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꿈이 타인의 열매로 발현하는 것. 어쩌면 사회복지 혹은 교육이라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 태백문화연구소(이사장 최연진)는 1998년 5월 현 최연진 이사장이 ‘성해문해교실’을 운영하며 시작됐다. 혼자 힘으론 하기 벅찬 일임에도 그는 고단한 생활을 묵묵히 견뎌내며 많은 이들의 평생소원을 이룰 수 있는 대안학교 운영에 혼신을 담았다. 현재 태백대안학교는 교육부 인정 초등 교과 과정과 대학(사회복지학) 학점 인정 기관으로 성장했고 태백지역의 문화예술교육의 산실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태백으로 향하는 길, 고개를 넘을 때마다 비가 내리다 그치길 반복했다. 마침내 도착한 태백대안학교에 들어서자 최연진 이사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뿌리는 태백에 두고 서울의 공기업에서 오랜 직장생활을 한 최 이사장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태백대안학교의 첫걸음과 현재, 그리고 앞으로 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실천하는 교육위해 태백에 안기다
최연진 이사장의 말이다. “고등학교까지 태백에서 학교를 마치고 대한석탄공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이 마땅치 않았어요. 그러다 서울의 공기업으로 이직하게 됐고 나이 마흔이 되어서야 만학도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라며 “자존심이 센 저로서는 제 스스로에게 용납이 안 됐어요. 많은 책과 부단히 씨름을 했습니다. 국문학, 건축학 등을 수학했고 사회복지학으로 석사를 마쳤고 박사과정은 행정학을 전공했어요.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했습니다.” 짧은 몇 마디에 담긴 지난한 노력의 애씀을 담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얼추 그 속에 담긴 노고의 흔적이 느껴졌다. 그는 그렇게 태백문화연구소를 설립했고, 사회복지학 교수가 되었으며, 등단한 시인이 되었고, 태백시교육청 1호, 태백평생교육시설 및 2006년 개교한 태백대안학교와 2004년에 설립한 지역아동센타를 운영하며, 사회복지를 몸소 실천했다.
지역사회 인재 배출하는 산실로 자리매김
“1998년에 태백문화연구소를 설립할 당시,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하겠다는 심정이었습니다. 직장은 서울이었고 집은 태백이었으니 오가며 생활했습니다. 그러다 많은 고민 끝에 2003년 회사를 떠나 태백으로 완전히 귀향하며 연구소 운영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연구소 설립으로 문화, 예술, 공연, 강연회 등 지역문화발전을 위한 일에 몰두했습니다.”는 말로 그간의 실천을 간추렸다. 아마도 국내 대안학교 중, 초등 과정부터 중고등 및 대학과정까지 전 과정을 보유한 곳은 태백대안학교가 유일하지 않나 싶다. 최 연진이사장은 “많을 땐 100여 명이 넘기도 했지만 현재 성인으로 구성된 학생이 70여 명 수학하고 있습니다. 지난 과거에 교육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분들이 공부를 하며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볼 때면, 그들보다 제가 더 기쁘고 큰 희열을 느낍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을 통해 지역사회의 일꾼으로 성장한 인물이 속속 배출되고 있다. 시의원을 비롯해 대학과 대학원 졸업자까지 배출하며 배움의 결실을 거두고 있는 태백대안학교였다. 더불어 대안학교 운영과 관련해 최 이사장은 “올해 하반기에 좀 더 환경이 쾌적한 곳으로 이전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2년 동안 숙소 환경 등으로 신입생을 받지 않던 중·고교과정 청소년학생들에 대한 모집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라며 조만간 발전적인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여행전문가가 만든 해외여행 역사프로그램
한편, 태백문화연구소 설립 당시부터 10여년을 넘게 진행해 온 ‘청소년 해외 역사문화탐방 캠프’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진행된다. 단순히 값비싼 비용을 들여 유희만을 위한 목적이 아닌 캠프는 전국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진행되어 왔고 최연진 이사장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여행프로그램이다. 최 이사장은 지난 25년간 50개 국 이상을 여행한 배낭여행 전문가로 그가 전국에서 매년 20여 명의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최 이사장은 “매년 여름방학 기간에 실시되는 여행캠프는 항상 인기가 많아 조기에 예약이 마감됩니다. 7월에서 8월 사이에 실시하고 있으며 유럽의 주요도시를 중심으로 약 15일간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의 경우엔 “교과서 밖으로 나온 유럽의 역사문화”란 주제를 가지고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파리, 베네치아, 프라하, 빈, 부다페스트, 프랑크푸르트 등을 순회할 계획입니다.”고 소개했다.
살아 있는 역사 프로그램으로 정평
최연진 이사장은 “학생들이 해외여행에 투자하는 비용을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국내에서 학원에 다니며 드는 비용 대비 효과로 말한다면, 견문을 넓히고 꿈을 키울 수 있는 여행이 훨씬 풍요로운 정서를 갖게 만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또 이 여행 프로그램의 특징은 여행사를 거치지 않고 실비 수준의 비용으로 내실 있는 구성으로 많은 학부형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는 점이다. 최 이사장은 “항상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실시간으로 카페에 소식을 올리고 부모님들이 자녀가 현재 어디에서 무얼 하는 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하고 있습니다.”라며 “성적을 높이거나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서의 역사는 단순히 지식으로만 배우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역사공부라 하기 힘듭니다. 역사의 현장에서 유적지를 답사하며 지혜와 슬기를 배울 수 있는 살아 있는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최연진 이사장은 태백대안학교를 비롯해 그동안의 결실을 한데 모아 하나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대학원대학교’의 설립이다. 현재도 공부를 위해 인근 삼척, 정선, 영월, 봉화에서 학구열을 가지고 참여하는 많은 학생들을 볼 때마다 더 좋은 환경을 그들에게 제공하고 싶다는 다짐을 한다는 최 이사장은 “앞으로 몇 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하고 싶습니다. 물론 큰 자본이 필요하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태백문화연구소를 설립할 때도 그랬고, 대안학교를 설립할 때도 모두들 불가능이라고 했지만 현실이 된 것처럼, 대학원대학교의 설립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구조적으로도 현재 태백대안학교는 초등 과정부터 대학과정까지 운영이 되고 있으므로 조금만 보완한다면 매우 튼튼한 구조를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과 인터뷰를 끝내고 기사작성에 활용하라고 건네 준 책자는 태백대안학교의 지난날을 고스란히 담은 것으로 “꿈꾸는 사람들의 꿈같은 이야기, 꿈”이란 제목을 담고 있는 사진집이다. 배운 다는 것의 무한함과 꿈 꿀 수 있다는 가능성의 기로에 서서, 어떤 이는 포기를, 어떤 이는 도전을 선택한다. 태백문화연구소와 태백대안학교가 있기 전, 최연진 이사장의 마음속에 꿈이 있었고, 그 꿈은 타인의 열매로 나타났듯이, 대학원대학교란 보이지 않는 꿈속에 이미 다른 이의 가슴에는 열매가 맺혔을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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