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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과천 | 2024년 11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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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은 해외 뉴미디어 소장품을 소개하는 <MMCA 뉴미디어 소장품전-아더랜드>를 오는 9월 10일부터 2025년 3월 3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 <MMCA 뉴미디어 소장품전-아더랜드>는 국제적 명성의 뉴미디어 작가인 더그 에이트킨, 에이샤-리사 아틸라, 제니퍼 스타인캠프 3인의 대표작 3점을 소개한다. 이 3점은 최근 5년간 ‘(사)현대미술관회’ 및 ‘국립현대미술관 발전 후원위원회’의 기증을 통해 소장하게 된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는 해외미술 기증 소장품을 선보여 기증의 의미와 가치를 널리 알리고, 뉴미디어 미술의 동시대 경향도 함께 소개하고자 마련되었다. 

전시명인 아더랜드는 ‘다른 공간’ 혹은 ‘다른 세계’를 뜻하는데, 세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다층적인 공간을 뜻한다. 이들의 작품은 공통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을 보여주면서도 이것과는 구분되는 ‘다른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제적인 뉴미디어 작가 3인이 제시하는 각각의 아더랜드를 소개한다.

더그 에이트킨은 1999년 제48회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미국 출신의 뉴미디어 작가이다. 작업의 주요 키워드는 풍경으로, 그의 작품에는 도시 풍경이나 자연 풍경과 같은 다양한 풍경이 등장한다. <수중 파빌리온>(2017)은 미국 캘리포니아 카탈리나 섬의 해저에 세 개의 파빌리온을 설치하고 그것을 영상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작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동시에 바다가 오염되는 현재의 상황을 통해 해양 환경의 가치와 중요성을 환기한다. 미술이 예술의 영역을 넘어 우리를 둘러싼 환경 문제로까지 주제를 확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예술과 비예술 분야의 접점을 탐색하며 미술의 의미를 확장해 온 에이트킨의 대표작이다. 소장 이후 공개된 적이 없어 국내에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에이샤-리사 아틸라는 핀란드 출신의 뉴미디어 작가이다. 초기작에서는 인간의 지각이나 감정, 관계의 문제를 주로 다루었으나, 2000년대 중엽부터는 인간을 넘어 동물과 자연으로까지 관심의 대상을 확장했다. <수평-바카수오라>(2011)는 거대한 가문비나무를 매개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되짚어본다. 아틸라는 거대한 가문비나무의 실물 크기와 모양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이를 13미터에 달하는 스크린에 수평으로 투사해 보여준다. 제목에 포함된 ‘바카수오라’도 ‘수평’을 뜻하는 핀란드어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을 중심으로 자연을 바라보던 기존의 시각을 탈피해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의 축을 수직에서 수평으로 전환해 볼 것을 제안한다. 아틸라의 작품은 인간중심주의를 탈피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또 다른 세계를 제시한다. 

제니퍼 스타인캠프는 미국 출신의 미디어 설치 작가이다. 3D 애니메이션 기술을 활용해 꽃, 과일, 나무 같은 자연 대상물이 화면 속 가상의 공간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정물 3>(2019)에서 꽃과 과일은 평면적인 캔버스를 벗어나 마치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를 참조했으면서도 이 작품들이 지닌 전통적인 속성을 역전시키고자 한다. 과거의 정물화는 삶의 유한함과 덧없음을 내재하고 있지만, 작가는 그림 속 정물에 한계 없는 생명력을 부여한다. 스타인캠프의 작품은 정물화 속 공간, 가상의 공간, 여성의 공간을 다루면서 이 모든 공간이 뒤얽힌 또 다른 공간인 아더랜드를 떠올리게 한다.  

이번 전시는 3점의 초대형 뉴미디어 작품에 온전히 몰입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특별한 공간을 조성했다. 에이트킨의 <수중 파빌리온>은 원형전시실 안에 거대한 박스 형태의 전시장을 설치, 공간을 이중으로 구성하고 입체 사운드와 미디어를 통해 관람객이 실제 바다 속에서 풍경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아틸라의 <수평-바카수오라>는 거대한 가문비나무를 13미터의 대형 스크린에 투사하여 관람객이 작품 속 흔들리는 가문비나무, 그림자의 변화 등 시각적·촉각적 자극을 경험하게 한다. 스타인캠프의 <정물 3>은 8미터 대형 스크린에 자유롭게 유영하는 꽃과 과일을 투사하여 관람객이 앉아 있는 현실 공간과 가상 공간의 자연이 서로 뒤얽히는 독특한 공간을 구현한다. 관람객은 화면 속의 꽃과 나무, 바다와 숲에 집중하면서 마치 자연의 일부가 된 듯 명상적인 분위기에서 작품을 접하게 될 것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뉴미디어 소장품의 국제적인 스펙트럼을 확인하는 기회”라며, “해외 소장품 수집에 있어 기증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국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즐거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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