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기는 필요치 않았다. 대한민국 첫 여성 외교부장관인 강경화 장관이 취임 직후 연일 맹활약을 펼치며 주목받고 있다. 강경화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문재인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실무를 진두지휘했다. 아울러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해 외교안보의 심각한 위기국면이 조성 되는가 했지만 대한민국의 외교부장관으로서 침착하게 대응했다는 평이다.
이 때문일까. 청와대는 독일 방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활약상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청와대 측은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방독한 문재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모습이 담긴 강경화 장관의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강경화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모든 독일 순방 일정에 배석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첫 다자외교무대 성공적인 데뷔 그 이면에는 강경화 장관이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며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한 점도 존재한 것. 실제로 안토니오 쿠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강경화 장관을 직접 거론하며 “유엔은 강경화 장관을 뺏김으로써 많은 것을 잃었다”고 진심 섞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렇듯 강경화 장관은 유엔사무총장과 트럼프 대통령 등과의 만남에서 적재적소에 코멘트를 하며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게 한 것은 물론 양자 회담도 매끄럽게 진행되게끔 유도했다는 평이다. 강경화 장관의 활약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강 장관은 영어 실력이 뛰어난 데다 유엔에서 쌓은 실무능력과 순발력으로 문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도 도우미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메르켈 총리가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표를 준 41% 지지층 외의 국민을 어떻게 끌어안을 생각이냐”는 질문에 강경화 장관은 즉석에서 통역을 거치지 않고 직접 문 대통령을 거들었다. 강 장관은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국민 지지율이 80%를 웃돌고 있다. 이는 이미 국민통합을 이뤄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강경화 장관은 한국과 미국이 긴밀히 공조를 하여 베를린 구상을 착실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양국의 공동 대응 방안을 심화 및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베를린 구상을 착실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양국 정상이 깊은 우의와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향후 임기 중 정책 공조의 기반을 확실히 다졌다”면서 “특히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할 수 있는 대북 정책 관련 기본 원칙 및 추진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한 중요한 자리였다”고 한미 정상회담에 관한 성과를 소개하였다. 외교부 내부에서의 평도 굉장하다. 특히 강경화 장관 취임 이후 근무 환경이 상당수 개선되었다는 이야기가 속속들이 나오는 상황. 강 장관은 집무실을 개방해 비단 실·국장급뿐만 아니라 일반직원과도 자유롭게 면담하는가 하면, 보고와 회의 시간 때도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과거 외교부 회의는 진행 시간이 너무 길어 이른바 ‘콘클라베 회의’라고 불릴 정도였다. 콘클라베 회의란 말은 바티칸 교황청에서 추기경들이 교황 선출 때까지 밤새 투표하는 것을 빗대 표현한 것. 이와 함께 정시 퇴근을 장려하며 그간 조직 내에서 문제시되었던 잦은 야근과 주말 근무를 줄여나가고 있다고. 이러한 작은 것들이 모여 폐쇄적이던 외교부의 조직문화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고 구성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불과 취임 한 달 만에 뛰어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뽐내며 대내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강 장관의 개인 역량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유인즉, 이제 갓 취임한 신임 장관이므로 아직 단독으로 외교 무대에 나선 적은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 강경화 장관은 8월 6일부터 8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 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가해 비로소 강 장관이 지닌 개인적 능력을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지역 안보포럼 외교장관회의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주도로 1994년 출범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협의체다. 아세안 회원국은 물론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27개국이 참여하는데, 특히 북한이 유일하게 참석하는 다자회의라는 점에서 매년 주목받는 회의라고 할 수 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소위 ‘유리천장’을 깬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유리천장이란, 여성이 조직 내의 일정 서열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가리키는 말이다. 야당의 반대와 유리천장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외교부장관에 임명돼 순조로운 첫 발걸음을 뗀 강경화 장관. “여성으로 유리천장을 깨고 공직에 헌신하겠다”고 말한 강경화 장관의 이야기처럼 탁월한 외교능력과 헌신의 자세로 외교사에 길이 남을 장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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