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열음 지음 / 창비 / 13,000원
프로아나, 씹뱉, 먹토, 식욕억제제 처방……. 거식증은 마치 하나의 문화처럼 우리 사회 깊숙이 침투해 있다. 저자가 지적하듯 최근 거식과 폭식을 포함한 섭식장애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노인 질환과 식욕 부진의 영향을 받는 70대 이상을 제외하면 거식증 환자의 연령대는 1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46면). 이처럼 청소년기 섭식장애는 이미 심각한 문제이지만 우리 사회는 이를 충분히 조명하거나 고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책은 저자가 경험한 일들을 솔직하면서도 깊이 있게 풀어놓으며, 그동안 말해지지 않았던 청소년기의 섭식장애와 우울증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식증을 촉발한 일상의 사건들에서 시작해 투병 과정, 정신과에서 받은 치료와 상담, 가족의 노력과 변화 등 생생한 경험담은 김현아 의사의 추천 글처럼 처참한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들, 그리고 그의 가족들에게 위안이 되어줄 것이다.
풍경의 안쪽
노중훈 지음 / 상상출판 / 17,500원
MBC 라디오 〈노중훈의 여행의 맛〉의 진행자 노중훈이 첫 여행 에세이 『풍경의 안쪽』을 출간했다. 1999년 4월 ‘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을 단 그는 줄곧 여행지를 방랑하는 삶을 살았다. 여행지의 목록이 켜켜이 쌓이는 동안, 그가 만난 풍경도 음식도 그만치 쌓였다. 이제는 그가 다녀온 곳을 묻고, 그가 먹은 것을 따라 먹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이전 책 『할매, 밥 됩니까』, 『식당 골라주는 남자』에서는 여행지의 밥상을 수더분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담았다면 이번 책에서는 여행지의 면모를 오직 ‘풍경’에 초점을 맞춰 다정한 시선이 담긴 사진과 유려한 문장으로 담아냈다. 또한 라디오에서 재치 있는 입담의 그와는 사뭇 다른, 여행지를 진지하게 때론 오붓하게 바라보는 그를 만나볼 수 있다.
오늘은 당신이 철부지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박대선 지음 / 떠오름(RISE) / 17,800원
세상과 사람들을 따듯하게 바라보며, 수많은 삶의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전하는 감성코치 박대선. 그가 ‘서툰 어른’들을 위한 신작으로 돌아왔다. 전작 『서툰 어른 처방전』의 두 번째 이야기인 이 책은, 저자가 지난 4년간 거의 매일 무료 상담한 내용과 내담자들의 사연을 정리해서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또한, 저자의 개인적이고 내밀한 내용을 풀어 넣고, 저자 스스로 경험한 삶의 소회를 고스란히 담아내어 독자들의 공감은 물론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지표가 되어준다. 이 책은 내일을 위해 오늘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정작 자신을 챙기지 못한 ‘서툰 어른’들에게 ‘나답게’ 살아가는 마음가짐, 타인은 물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각각의 상황과 고민에 맞는 저자의 조언과 각 장 끝에 담긴 상담은 독자들에게 큰 힘을 줄 것이다.
고립된 빈곤
박유리 지음 / 시대의창 / 18,000원
이 책은 10여 년간 형제복지원의 진상을, 그리고 피해자와 생존자의 투쟁을 기록해온 저널리스트 박유리 작가가 그동안의 기록을 정리하여 펴낸 것이다. 인터뷰, 르포르타주, 소설, 소논문 등 다양한 형식을 배합하여 형제복지원 사건에 얽힌 이야기에 입체적으로 접근했다. 피해자, 수용소 설계자, 이러한 상황을 야기한 체제, 생존자의 투쟁, 정치권 반응과 형제복지원의 ‘형제들’(유사 사건)을 충분히 살핌으로써 사건에 대한 표피적인 정보 아래의 사람과 사회를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인간성을 말살했던 국가의 범죄와 정권의 폭력 그리고 비정한 사회 현실을 돌아보고, 이것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꾸준히 이어진 ‘빈곤 청소’와 고립의 현대사에서 기인한 것임을, ‘국민을 지배하는 권력’이라는 모순이 낳은 필연적인 사건임을 정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