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가장 잘 정의한 소설’이라는 평을 받는 조지 오웰의 『1984』가 무대 위에 형상화된다. 연극으로 재탄생하는 <1984>는 영국의 차세대 극작가 로버트 아이크와 던컨 맥밀런이 각색한 희곡에, 대한민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가 한태숙이 함께하며 기대를 더하고 있다. 1949년 발표된 조지 오웰의 마지막 작품 『1984』는 ‘빅브라더’의 감시 하에 모든 것이 통제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음울하고도 생생하게 담은 걸작으로 손꼽힌다. 당에 의심을 품게 된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를 중심으로, 전체주의 체제에 반기를 든 개인의 심리와 그 최후를 냉철하게 그렸다. 소설에 예견된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실현된 오늘날, 조지 오웰의 경고는 더욱 통렬하게 다가온다. 올해 초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의 인파 집계에 대한 정부의 ‘대안적 사실’ 발언이 화제를 모으면서, 도서 판매량이 무려 9천 퍼센트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연극 <1984>는 2013년 초연 후 지금까지 영국, 미국, 호주 등에서 공연되고 있는 로버트 아이크와 던컨 맥밀런의 각색 버전을 바탕으로 한다. 2014년 올리비에 연극상 희곡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이 작품은 원작의 ‘부록’ 부분을 ‘북클럽에 모인 사람들의 토론’으로 치환하여 원작이 가진 묵중한 주제의식을 다양한 시점을 넘나드는 독특한 전개로 풀어냈다. 미래의 어느 시점, 북클럽에 모인 사람들이 한 일기장의 내용이 허구인지, 진실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일기장의 주인인 윈스턴 스미스는 통제사회인 오세아니아의 국민이다. 당은 사상경찰과 텔레스크린이라는 기술을 이용하여 끊임없이 국민들을 감시한다. 외부당원인 그는 당을 위해 과거기록들을 삭제하거나 조작하는 임무를 맡고 있지만, 당에 대한 불신은 커지기만 한다. 그는 마음속에 담아둔 진실을 새로 산 일기장에 하나씩 기록해나간다. 이렇듯 자타가 공인하는 세기의 명작을 무대화하는 이번 공연은 ‘믿고 보는 연출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한태숙이 맡아 지배시스템에 의해 일그러진 인간의 심연을 파격적으로 묘사할 예정이다. 빅브라더에 맞서는 주인공 윈스턴 역에는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간판배우 이승헌이, 윈스턴을 형제단으로 이끄는 내부당원 오브라이언 역에는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베테랑 배우 이문수가 캐스팅되어, 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이중사고’의 세계를 여과 없이 보여줄 전망이다. 흥미롭고 독창적인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연극 <1984>는 오는 10월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계속되며, 티켓 가격은 2만원~5만원이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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