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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에 꽃을 피운다

청곡(靑谷) 김춘자 서예가 | 2022년 04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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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書藝)는 문자를 소재로 하는 조형예술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서예의 조형 언어인 것이다. 또한, 서예는 무려 3천 년간 이어온 전통예술이자, 그 문자 하나하나에는 정령(精靈)이 깃들어 있다. 한마디로 서예의 문자에는 그 사람의 뜻과 숭고한 정신이 배어 있다. 중진 서예가 청곡(靑谷) 김춘자 작가는 서예를 일컬어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기에 가장 고귀한 예술이라 했다. 50여 년이라는 긴 세월을 서예와 함께한 청곡 김춘자 서예가를 만나 일부러 애써서 변화를 추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그의 작품세계를 취재했다. 

김춘자 서예가는 3년 주기로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2017년 백악미술관에서 <청곡심화전>을 개최한 바 있는 김춘자 서예가는 코로나 시국이 한창이던 2020년에도 어김없이 <청곡김춘자전>을 경인미술관에서 성황리에 열었다. 물론 그는 코로나 시국에 전시를 개최해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서예가로서 자신의 길을 가야 했기에 전시를 예정대로 진행했다고 한다. 김춘자 서예가는 2017년 개인전 때는 주로 전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2020년 전시에서는 초서에 방점을 두었다. 여기에 더해 김춘자 서예가는 직접 지은 한시를 작품화하여 그간 총 10여 점을 선보여 2015년 인터뷰 당시 말했던 “직접 지은 한시 문장으로 서예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렇듯 끝없이 서예에 천착하면서 언행일치의 모범을 보여준 김춘자 서예가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유교 철학과 동양 미학을 공부한 철학박사이며, 2008년 첫 개인전을 포함해 총 5회의 개인전과 다수 단체전 및 초대전에 참가했다. 또한, 그는 전라북도 서예대전 대상, 대한민국 서예대전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현재 (사)한국서예협회 이사, 한국서예학회 이사, 동양예술학회 이사, 한국서예가협회 부회장,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총동문회 회장, 삼청시사 부회장, 인사시회 회원 등을 맡으며 대한민국 서예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간결하면서 생동한 글씨로 주목

“저는 주로 전서와 초서를 즐겨 씁니다. 우선 초서는 여러 서체 중 작가의 감정을 자유분방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하고, 전서는 상형성과 회화성 때문이지요. 일반인이 보았을 때 서예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서 작품은 회화성이 짙기에 사람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고 대중과의 소통도 원활해집니다. 즉, 서예에도 회화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최근 전서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김춘자 서예가의 작품은 간결하면서 생동감이 있다. 또한, 담담한 가운데 마음과 글씨 그리고 만상이 먹빛으로 일렁인다. 이를 두고 성균관대 김응학 교수는 “청곡은 생명의 시선으로 만물을 바라본 듯, 만물의 형상들을 생명의 리듬으로 표현하고 있다”라고 평했으며, “청곡이 추구한 ‘청기함이 담긴 맑음’은 인위적 꾸밈없이 무위 자연적으로 그어대는 기운 생동하는 획에 그대로 표현된다”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김춘자 서예가의 글씨는 타인에게 조금도 빚진 게 없어 보인다. 다시 말해 그의 글씨는 남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그 어떤 인위적인 냄새가 없다. 또한, 김춘자 서예가의 작품은 생명의 은유적 표현들로 가득하며, 모든 생명의 소중함과 움직임을 상징한다. 더 나아가 그의 작품은 순수하고 천진난만하면서도 해학적 형상을 통해 인위적 가식과 허물을 벗어 던지는 동시에 감상자에게 큰 감흥을 준다. 즉, 김춘자 서예가의 힘은 문자가 지닌 구조적 법칙과 글씨를 쓰는 사람의 심미적 정취가 하나로 만나 구현된다는 데 있다. 그런데도 김춘자 서예가는 더욱 바람직한 서예작품을 위해 멈출 줄을 모른다. 부단히 연마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고 말하는 김춘자 서예가는 봄이 찾아온 이 계절처럼 마음의 정원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오늘도 붓을 잡고, 놓기를 반복한다.


고전 속에서 현대 작품이 나온다  

『논어』를 보면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문장이 있다. 이는 어쩌면 김춘자 서예가를 위한 말일지도 모른다. 김 서예가는 반백 년 동안 필묵과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서예를 할 때 가장 행복하고 자유롭다고 말한다.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그가 서예를 즐겼기에 가능한 일이다. 

“서예는 서예가로서 자신을 다스리고 세우기에 아주 좋습니다. 서예는 수많은 풍파를 견뎌내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하지만, 그 행복은 자유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저는 서예가 있어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꼭 프로가 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다수의 사람이 서예에 대해 알아가고 붓으로 표현해 보기를 바라며, 저 역시 기운 생동하는 작품을 선보이며 서예의 매력을 알려 나가겠습니다.”

김춘자 서예가는 전통의 길을 가되, 현대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고전 속에서 현대의 작품이 나온다고 강조한다. 즉, 고전의 토대 위에 새로운 작품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서예 작품은 일부러 애써서 변화를 추구하지 않아도 좋은 작품을 공부하다 보면 저절로 자연스럽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렇듯 서예는 자신을 다스리고 세우며, 풍파를 견뎌내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내년 11월에는 김춘자 서예가의 6번째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더욱 폭넓고 깊어질 청곡 김춘자 서예가의 새로운 작품들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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