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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거울, 이미지

<그림과 현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 2026년 0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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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은 한운성컬렉션 기증기획전 <그림과 현실(Between Image & Reality)>을 2025년 12월 9일부터 2026년 3월 22일까지 서소문본관 2층에서 개최한다. 한운성 컬렉션 기증기획전 <그림과 현실>은 2023년 한운성 작가가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195점의 판화 작품과 미술관 소장작품을 중심으로, 작가의 평생에 걸친 예술적 탐구와 실험을 조망하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회화, 판화, 디지털 드로잉 등의 매체로 구성되며, 서울시립미술관 소장작품 51점(작가 기증)과 작가 소장작품 71점(디지털 드로잉 65점 포함) 등 총 122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초기작업’, ‘문-받침목-매듭’, ‘건축구조물과 공간’, ‘신호등’, ‘과일, 꽃, 디지털 드로잉’ 총 5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한운성 작가는 회화, 판화, 디지털 드로잉을 넘나들며 시대의 기술과 시각 경험의 지평을 넓혀온 작업을 펼쳐왔으며, 이미지를 통해 현실을 사유하는 실험적 탐구를 계속 이어왔다. 이를 통해 이미지 중심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우리가 다시 생각해볼 근본적 성찰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한운성 작가는 1973년 한국인 최초로 미술 분야 풀브라이트 장학생에 선발되어 미국 템플대학교 타일러 미술대학 대학원 판화과에서 수학하였다. 이 시기 다양한 판화기법을 습득하며 매체적 실험을 이어갔으며, 이러한 양상은 <변신>(1970-1974) 시리즈와 기하학적 추상작업에서 확인된다. 동시에 그는 미국 현대미술의 흐름과 시각문화 전반에 영향을 받으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나간다. <거인>(1974-) 시리즈는 한운성 작가 작업 세계의 중요한 전환점이자, 작가로서의 확고한 방향성을 제시한 대표적인 초기작이다

귀국 후 대학 강의와 작업을 병행하며 <문>(1979-), <받침목>(1981-), <매듭>(1984-) 시리즈로 형식적 확장을 시도했다. 특히 <문 I>(1980)는 동아미술제 대상을 수상하며 판화의 조형적 가능성을 새롭게 제시한 작품으로, 당대 미술계에서 판화가 지니던 한계를 넘어서는 중요한 성취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는 세 시리즈의 전개 과정을 한 벽면에 순차적으로 배치해 형식과 주제의 전개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계단>(1973), <지하철 입구>(1979) 등은 작가가 유학 당시 미국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을 귀국 후 판화 기법 실습의 소재로 활용한 사례로, 유학 시기부터 건축구조물과 공간에 주목해온 작가의 관심을 보여준다. <지혜의 기둥>(1978), <두 개의 기념비>(1982)에서는 기둥에 상징성을 부여하여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후 <디지로그 풍경>(2011-)으로 이어지는 작업에서는 디지털 이미지 편집을 접목해 현실 풍경을 재해석하며 매체 확장에 대한 실험적 태도를 지속해왔다.

후기 작업은 생명과 존재의 근원에 대한 시각적 사유와 디지털 매체로의 확장으로 응축된다. 1990년대 이후의 <과일채집> 시리즈는 사라져가는 생명의 원형을 기록하려는 의지를 담고, 은퇴 이후에는 <꽃> 시리즈를 통해 생명의 아름다움과 소멸의 순간을 담아낸다. 

한편, 작가는 1992년 ‘페인트 브러쉬(Paint Brush)’ 프로그램을 활용한 신문 삽화 제작을 통해 일찍이 디지털 드로잉을 예술 영역으로 확장하였다. 이러한 초기 실험의 연장선에서 2021년부터는 아이패드를 이용한 드로잉을 통해 판화의 복제성을 디지털 기술로 확장하고, 손끝의 감각과 회화적 깊이를 이어나가고 있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운성 작가가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주요 작품을 기반으로, 기술의 발전과 변화하는 시각 환경 속에서 확장되어 온 작가의 예술세계를 폭넓게 조명한다”며, “작품 속에 담긴 치열한 관찰과 실험정신을 통해 우리 주변의 환경과 현실을 새롭게 사유하고 소통하는 뜻깊은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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