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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위의 하모니 음악적 감성 담은 따뜻한 화폭

이경혜 서양화가 | 2016년 01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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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위에 따뜻한 휴식의 공간을 담아내며, 아련한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경혜 작가는 음악적 선율이 깃든 자연의 서정적 풍광과 정물을 감각적으로 표현해 주목을 끈다. 그는 자연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그만의 독특한 조형언어로 표현하며,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해내고 있다. 화폭 위에 어울림을 꿈꾸는 이경혜 작가는 캔버스를 색·선·면이라는 음표로 채워 넣는 회화 작곡가이자, 각 요소들을 조화롭게 조율하는 지휘자다. 

작가 이경혜는 이화여자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하고 40년간 음악교육자의 길을 걸으며 후학양성에 기여했다. 또한 음악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그림에 창작열을 쏟은 그는 1998년 롯데화랑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총 13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30여회의 국내 단체전 및 다수의 해외초대전에 참여해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는 정물화와 풍경화라는 회화의 가장 일반적인 형식으로 작업을 진행하지만, 오랜 세월 체득한 음악적 감성을 캔버스 위에 불어 넣어 새로운 미감을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곡을 전공한 그답게, 서로 다른 멜로디를 조화롭게 만드는 대위법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상들의 조화를 통해 단순한 정물과 풍경의 재현을 넘어 회화만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이경혜 작가. 그는 절제된 색채와 감각적 구성, 대상의 순수성을 조형화해 화면을 자유롭게 채워나간다. 예술적 경험과 차별성을 근간으로 깊이 있는 작업을 추구하는 이경혜 작가는 따뜻하고 편안한 그림으로 감상자들을 매료시킨다.  

“조용한 음악을 감상하듯, 피곤한 삶에서 휴식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작가노트 中

이경혜 작가의 화면은 꽃과 과일 등의 정물과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 주를 이룬다. 대상을 단순화하여 색면의 형태로 만든 유화 작품들은 소박하면서도 담백하게 표현된다. 캔버스 가득 평화로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잔잔히 흐르는 멜로디는 깊은 감성을 울리며 사색의 공간으로 이끈다. 대위법에 기반한 회화작업을 추구하는 이경혜 작가는 수많은 음을 다루는 작곡처럼, 캔버스 위에 하모니, 즉 서로 다른 요소들의 조화를 추구한다. 

그의 화폭에 꾸준히 등장하는 꽃과 과일은 그 형태와 표현기법이 초기부터 근작까지 다양한 변화를 보인다. 현실 속 대상을 충실히 반영했던 1990년대 정물과는 다르게, 2000년대부터 새로운 기법을 시도했으며, 대상의 단순한 묘사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고유한 조형언어를 구축한다. 때로 형태가 변형되기도 하고, 색채가 주관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기하학적 구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더불어 장식적 요소를 가미하여 작가 특유의 개성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단순히 현실의 모습을 캔버스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 각 요소들의 화합을 통해 발산되는 아름다움을 추구했다는 측면에서 오랜 세월 음악과 회화의 조화를 부단히 탐구한 그의 내공을 가늠케 한다. 이경혜 작가는 “풍경화에 그려진 집은 심리적 안식처를 뜻하며, 정물화 속 과일과 꽃은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자연과 주택이 어우러진 따뜻한 풍경 속 음악적인 요소들이 감성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작가에게 친숙한 음악적 기호는 작품의 구성요소로 존재하는 것을 넘어,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펼치는데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이경혜 작가는 혼탁한 세상을 너그러이 포용할 수 있는 따뜻한 작품을 그린다. 지금껏 ‘자연’을 모티브로 작업을 이어온 그는 대상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향토적인 색채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담아낸다. 또한, 야외 스케치작업에 주력하여 현장의 예술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기에 감상자는 캔버스 안으로 흡수되는 미적 쾌락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자연을 관조하는 작가의 시각을 토대로 회화의 고전적 규칙에서 벗어나 개인적 인상에 따라 대상을 소박하게 재현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그의 화면에서는 변형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특색 있는 새로운 시도를 고집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차별화된 스타일을 구축하며, 예술의 깊이를 다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이경혜 작가는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쉼 없이 전진해온 집념의 작가이다. 그는 지금껏 음악교육자로서 후진양성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모교인 이화여자대학교에 발전기금 5천만원을 기부하고, 이화여자대학교 교회 및 숭문동문회에 총 1,5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하는 등 후배사랑을 실천해 귀감이 된다. 현재 한국미협, 대한민국회화제, 서울아카데미회, 전업작가회, 국제화우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작업에 매진하고 있으며, 작품구상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화폭에 담긴 아름다운 그림만큼이나 맑은 영혼을 간직한 이경혜 작가. “감상자들의 마음에 와 닿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자, 작품으로 기억되는 작가이고 싶다”는 그가 모쪼록 건강을 유지하여,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길 기대해본다. 그의 순수한 마음이 담긴 그림은 시대가 지나도 늘 환한 빛을 발휘하며 행복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정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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