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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 스기모토의 사유하는 사진

「히로시 스기모토 사진展」 리움미술관 | 2014년 0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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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술관 Leeum은 현대사진의 거장 히로시 스기모토(1948~)의 대규모 개인전 『히로시 스기모토_사유하는 사진』을 12월 5일부터 2014년 3월 23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7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작가의  대표적 사진 연작 및 최근의 조각설치, 영상을 포함하는 49점의 작품이 출품된다. 특히 19세기 대형 카메라와 전통적 인화방식의 명맥을 유지하는 장인적 기술의 사진을 감상하는 동시에,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인간 삶과 의식의 기원을 탐구하고 정신성의 회복을 촉구하는 스기모토의 예술 세계를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일본 도쿄의 세인트폴 대학교에서 정치학과 사회학 을 공부하고 미국 LA의 아트센터 디자인 컬리지에서 사진을 전공한 작가는 2001년 사진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핫셀블라드상' 수상, 2009년 영국  더타임스의 '1900년 이후 활동한 가장 위대한 예술가 200명' 선정 등 사진 뿐 아니라 세계 미술계의 큰 관심과 존경을 받고 있는 거장이다. 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간결한 형식, 깊이 있는 개념, 장인적 기술로   무장한 심도 있는 연작들을 발표하며 199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을  위시하여 2000년 독일 구겐하임미술관, 2006년 워싱턴 스미소니안 아서 M. 새클러 갤러리, 2005년 도쿄 모리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작가의 초기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극장(Theaters 1975~)은 미국의 1920~30년대 아르데코 극장들과 1950~60년대 씨네마 홀, 자동차 극장들을 장노출 기법을 사용하여 찍은 연작이다. 작가는 한 편의 영화를 한 장의  사진에 담아, 흐르는 시간을 하나의 프레임에 응축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카메라 렌즈를 영화 상영 시간 내내 노출시켰고 스크린은 빛나는 백색의  공백이 되었다. 이와 동시에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어둠에 가려져 있던   부수적 존재인 극장의 내부구조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중심과 주변의 관계가 역전되는 것을 보여 준다.  
전 세계 바다를 찾아다니며 찍은 추상적인 바다의 모습인 바다풍경(Seascapes 1980~) 연작 또한 장노출 기법을 사용한 작품으로, 시간성과 장소성을 상실한 몽환적인 바다풍경을 담았다. 작가는 시간과 장소를 특정 하는 요소가 모두 배제된 바다의 이미지를 궁극적 바다, 즉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태고의 바다'에 비유하며 세상의 근원으로서의 바다를 제시한다. 1999년 독일 구겐하임 미술관의 커미션으로 제작된 <초상(Portraits)> (1999) 연작은 재현의 역사를 보여 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 대표작인 헨리 8세와 여섯 부인들의 초상을 선보인다. 이 연작은 16세기의 궁정화가 한스 홀바인(Hans Holbein)을 비롯한 화가들이 그린 초상화를 토대로 19세기에 제작된 밀랍조각을 촬영한 작품이다. 작가는 한 장의 사진 속에 회화, 이를 기반으로 제작된 조각, 그리고 현대사진으로 이어지는 재현의 역사와 이에 수반되는 다양한 시간적 층위를 압축적으로 담아낸다.
최근작 번개 치는 들판(Lightning Fields 2006~) 연작은 40만 볼트의 전기봉을 금속판에 맞대는 위험한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번개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스기모토는 초창기 사진의 발명가 W.H.F. 탈보트의 정전기와 전자기 유도 실험에서 영감을 받아 이처럼 사진과 정전기를 결합한 새로운 사진을 창안했다. 이와 같이 작가는 삶을 크게 변화시킨 19세기의 역사적 실험을 현재로 불러와 과학적 발견과 예술적 창조를 연결시키는 사진을 만들어 낸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가속하는 불상(Accelerated Buddha 1995-2013) 연작은 사진으로 이루어진 부처의 바다(Sea of Buddhas 1995), 3채널 영상인 가속하는 불상 1997/2013), 17점의 조각 설치 5원소(Five Elements)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작업이다. 이 연작을 통해 스기모토는 소멸을 향해 가속해 가는 현대문명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의식의 기원을 찾아 정신적 깨달음에 도달하고자 하는 염원을 시각화한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미지들은 시선을 멈추게 하고 새로운 사고를 유발한다. 시간을 거슬러 보이지 않은 기억을 더듬는 스기모토의 작품은 속도를 경주하는데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느리고 깊게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삼성미술관 Leeum 기획전시실에서 2013년 12월 5일부터 2014년 3월 23일까지 전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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