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던 지난해 말, 서울 반포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는 강남권 최고 분양가로 9월까지 진행된 2차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아파트가 안 팔려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경쟁적으로 깎고 있는 불황에, 아크로리버파크가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것은 ‘재건축사업의 마이더스 손’이라 불리는 한형기 조합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재건축의 롤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뛰어들어서 성공했다”며 “대한민국에 이런 재건축 성공 사례는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반포 지역은 명실공히 강남 최고의 요지이다. 하지만 신반포1차 아파트 지역은 원래 강남 부유층과는 거리가 먼 ‘강남의 달동네’였다. 주민들은 대부분 한 아파트를 20~30년 동안 보유하며 융자를 받아 자녀들을 가르치고 생활비를 썼던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재건축만 오매불망 기다렸던 경우가 태반이다. 20년 전인 1994년 재건축사업의 첫 발을 내딛은 신반포1차 아파트는 그러나 이해관계로 뒤얽힌 조합원간의 의견 대립과 각종 소송으로 파국으로 치닫는 위기상황을 겪은 바 있다.
한 조합장이 신반포 1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구원투수로 나선 것은 2011년 9월. 그동안 수많은 조합장을 교체후 더 이상 대안을 찾지 못하고 직접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한 조합장이 재건축 사업에 손을 댄 이후 사업은 막힌 도로가 뚫리는 것처럼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됐다.
20년 넘게 삼성중공업과 대우건설을 거친 건설통으로 재건축 종합컨설팅사의 부사장을 역임했던 그는 주택사업, 특히 재건축사업에 대한 부조리와 불합리한 진행과정을 보면서 해결책 마련에 부심했다. 그는 취임 이후 내분과 소송으로 얼룩졌던 현장을 2년 반 만에 도시계획 심의와 건축심의를 통과시켰고 사업시행변경인가와 관리처분변경인가를 얻어냈다.
“평범한 조합원과 조합장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라고 봅니다. 나는 이 사업이 수많은 재건축 사업의 모범사례이고 벤치마킹 대상이 될 거라 믿었어요. 결국 수많은 조합장이 우리의 성공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다녀갈 만큼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죠”라고 말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합원을 위해 노력한 것이 조합원을 하나로 뭉치게 해 지금의 결과를 낸 것”이라 강조했다.
로열층과 일반층 가격차 4억 이상 벌려…관행을 깬 분양가로 승부
사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는 1차 분양 때만 해도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아서, “요즘 같은 부동산 불황에 어디 그 가격으로 분양이 되겠느냐”는 주변의 불신을 샀다. 작년 말 1차 분양 때는 초반에 계약률이 40%를 밑돌 정도로 상황이 어려웠던 적도 있다. 한 조합장은 “주변에서 너무 높은 분양가로 무모하게 안 된다고 하는 걸 억지로 밀어붙인 건 아닌지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며 이때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뉴욕 맨하튼의 최고급 아파트처럼 명품 아파트는 아무리 분양가가 높아도 결국 팔린다는 확신을 가졌다. 건설사들조차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의 분양 성공을 지켜보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상황이었다.
“건설 회사에서 최고 로열층과 일반 층의 가격차를 2억 이상 벌리지 않는데, 저는 4억 이상을 벌려놨습니다. 관행적으로 가치를 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건설사들이 제가 하는 방식을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결국 그는 해냈다. 2회 차 일반분양 물량을 100% 계약 완료한 것이다. 전체 1612가구 중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은 1회차 515가구, 2회차 213가구 등 총 728가구다.
지난해 12월 1회차 분양에서 평균 17대1, 최고 42대1의 청약 경쟁률을 보인 이 단지는 올해 9월 2회차 분양에서 분양가를 더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17대1, 최고 169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시장을 놀라게 한 뒤 계약도 초스피드로 마무리했다.
분양 성공으로 아크로리버파크 조합원들은 아파트 한 채와 함께 수억 원을 되돌려 받았다. 대다수 뉴타운과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이 분양이나 입주를 앞두고 추가분담금 폭탄을 맞는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조합원들은 얼마나 돌려받았을까.
대한민국 명품 아파트를 만들겠다는 욕심
아크로리버파크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회차 3830만원대, 2회차 4130만원대였다. 2회차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112㎡ 분양가는 22억5100만원으로 역대 최초로 3.3㎡당 분양가(5000만8000원)가 5000만원을 돌파했다. 구 28평 소유자가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를 분양받을 경우 약 7억8000만원, 84㎡의 경우 4억3000만원 가량을 돌려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112㎡를 선택하면 4000만~8900만원을 돌려받는다.
구 32평 소유자가 아크로리버파크 59㎡ 선택 시에는 약 10억2000만~10억4000만원, 84㎡ 선택 시 6억6000만~7억원 가량 돌려받는다는 분석이다. 112㎡ 선택 시 약 1억8000만원을 돌려받게 된다. 조합원 분양가는 59㎡ 8억원대, 84㎡ 11억원 중반, 112㎡ 16억원 중반, 129㎡ 18억원 중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20동·21동을 통합재건축으로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2012년에는 서울시의 건축심의 촉구를 위해 박원순 시장에게 직접 호소문을 전달하는가 하면, 같은 해 3월에는 덕수궁 앞에서 1500명이 참여한 대규모 건축심의 촉구대회를 개최했다. 3개월 뒤 서울시의회 의장과 서울시 부시장과의 면담자리에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통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2013년 1월 29일 건축심의 통과라는 성과를 얻게 된 것.
한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똘똘 뭉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성과가 있었다”며 “신반포 1차는 강남이 아닌 대한민국의 대표 아파트로 처음부터 기획했고,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명품아파트로 조성키 위해 조합과 시공사가 합심한 결과”라고 말했다
조합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친 것도 사업 성공의 발판이 됐다. 사업장은 총회가 열리면 조합원 참가율이 98%에 달한다. 총회 때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기존 사업장과는 달리 한 조합장이 작성한 각종 시행안에 조합원들이 경청하는 모양새다.
“재건축사업 성공,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것”
아크로리버 파크는 “서울시 민간아파트 제1호 특별건축구역지정”과 ‘서울시 재건축 제1호 우수디자인’ 인증을 획득했다. 발코니 인센티브(30%)를 받아 입주자가 확장 시 실제 사용하는 면적을 넓힐 수 있었고, 서울의 기존 아파트와 재건축에서는 보기 힘든 59㎡와 84㎡ 주택을 포함하여 전 평형 주택에 4-Bay로 설계돼 화제가 모은 적도 있다. 특히 최근 분양한 ‘아크로리버 파크’는 2차는 1차보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가구가 많은 데다 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과 계성초, 반포초·중 등의 접근성이 좋고 공원과 커뮤니티 시설이 잘 돼 있어 입지 여건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한 조합장은 요즘 그의 사업추진력을 전수받으려는 여러 재건축사업장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미 몇몇 현장은 자문역을 맡고 있기도 하다. 재건축 관련 서적을 집필하자는 출판사 요청도 많아 그는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다. 그는 “주변에서 재건축 성공 노하우를 묻지만 열정과 목표를 갖지 않고 이뤄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매일 새벽 6시에 나와서 밤늦게까지 일을 하면서 재건축 사업은 정말 노력한 딱 그만큼의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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