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으로 자신의 한계를 깨트리고자 하는 기업이 있다. 예술 실험을 모토로 화장품이란 작품을 만드는 기업. 생소한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만들며 새로운 지평을 펼치고 있는 투쿨포스쿨(too cool for school)은 제품의 품질, 창의성을 결합해 화장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있다. 깨어 있고, 살아 숨 쉬는 그들의 열정은 어디에서부터 나오는지 궁금했다.
마감 때라 늦은 귀가를 하는 필자는 딸 생각에 전화를 했다. “아빠가 오늘 화장품회사 전무님을 만났는데 선물을 주셨어. 가서 줄 테니 기다려.”라고 해 놓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화장품을 보여주니 딸은 “헉!~ 투쿨포스쿨이네! 완전 대박!” 입이 쩍 벌어졌다. “이 브랜드 알아? 유명 한 거니?”했더니 자기들 또래 사이에선 으뜸이라고 하며 밤 열 한 시가 넘은 시간에 친구들에게 자랑한다고 문자를 보내고 법석을 떤다. 그랬다. 남자인 필자는 몰랐는데 이미 유명한 투쿨포스쿨이었다. 2010년 5월. 홍대에 (주)토다코사의 독자브랜드 ‘투쿨포스쿨(too cool for school)’ 1호점이 탄생했다. 심진호 대표와 조혜신 전무가 1990년대 후반 화장품 업계에 뛰어든 후, 근 10년이 넘어 만든 독자브랜드로 토다코사에서 쌓은 노하우를 집대성한 브랜드샵의 출발이었다. 제품의 우수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이 고객들로부터 인정받았지만 필자가 눈 여겨 본 대목은 그들이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며, 기업의 모토는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메인 네비게이션을 찾는 데만 하루가 걸렸고 화장품 회사라고는 믿기지 않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이며, 예술적인 성향에 매료되어 투쿨포스쿨에 대한 궁금증은 배가 됐다. 원고 마감을 이틀 앞두고 만난 투쿨포스쿨의 조혜신 전무는, 실은 심진호 대표와 백년가약을 맺은 사이로 화장품업계에 뛰어들 당시부터 아웅다웅 의견을 나누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간 동반자 사이다. 조혜신 전무는 “토다코사가 투쿨포스쿨의 전신입니다. 많은 스토리가 있긴 하지만 엠바고로 해주세요.”(웃음) 라며 지금의 투쿨포스쿨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기업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토다코사는 많은 노하우를 쌓았고 고객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투쿨포스쿨을 런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투쿨포스쿨은 국내 주요 거점의 각 작업실(쿠쿨포스쿨은 예술 작업의 일환으로 지점을 그렇게 명명한다)과 해외 작업실을 포함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고 향후 유럽을 포함한 화장품 강국에 구체적인 매장오픈 계획을 갖고 있는 보석 같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쇄신 통해 더 큰 세상 창조
투쿨포스쿨을 이렇게 강하게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국민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한 MBC의 ‘무한도전’이 진솔함을 바탕으로 한 대표 예능프로그램이라면, 화장품 업계에선 투쿨포스쿨이 무한도전을 펼치는 기업이다. 철저히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을 가지 않으며, 투철한 작가 정신을 기반으로 실험적 예술 활동과 접목, 행동(퍼포먼스)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창의성과 좌충우돌은 진정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높은 기술력과 더불어 멈추지 않는 자기파괴를 하며 더 큰 세상을 향해 도전을 하고 있는 점이다. 조혜신 전무가 갑자기 자신의 가방에서 화장품 가방을 열어 보인다. 조 전무는 “이게 모두(화장품) 우리 투쿨포스쿨에서 만들고 있는 테스트 제품입니다. 제가 직접 모든 제품을 써보고 그 결과를 느껴봐야 고객에게도 권할 수 있잖아요. 이런 여러 가지 제품들은 각각의 개발기간을 거쳐 고객에게 선보이게 됩니다. 또 고유 디자인은 신진 디자이너를 포함한 작가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재능을 펼칠 기회를 만들어주고 투쿨포스쿨도 창의적인 제품을 고객에게 선보여 독창적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라며 공장에서 단순하게 만들어지는 작품이 아니란 걸 보여줬다. 진정성 있는 노력의 보상은 투쿨포스쿨의 ‘다이노 플라츠’라인이 ‘다이라인 디자인 어워드 뷰티&헬스’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로 나타났고, 지난 10월에는 프랑스의 있는 세계적 모델 에이전시사인 ‘메트로폴리탄 모델에이전시’와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기업이 창조적 활동을 하고 예술을 추구하는 같은 정신이기에 메트로폴리탄 대표도 투쿨포스쿨에 매료된 탓이었다.
