일한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 낸 뭉크의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뭉크의 자화상 그리고 셀프카메라
뭉크는 자신의 감정과 내면의 자아에 대한 탐구를 작품으로 기록한 최초의 화가 중 한 명이다. 청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면서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고스란히 표출시켰다. 현재 뭉크의 자화상은 70점의 유화와 20여 점의 판화, 100여 점의 수채화와 드로잉으로 남아있다. 뭉크는 회화 이외에도 새롭게 등장한 사진과 영화와 같은 신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세기말은 산업화와 함께 영상 매체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던 시기였다.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는 모더니스트였던 뭉크는 30여 년간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뭉크의 다양한 자화상 10점이 전시된다. 회화로 제작된 작품 5점 <자화상 Self-Portrait>(1882), <지옥에서의 자화상 Self-Portrait in Hell>(1903), <스페인독감 직후의 자화상 Self-Portrait after the Spanish Flu>(1919), <유리 베란다에서의 자화상 Self-Portrait on the Glass Veranda>(1930-33), <대구 머리 요리를 먹는 자화상 Self-Portrait, with a Cod’s Head on the Plate>(1940-42), 판화로 제작된 작품 1점 <팔뼈가 있는 자화상 Self-Portrait>(1895), 셀프 카메라 사진 4점을 만나볼 수 있다.
뭉크의 또 다른 수식어, 판화마스터
뭉크는 회화뿐만 아니라 판화분야의 선구자이기도 했다. 뭉크는 굉장히 많은 작품을 제작했는데, 유화 약 1,100 점, 판화 약 18,000 점, 드로잉과 수채화 4,500여 점을 남겼다. 총 20,000여점의 작품 중 대다수를 판화 작품으로 남겼다는 사실을 통해 뭉크가 판화에 상당히 매료되었고, 평생 동안 끊임없이 판화를 연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뭉크는 1894년 처음으로 동판화 기법을 시도한 이래 당시 매우 세련된 기법의 다색 석판화를 제작하던 툴루즈 로트렉(1864~1901)에게서 영향을 받아 지속적으로 석판화를 제작한다. 당시 회화 작품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었던 뭉크는 본격적으로 판화 제작에 뛰어들게 되었고 이것은 판화 분야에서도 회화만큼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게 되는 발판이 되었다. 뭉크는 초기에 이미 회화로 표현했던 이미지와 모티프를 이용한 복제본 형식의 판화를 제작했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생의 프리즈>에 속하는 작품들이 판화로 탄생하면서 단순한 복제품이 아닌 완성된 작품a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때로 뭉크의 판화는 회화보다 높게 평가되기도 했는데 <질투 Jealousy>의 경우 유화보다 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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