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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물빛 연꽃에 삶의 철학 투영

강명순 화가/ 연갤러리 관장 | 2014년 05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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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의 향연.jpg

강명순main.jpg

제주의 연꽃화가 강명순의 18번째 개인전이 오는 5월 21일까지 연 갤러리에서 열린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내 삶에 연꽃이 피는 순간’이라는 명제로 전시를 기획한 강 화가는  “상큼한 봄내음이 완연히 무르익은 길목에서 내 삶에 연꽃이 피는 순간, 앞만 보고 달려온 나의 뒤안길을 돌아보고 싶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호흡을 한 번 멈추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서 한 번 더 열정을 갖고 도약해볼 수 있는 계기와 더불어 하심(下心)하는 마음을 내어보려 한다”며 전시소감을 밝혔다. 제주의 물빛 연꽃에 철학을 담아 삶을 노래하는 강명순 화가. 화면 속 은은한 연꽃향기를 느끼며, 그의 감성적인 예술세계에 심취해 보았다.  취재 | 정혜미기자


투박한 질감 속 신비한 자태 뽐내 
이번 개인전에서 강 화가는 한지 캔버스에 유화를 입히고, 한지원료인 닥나무에 채색한 30여점의 대형 작품과 소품 20여점을 모아 기획했다. 전시된 출품작들의 독창적인 화법에 대해 그는 “신라시대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1200년 그대로 보존된 사실에 기인해 캔버스보다는 수명이 길고, 변질이 없다는 견고성을 알게 되면서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지를 두껍게 중첩하고 배면에 채색을 하는 독자적인 방법을 연구하면서 서양식 캔버스 대체용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고, 한지 캔버스 만드는 법으로 특허를 출원한지 8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지난 시간들을 회고하며 “한지 원료인 닥나무에 관심을 갖게 되어 지난해 2월, 안동 옆에 있는 닥나무 준산지 청송에 가서 닥나무를 지고, 벗기고, 삶고 하는 과정을 체험하고, 우수한 닥나무 껍질을 가져와서 창조예술로 표현했다”며 작품의 제작과정에 대해 소개했다. 연꽃들은 한지에 유화물감의 덧칠을 통해 그려져 밀도감이 돋보이고, 전통 유화나 수묵화와는 다른 신선함을 자아낸다. 일부 연꽃은 닥나무 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한지에 형상화돼 일견 투박한 질감을 자아내면서도 신비한 자태를 뽐내며 관객을 매혹시키고 있었다. 

‘연꽃은 나의 운명’… 연꽃 철학 담은 찬란한 예술세계 펼쳐 
“처음 연못에 피어난 연꽃을 보았을 때 너무 행복했어요. 진흙 속에 온갖 더러운 것을 깨끗이 정화시키며 아름다운 연꽃을 피워내는 그 모습이 마치 수행자가 힘든 고난의 수련을 마치고 큰 찰나의 깨달음을 얻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꼭 저 자신의 강인한 본성을 보는 것 같았죠.” 
연꽃의 아름다움에 취해 연꽃처럼 살고 싶었다는 강명순 화가. “평생 연꽃을 연구하며, 살아갈 것”이라 말하는 그의 만면에는 연꽃의 그윽함이 깊게 배어있는 듯 했다. 강 화가는 제주의 지역특성을 살려 사시사철 바람이 머무는 오름의 속삭임과 평화로운 제주의 물빛을 연꽃에 투영시켰다. 또한, 제주의 토속색으로 알려진 갈색을 이입한 황색을 작품의 주요색으로 설정했다. 그렇기에 대부분 초록 연잎에 백련이나 홍련을 그리는 여타의 화가와는 달리 작품에 제주의 물빛과 황색이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는 “혼탁한 사회 속에서도 청아한 꽃을 피워내는 연꽃은 그림의 모티브가 되지만, 사람들의 슬픔과 어두움도 치유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전했다. 독실한 불자인 강명순 화가는 서귀포시 법화사의 구품연지와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의 연화못 등을 찾아 연꽃을 관찰하며 오행의 원리와 우주의 이치를 발견해 조형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미술평론가 박명인은 그의 작품에 대해 “작가 강명순은 연꽃을 관조하면서 인간의 삶에 중추적인 선철학(善哲學)을 터득했다. 제주에서 자생하는 법화사 구품연지 백련, 하가리 연꽃과 선림사 앞 연지에 자생하는 의귀한 황련을 관찰하면서 하늘과 바람, 흙과 물이 있는 오행의 원리를 발견하면서 내재된 존재의미에서 우주의 이치를 발견했다. 또한 한지 캔버스에 제주의 물빛과 황색 톤을 부각시키는 남다른 개성표출로 예술의 창조적 기틀을 세우고 있다”고 평한 바 있다.  

