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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 그려낸 도시, 그 도시에서 꽃 피운 미술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 2016년 11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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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도시의 세계가 열린다. 오는 10월 5일부터 11월 23일까지 50일간 특별전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다. 조선시대 후기(18세기)부터 1930년대까지 우리 미술을 도시 문화의 맥락에서 살펴보는 이번 특별전에는 모두 204건 373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특히 중국의 도시 경관이 10여 미터에 이르는 긴 두루마리에 상세히 묘사된 랴오닝성박물관 소장 <청명상하도>와 <고소번화도>를 전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두 작품은 우리 국보에 해당하는 중국 1급 문화재로 두 점이 동시에 전시되는 기회는 매우 드물며, 이번에도 단 19일 동안만 진본을 공개한다. 
조선후기 스타 풍속화가의 작품을 한자리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도시의 쾌활한 일상을 그린 풍속화인 김홍도의 <무동>과 신윤복의 <주사거배(酒肆擧盃)>를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전시에서 비교해볼 수 있다. 두 작품을 포함한 김홍도의《단원풍속도첩》과 혜원 신윤복의《혜원전신첩》은 조선을 대표하는 두 풍속화가의 작품으로 손꼽히지만, 둘의 작품이 나란히 전시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번 전시는 서민들의 흥겨움과 건실함을 담은 단원과 도시 뒷골목의 유흥을 담은 혜원의 풍속화가 조선 후기 도시 문화를 어떤 모습으로 그렸는지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자리다.
이처럼 다양한 전시품을 소개하는 특별전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은 총 4부로 구성하여, 도시 경관, 도시 사람들, 도시의 취향과 미의식을 담은 작품들을 보여준다. 또한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미술이 어떻게 변화하면서 현재에 가까워졌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부 ‘성문을 열다’는 조선의 수도이자 대표 도시인 한양의 변화를 그림으로 살펴본다.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였던 한양은 조선 후기가 되면서 북적이는 상업 도시로 거듭났다. 도시 영역은 성곽 밖으로 확장돼 나갔고, 시인과 화가들은 도시를 노래하고 그렸다. 이러한 변화는 비슷한 시기의 중국과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와 <고소번화도(姑蘇繁華圖)>, 한국의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 일본의 <낙중낙외도(洛中洛外圖)> 등은 당시에 꿈꾸었던 이상적 도시의 모습이다. 정조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신도시 화성의 모습을 알려 주는 <화성전도(華城全圖)>도 최초로 공개된다. 
2부 ‘사람들, 도시에 매혹되다’는 도시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본다. 도시 속 사람들은 풍속화의 주인공이 되었고, 김홍도와 신윤복이라는 걸출한 풍속화가가 각광을 받았다. 한편 도시에 집중된 최신 정보와 번화한 문물을 바탕으로 향촌과는 다른 도시 문화가 성장했다. 전시에서는 도시 문화의 신진 주도층인 중인(中人)에 주목하였다. 그들은 사대부 문화와 공통하면서도 다른 문화, 즉 독특한 여항(閭巷)문화를 창출하였다. 19세기 중인 문인의 모임을 그린 <수계도(修禊圖)>를 통해 문화 트렌드 리더들의 결속과 풍류를 알 수 있다. 조희룡(趙熙龍), 전기(田琦), 유숙(劉淑) 등 이른바 여항 문인들은 도시 속 미술의 흐름을 주도하였다. 
3부 ‘미술, 도시의 감성을 펼치다’는 도시의 취향과 감각을 보여주는 작품을 전시한다. 풍부하고 세련된 문물은 화려한 도시의 취향을 만들었고, 그것을 욕망하고 소유하고 과시하려는 풍조도 나타났다. 누구라도 시장에 나온 그림과 도자기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19세기 말에 외국인이 구입한 <기산풍속도첩> 등은 당시 미술 시장에 나온 ‘상품’으로서 미술품이 외국인에게 구매되었던 양상을 보여준다. 달리진 환경 속에서 미술이 지향하는 내용과 형식도 크게 변화했다. 미술가들은 창작 주체로서의 자의식을 강하게 분출했고, 과거의 이념과 질서에 얽매이지 않는 감각적이며 파격적인 감성들이 솟아났다. 조희룡에서 시작하는 매화 병풍의 화려한 표현력과 <책가도>에서 볼 수 있는 세속미, 이색감각의 도자기들은 도시의 미술 취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4부 ‘도시, 근대를 만나다’는 근대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미술가들의 변화를 모색해가는 과정을 짚어 본다. 개항과 더불어 신문물과 신매체가 도시에 밀려 들어왔다. 미술가들은 새로운 사조와 문물의 자극을 받으며 미술의 새로운 동향을 만들어 갔다. 동시에 식민지적 현실, 한국인의 정체성, 전통 등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도시 속 지식인으로서의 고뇌를 느낄 수 있는 고희동의 <자화상>, 낯익은 과거와 낯선 현재가 뒤섞인 서동진의 <뒷골목> 등의 도시 경관은 그러한 근대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술이 그려낸 도시, 그리고 도시에서 꽃 피운 미술을 찾아보는 특별전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은 도시라는 공간이 미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그리고 미술가들은 도시의 문화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그 흥미로운 과정을 따라가 보는 색다른 미술 감상의 기회다. 이러한 특별전과 연계하여 오는 10월 20일 대강당에서 9명의 국내 학자들이 참가하는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더불어 11월 11일 대강당에서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강연회를 개최한다. 전시기간 중에는 매일 4차례 전시 해설을 진행하고,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는 전시 기획자가 들려주는 큐레이터와의 대화가 열릴 예정이다. 배우 고두심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하여 전시를 차근차근 감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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