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뮤지엄은 <마틴 마르지엘라>의 국내 최초 대규모 기획 전시를 12월 24일부터 2023년 3월 26일까지 개최한다. 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창립자이자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였던 마틴 마르지엘라가 2008년 돌연 패션계를 은퇴하고 순수 예술 창작자로서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마틴 마르지엘라는 1980년대부터 깊게 고민해온 ‘예술, 물질과 신체, 성별의 관념, 시간의 영속성, 직접 참여’를 주제로 작업한 작품들을 출품했다. 총 50여점의 설치, 조각, 영상, 퍼포먼스, 페인팅 등이 미술 애호가들과 그의 팬들을 맞이할 것이다. 패션의 시스템과 ‘인체’라는 매체의 한계를 넘어 뮤지엄의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공간 안에서 질문을 던지고, 대안적 사유를 제시하며 예술적 시도를 지속하는 마르지엘라의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2021년 프랑스 파리 소재 라파예트 안티시페이션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하고 올해 베이징 엠 우즈에서 전시한 후, 세 번째로 서울 전시를 개최하게 되었다. 롯데뮤지엄은 작가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전시를 기획했다. 뮤지엄 전시장의 독특한 구조를 바탕으로 미로를 구성하고 장소 특정형 작품을 선보이는 등 서울 관람객을 위한 독창적인 전시가 탄생했다.
‘예술, 물질과 신체, 성별의 관념, 시간의 영속성, 직접 참여’는 마르지엘라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주제다. 초반에는 패션의 범주 안에서 이를 표현했으나 디자이너에서 은퇴한 후 어떠한 제약 없이 시각 예술가로서로서 무한한 창작의 자유를 누리며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으로 꼽힌 <데오도란트>는 매우 일상적인 물건이다. 작가는 데오도란트가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체취를 인위적으로 은폐하고 더 나아가 현대 사회의 위생에 대한 관념도 산업화되어 버린 우리의 현실을 일깨운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유독 머리카락에 관한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띈다. <바니타스>에서는 모발로 얼굴이 덮인 두상을 볼 수 있는데, 머리카락 색상만으로 유년부터 노년까지 나타내며 인간의 생애 흐름을 드러낸다. 작가는 인공 피부를 입힌 실리콘 구체에 자연 모발을 하나하나 이식하여 작품을 완성했다. ‘지도 제작법’이라는 뜻의 <카토그래피>는 한 방향으로만 쏠리는 인공 모와는 달리 정수리에서부터 소용돌이치며 자라나는 자연 모발의 방향을 작가가 심도 있게 연구한 과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한 점은 마틴 마르지엘라가 창조한 세계관 속에서 관람객이 새로운 전시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 연출의 작은 부분까지 마틴 마르지엘라는 세심하게 신경 쓰며 자신이 만들어낸 시공간에서 관람객이 독창적인 예술 경험을 하기 바랐다. 롯데뮤지엄은 작가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전시장의 독특한 공간을 활용해 마치 미로와 같은 전시 공간을 완성하기도 했다.
우선 작가는 관람객에게 작품을 모든 시간 동안 노출시키지 않는다. 스태프가 작품을 하얀 천으로 덮었다 열었다를 반복하며 작품 관람 시간을 제한한다. 관람객은 제한된 시간 안에서 작품을 더 밀도 있게 감상하며 퍼포먼스까지 작품의 범주에 포괄하며 작품을 흥미롭게 감상하게 될 것이다. 전시장 중반에는 <모뉴먼트> 작품이 관람객에게 잠깐의 휴식을 제공한다. 거대한 소파에서 관람객은 휴식을 취하면서도 자신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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