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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

커버스토리_ 이남한 홍채연구소 소장 | 2013년 07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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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
 
인상주의 시대 종말을 고한 최후의 인상파 화가 고갱. 프랑스 브르타뉴의 시골마을 퐁타방(Pont-Aven)에서 전업화가로 그림을 그리며 과감하게 원색과 원근법을 무시한 화면분할법으로 현실과 상상을 접목한 종합주의(Synthetism) 회화기법을 발명하며 새로운 미술사조의 선구자가 되었다.
당시 세기말 서구사회에 불어 닥친 산업문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남태평양 타히티 섬으로 떠난 그는 원시적 생활을 통해 삶과 존재의 근원을 집요하게 화폭에 담아냈다. 이후 종이유화와 판화, 조각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야수주의, 표현주의, 입체주의는 물론 추상미술에 이르는 20세기 미술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번 2013년 6월 14일부터 9월 29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개최되는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 전시회는 한국 최초의 고갱 회고전으로 그동안 그가 추구한 예술의 특징을 심도 있게 보여준다. 특히 고갱의 유럽생활과 화풍을 반영한 ‘브르타뉴시기(Bretagne, 1873-1891)’와 ‘폴리네시아시기(Polynesia, 1893-1903)’의 대표작품을 모아 고갱 예술의 발자취와 의미를 큰 시야로 살펴볼 수 있게 조명한다.
 
이 시대 왜 고갱인가?
고갱은 인상주의 시대를 마감한 최후의 화가이자 또한 20세기 미술사에 영향을 끼친 최초의 근대 화가이다. 그의 예술세계를 통해 과거 19세기가 추구했던 시대의 예술과 가난한 예술가의 자유로운 영혼이 추구하는 창작의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대로 화폭에 옮기던 전통 회화의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것을 주관적인 감정으로 화폭에 구현하는 탈 전통의 새로운 창작시대를 열어주었다.
범우주적인 세계관으로 창작에 전부를 바친 고갱의 예술을 통해 이후 미술계가 어떻게 진화하였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고갱의 후기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요소는 실존적 모티브나 오브제가 아니고 고갱 자신이 살거나 겪어보지도 못했던 인류의 커다란 원제를 담고 있다. 문명의 수많은 얼굴들을 통찰력 있게 화폭에 담아내면서 존재에 대한 근원적 물음과 낙원에 대한 이룰 수 없는 인류의 꿈과 이상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전에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화법을 고갱이 직접 실행함으로 근대 미술의 발전에 지대한 업적을 남겼다.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은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주식중개인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취미로만 그림을 그리다가 1880년 ‘제5회 인상주의전’에 참가하면서 본격적으로 전업화가가 된다. 반 고흐와 함께 20세기 현대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거장으로 평가 받고 있는 그는 ‘눈에 보이는 현상을 재현하는 방식의 인상주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타고난 색채 감각과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열정으로 그는 인상주의에서 한 발 더 진일보해 자신의 경험과 상상을 종합하여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 확장해 회화적 언어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구현해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인상주의와 차별되는 자신만의 독창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고갱의 삶과 예술이 남긴 의미와 감동
고갱이 추구한 예술의 위대함은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몇몇 작품에 함축되어 있다. 전시 사상 세계 최초로 한 자리에 소개되는 고갱의 3대 걸작 ‘설교 후의 환상(천사와 씨름하는 야곱)’(1888, 스코틀랜드국립미술관 소장), ‘황색 그리스도’(1889, 올브라이트녹스 아트갤러리 소장),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1897-1898, 보스턴미술관 소장)는 그가 추구했던 예술의 진수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특히 고갱 예술의 기념비적인 최초의 대작 전시는 그의 예술혼을 통시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특히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1897-1898, 보스턴미술관 소장)는 고갱의 폴리네시아시기를 상징하는 걸작이자 그의 예술사에 유언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탄생에서부터 삶과 죽음에 이르는 인간의 운명을 단계적으로 서술한 이 작품은 고갱의 예술을 철학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또한 그의 인생관, 세계관, 우주관을 풀 수 있는 열쇠다. 더욱 폭 4m에 달하는 벽화양식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지난 50년간 단 3번의 외유만 가능했던 보스턴미술관 소장 작품이다. 3년간 섭외 작업 끝에 극적으로 국내 전시가 이뤄진 고갱 예술의 백미이다.
또한 인상주의와 차별성을 둔 그의 작품 성향을 알리며 상징주의 종합주의의 탄생을 예고한 브르타뉴시기의 대표 걸작인 <설교 후의 환상( 천사와 씨름하는 야곱)>과 <황색 그리스도>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은 환상과 현실 사이의 모순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서양 미술사에서는 1889년을 고갱에 의한 근대 회화의 시작이라고 규정한다. 특히 이들 작품은 기존의 작가들이 사용하지 않은 ‘황색’과 과감한 ‘화폭의 단면 분할’ 등을 통해 과감하고 개혁적인 고갱의 예술세계를 엿보게 한다.
 
전 세계 30여 주요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진품 60여 점의 한국 외출
고갱이 남긴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오랜 방랑과 타국에서 힘들게 살았던 삶 때문에 그의 작품은 세계 도처에 다양한 소장자들에게 맡겨져 있다. 그런 만큼 고갱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으는 일은 어떤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보다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그러나 오랜 수고와 요청으로 이번에 최초로 전 세계 30여 미술관에 소장된 고갱의 대표작을 한국으로 공수할 수 있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위시한 7군데 미국 미술관과 파리 오르세미술관을 비롯하여 20군데가 넘는 유럽 미술관, 모스크바 푸시킨국립미술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30여 미술관에서 대여한 고갱의 60여 점의 진품명작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시 사상 최고의 보험평가액인 1조 5천억 원은 과거 2007년 ‘반 고흐’ 전시에서 기록한 보험평가액 1조원을 훨씬 웃도는 가격이다. 그럼으로 현존하는 고갱의 작품들이 타 인상주의 화가들 작품보다 매우 높게 평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만큼 고갱의 작품은 미술시장에서 극히 보기 드문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더욱 세계 굴지의 미술관 소장작이 대부분인 이번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에서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왔는가’는 단일 작품으로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천문학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소더비경매와 같은 곳에서 3천억 원의 가치가 매겨진 이 작품 외에도 1천억 원을 호가하는 상품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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