새로움이 가져온 신선함
항상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에게는 저항이 있게 마련이다. 투쿨포스쿨이라고 왜 그런 부딪힘이 없겠는가. 조혜신 전무는 “때론 상처를 받을 때도 있어요.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있었던 ‘가로수길 매장을 털어라’ 이벤트가 요 근래 겪은 대표적 사례입니다. 마케팅 직원의 아이디어로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로수길 매장의 정품을 통째로 주는(단, 1인 1개 제품)’ 이벤트였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너무 뜨거웠어요. 원래는 오후 6시부터 행사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2시부터 줄을 서는 고객분들이 생겼습니다 . 예상했던 것 보다 정말 많은 분들께서 찾아와주셔서 가로수길 매장부터 현대고등학교까지 줄이 만들어 질 정도였으니까요. 처음엔 줄도 잘 서주시고 직원들도 추운 날씨에 찾아준 고객들을 위해서 핫팩을 나눠주고 보안요원을 배치해 안전관리도 철저히 했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해가 떨어지고 저녁이 되었을 때였어요. 어디선가 연예인이 온다는 소리에 줄이 헝클어지며, 기다리던 사람들끼리 다툼이 생기고 아수라장이 되었어요. 더 이상 행사진행이 어려워 중단하게 되었고, 직원들도 많이 당황해 했죠. 그러나 끝까지 기다리시는 고객분들도 계시고, 저희도 약속했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심각했던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고객분들도 적극 협조해 주시면서 행사를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오랫동안 기다리시다가 행사가 중단되면서 그냥 발길을 돌리신 분들께 너무나 죄송하고 지금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행사 당일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불이 날 지경으로 불만이 폭주했는데, 일일이 직원들이 죄송함을 표하고 사과드렸습니다.”라며 좋은 의도로 시작했던 이벤트였지만 본의 아니게 고객에게 미안한 일이 생겨 당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철 지난 제품도 아닌 2013년 제품들을 최대한 비치했고 인기가 많은 제품은 수량을 더 확보해 만만의 준비를 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 온 것이다. 동석했던 김리원 팀장도 많이 당황했다고 말하며 그날 올라온 어느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을 보여주는데 ‘와~!’ 소리가 나올 만큼 많은 인파가 가로수길을 가득 메운 광경을 직접 보니 “장난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였다.
창의적 글로벌 브랜드로 각인
투쿨포스쿨은 이런 선례와 같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펼쳐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100원만 넣어봐~’ 인간자판기 퍼포먼스는 100원을 넣으면 실제 사람이 손을 내밀어 샘플을 증정하는 퍼포먼스였다. 또 홍대작업실 오픈 당시에는 인디밴드와 그래피티를 접목한 이벤트를 펼쳐 공연을 펼쳤고 인근상가를 마비시킬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 경찰이 출동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그 외에도 연극과 연주, 훌라후프, 명동 장조지롱 파티, 인사동 오케스트라 퍼포먼스 등 예술을 접목한 파격적인 활동은 투쿨포스쿨이 어떤 점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조혜신 전무는 “심 대표님의 일관된 소신이 있습니다. 그건 우리만의 길을 가는 것이고 창조적 행위와 예술적 가치를 제품에 접목해 독창성 있는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라며 “심 대표님은 수용할 건 수용하지만 브랜드의 철학과 어긋나는 것에는 과감히 브레이크를 겁니다. 노세일 정책도 같은 맥락이에요. 주위의 브랜드샵에서 파격세일을 하면 저는(조혜신 전무) 가끔 흔들릴 때도 있긴 해요. 그러나 심 대표님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으면 왜 그랬는지를 알겠더라고요.”라며 힘들어도 우리가 가는 방향성이 맞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고 한다. 기존의 국내작업실과 해외 작업실 외에도 올해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중국에 오픈 예정이며,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작업실을 확장할 예정인 투쿨포스쿨의 인기는 기업의 자기쇄신 노력과 상품이 아닌 작품을 만들겠다는 철저한 소신이 없고서는 만들어 질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매장은 작업실이고, 제품이 아닌 작품이며, 그들은 빛이 되는 예술가 집단이었다. 또 무슨 즐거운 꿍꿍이를 펼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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