연꽃을 활용한 코스메틱 브랜드 ‘더 로터스’ 런칭 
강 화가는 이번 개인전과 더불어 마케팅 전문가인 딸과 함께 그의 영원한 테마 연꽃을 활용한 브랜드를 런칭했다. 첫 제품으로 연꽃잎 화장품 ‘더 로터스’ 기초 2종을 출시해 눈길을 끈다. 그는 “코스메틱 김기옥 사업단장님과 홍보일로 미팅을 하던 중, 제주화장품은 원료가 좋아 브랜드가 많이 생겨났으나 패키지와 브랜드 마케팅이 관건이며, 피부 항산화에 좋은 연꽃의 원료를 화장품으로 만들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를 받았다”라며 ‘더 로터스’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더 로터스는 구품연지로 유명한 법화사의 백련잎을 주원료로 일반화장품의 8~90%를 차지하는 정제수 대신 연꽃잎 추출물을 채워 넣어 보습과 항산화작용이 탁월한 제품으로 만들었다. 
“요즘 창조경제라는 말이 자주 들리는데, 그간 해온 작업이 창조경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연꽃철학을 작품에 담은 것. 그리고 한지 위에 유화라는 특허출원의 방법적 연구가 그것이라고 봅니다. 연꽃을 바탕으로 예술의 재창조작업을 거쳐 ‘더 로터스’가 탄생한 것이죠.” 연꽃이라는 원료의 독창성에 철학을 담고, 제주의 연꽃작품을 결합한 예술성은 최근 기업에 부는 일시적인 상업성에 치우친 아트콜라보와는 사뭇 다른 것이라고 소개하는 강 화가는 ‘더 로터스’가 제주 자연원료가 주는 기술성을 더해 삼박자를 갖춘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음을 전했다.  
“최근 제주의 원료를 가지고 많은 화장품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향토기업보다는 마케팅 능력을 지닌 기업들이 제주가 가진 강점을 더욱 효과적으로 차용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제주 향토 브랜드로서 ‘철학이 있는 브랜드’로 만들 것입니다. ‘제주의 원료만이 아니라 제주향토 예술도 자원’이라는 슬로건으로 작지만 알차게 해보려고 합니다.” 
화장품은 모던한 비움의 디자인이 컨셉이며, 내용은 버릴 것이 없는 연꽃의 기능적인 면을 최대한 활용해 자연의 풍부함으로 채웠다. 향후 마음을 온화하게 안정시켜 주는 연잎차와 여름에 필요한 피부 진정 수분팩, 마스크팩 등도 출시할 예정이다. 차별화된 브랜드 스토리와 철학, 그리고 아트콜라보까지 겸비한 제주의 브랜드로 연꽃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것이 강명순 화가의 경영관임을 밝혔다. 현대인들의 지친 일상에 쉼표를 찍고, 힐링을 선사하는 강명순 화가의 개인전 성황을 기대하며, 앞으로도 그만의 연꽃철학과 스토리를 담아 왕성한 작품세계를 펼치길 바란다. 그의 순수한 마음이 담긴 연꽃작품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환한 빛을 발휘하며, 행복을 전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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