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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애환 담은 제주의 색 한국의 미 알리는 민간외교 사진작가

서정희 사진작가 | 2015년 1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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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부터 12일까지 6일간 서울 중구 캔손갤러리에서 서정희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후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사진전은 ‘분할의 카타르시스-제주의 색을 말한다’를 테마로 작업한 총 32점의 사진작품이 전시됐다. 칼라인 칼라의 화두로 올 초부터 제주도 마을을 찍어온 서 작가는 창의적 발상, 독창적인 편집 기법으로 제주의 색을 표현하고 있어, 국내 사진계의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면과 색을 통한 분할의 카타르시스는 작품 속에 흐르는 진정한 의미이며, 이번 전시작들을 통해 제주도민의 삶과 애환, 진실을 보게 될 것”이라며 전시를 소개했다. 서정희 작가는 밀라노, 두바이, 싱가포르 아트페어를 통해 세계 속 한국의 미를 알리는 민간외교 사진작가로서 (사)사진과 사람을 주축으로 국내외 활발한 전시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주의 색은 따뜻한 바람을 타고 넘어오는 태평양의 푸른빛을 닮아 있다. 코를 간질이는 후끈한 향기와도 같고, 내 눈을 홀리고 사라져 가는 여인의 모습과도 같다. 제주의 자연 속 수많은 마을들 그리고 집들. 그 모든 것들은 큰 화폭에 펼쳐진 기나긴 그림 같은 것이다.” -작가노트 中

“너무나도 잘 알려진 제주에 대해 말하고자 함은 자연의 풍요로움에 있지 않고, 제주민이 순간순간 만들어 낸 그들의 삶의 터전을 담고자 하는 것입니다. 제주의 바다와 산 그리고 하늘은 우리에게 경이로움을 넘어 신비로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서 작가는 매주 주말이면 분주해진다. 제주의 마을을 돌아보기 위해 짐을 꾸려야 하기 때문. 각종 촬영장비가 담긴 배낭은 묵직하지만, 그 정도 무게쯤이야 가뿐하다.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제주민들의 삶과 애환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작업은 언제나 설렘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주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토착민들의 삶의 터전, 제주 본연의 색과 마주한다. 서 작가는 “집을 짓고, 마지막으로 칠하는 외부의 모습에서 제주민들의 마음을 엿본다. 마치 총감독의 지휘 속에 진행되는 제주도 색칠하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듯하다. 그 색 속에서 제주민의 마음과 제주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서정희 작가에게 사진은 어떤 전환점을 주었을까. 그에게 사진은 치열한 삶 속 휴식의 공간이자, 지친 영혼의 위로였다. “20년 넘게 학원 강사를 하고, 부산의 한 대형학원 부원장직을 맡았습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주일 내내 일에 빠져 살았죠. 그야말로 워커홀릭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일중독으로 살다가 죽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취미생활을 찾기 시작했고, 그간 관심을 두었던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샀습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서 작가는 주말만 되면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사진에 매료돼 동호회활동을 시작하게 됐고, 회원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 이 때 인연을 맺은 회원들과 조직한 것이 (사)사진과 사람이다. 이후 지난 2011년 자녀의 학업문제로 제주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제주를 담기 시작했다. 그에게 제주는 환상과 신비의 공간이었고, 가장 한국적 미를 자랑하는 곳이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제주의 풍경을 담는 사진작가는 많다. 하지만 나는 제주의 마을을 담고 싶었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낡은 지붕, 벽, 창문 등에 집중했다. 벽도 평면의 벽이 아닌 구조적으로 개성이 돋보이는 것을 찾아다녔으며, 원색의 컬러와 대상의 구도를 맞춰 작품의 분위기를 살렸다.” 

작가 서정희의 화면은 독특하다. 그림과 사진의 모호한 경계에서 신비로운 제주의 색을 담아낸다. 화려한 컬러감과 환상적 구도가 그림인 듯, 사진인 듯 관람객들로 하여금 혼란을 준다. 또한, 유화적 특성이 강해, ‘고흐의 사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렇듯 그의 개성적 작품을 마주하면, 수천 번의 셔터를 누르며 제주 본연의 신비로움을 포착하기 위한 작가의 집념과 열정이 묻어나온다. 현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에  참가해 ‘눈보라 속에서’란 작품을 선보인 그는 몰아치는 눈보라 속 돌문화공원의 환상적 장면을 포착해 호평을 얻고 있다. 

그의 작품은 제주의 자연풍광을 초월한 인문환경까지 담고 있다. 단순히 집의 외양을 넘어 제주민들의 정서를 대변한다. 집의 색은 제주 자연환경에 스며들어 또 하나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김지오 평론가는 “서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제주 특유의 원색적 색채와 사람들의 모습들을 진솔하게 표현한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면서 “독자들은 하나의 면으로 형상화 된 시각화는 시각을 넘어 여러 감각을 깨우는 유동적 형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정희 작가는 “심연으로 흐르는 시각적 심상을 표현한 이번 개인전 작품들은 제주의 색다른 이정표가 될 것이며, 이방인들은 마을마다 다니면서 작품 속 장소를 찾아보는 것도 제주 여행의 색다른 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의 색은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제주만의 독특한 색은 아우라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다. 스쳐지나가는 일상의 모습에서 나만의 푼크툼(punctum)을 찾아본다. 한 장의 사진이 사진이기 보다 그림으로 나의 마음에 각인되고 사라진다.” 

서 작가는 새해 두바이 아트페어와 밀라노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그가 소속된 (사)사진과 사람의 활동영역을 넓혀 사진뿐 아니라 회화, 공예, 전통무용이 융합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내년도 7월 예정인 북촌 사이아트갤러리 개인전 및 8월 중문 캔싱턴 호텔 전시 등을 통해 그만의 독자적 감성이 담긴 사진예술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형화되지 않은 한국의 미를 세계 속에 전파하고 있는 민간외교 사진작가 서정희. 한국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활발한 전시활동으로 국가 위상을 높이고 있다. 앞으로 그의 바람처럼 작품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인간 냄새 가득한 사진 활동을 지속하길 바란다. 정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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