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대표하는 특산물 하면 흑돼지, 감귤과 옥돔 등을 꼽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자주 접하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특산물이 있다. 바로 제주 양식 광어가 그것. 이영돈 제주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 소장은 제주 양식 광어의 연구자로서 합리적인 양식광어 활로를 모색하며 자체적인 브랜딩 작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사회를 이롭게 하는 과학자’로서 사명의식을 갖고 제주 어민이 풍족하고 다양한 경제활동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더 다양한 어종의 양식에 도전하고 있다. 남다른 연구열정과 경영감각, 세계적인 활동역량으로 제주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와 지역경제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이영돈 교수를 찾아 인터뷰했다. 취재 | 이문중기자
“유럽수준의 어류 양식 시스템과 양식문화 구축할 것”
최근 이영돈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 지역연고사업에 많은 역량을 쏟고 있다. 바로 제주 양식 어류의 브랜딩이 주요 골자인 본 사업은 제주 광어를 주력으로 붉바리와 자바리(제주명,다금바리), 자주복 등 제주 양식어류의 국제수출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간 제주의 양식어류가 일본이나 미국 시장에 상당수 진출해왔으나 유독 판매기준이 엄격한 유럽시장에서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해왔다.
“유럽은 독특하게도 양식어류의 판매 인증을 유통업조합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상품을 판매하는데 있어 지켜야하는 엄격한 조합내부규정 덕분에 유럽의 식재료유통시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과 신뢰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럽에서 양식어류 판매 허가를 받는다면 이는 사실상 모든 국가에서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공신력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유럽농수산물유통조합이 제시하는 ‘Global agricultural, aquaculture practices’와 ‘Best practices in aquaculture’는 생산에서 유통과 판매까지 모든 상황과 절차의 기준을 정해두고 있다. 행정당국의 관리 법규보다 더 엄혹하게 적용되는 자체규정 덕에 그간 EU의 농수산물 시장 장벽은 해외 업자들에게는 난공불락과 다름없었다.
“유럽농수산물유통조합은 양식어류와 가축을 포함한 모든 식재료를 ‘건강하고 편안하게’ 키워야 함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근로자의 복지와 양어장 주변의 환경보전 등 업자들로 하여금 폭넓은 사고와 사회적 경영을 추구하도록 유도하고 있지요. 우리 양식산업도 높은 수준에 도달했습니다만, 여러 부분에서 아직 유럽형 선진양식시스템과 양식문화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간 제주양식광어의 품질과 가치를 높임으로써 양식어민들에게 활력을 찾아주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이영돈 교수의 이번 성과는 국내 최초의 유럽 인증을 획득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또한 앞으로 제주양식광어는 한국 지자체와 수산업협동조합, 어민들에게 훌륭한 롤-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매년 벨기에에서 개최된 유럽수산식품박람회(European Seafood Exposition)는 해마다 유럽의 수산식품은 물론이요, 세계 여러 국가들의 수산제품도 참가하는 국제 행사인데요,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7일간 열린 이번 박람회에서 제주양식광어를 세계인에게 알리는데 주력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수산식품들이 제주양식광어의 뒤를 이어 유럽시장에 진출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아울러 이영돈 교수는 해외에서 인정받는 양식광어가 정작 고향에서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내비췄다. 제주도민들은 항상 천혜의 환경 속에서 풍부한 수산식품을 접하고 있기에 양식광어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해양수산부는 ‘10대전략품목’으로 광어를 선정, 생산성을 높여 한국인과 세계인들에게 보급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어류의 번식생리 면밀히 연구
“현재 해양수산부는 생산성 증진을 목표로 광어의 수출상품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횟감으로 주로 사용되는 광어를 서구인의 입맛에 맞춰 스테이크용으로 개발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만, 스테이크에 적합한 광어는 체중이 2~3Kg까지 도달해야하는데, 산란주기가 큰 장애요소가 됐었지요. 양식광어가 1살이 넘으면 봄철에 성숙기와 산란기를 맞이하는데, 산란을 마치면 어류의 체력과 면역력이 급격히 낮아져 폐사율도 높아지고 육질도 저하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거듭했죠.”
대부분 어류의 번식은 수온과 광주기(낮길이/밤길이의 비율)의 영향을 받는 특성 때문에. 계절별로 급격한 일조량과 수온 변화가 물고기의 성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에 이영돈 교수는 ‘빛’에 착안, 광주기를 조절해 양식어류들이 계절을 착각하게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생식소의 성숙상태(일반양식어가“알배기”)를 갖지 않은 상태에서 개체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유도 하기위해서는 광량을 조절해 번식생리를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인공적이지 않은 최선의 방법으로 꼽힌다.
“봄 산란기 이후 생식소가 휴식에 들어간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광어의 성적 성숙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생체리듬을 생식소 휴지기에 맞추는 것이죠. 현재 끊임없이 연구와 보완을 거듭하고 있으며, 일부는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출해 판매고를 올리고 있습니다.”
지금 이영돈 교수는 앞서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양식광어의 케이스를 바탕으로 제주 바리과 어류 붉바리, 다금바리(표준명, 자바리). 구문쟁이(표준명, 능성어), 홍바리에 대한 연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실 국내에 서식하는 바리과 어류의 번식 특성 탐색과 종묘생산 기술개발은 국가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투자해왔지만, 번식생리특성 및 성성숙 제어 기술 미흡, 친어확보 등의 문제로 인해 양식 산업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미 바리과 어류의 인공수정난 생산과 종묘생산을 국내 최초로 성공한 바 있으며, 현재는 어미 개체를 확보하고 번식특성 이용기술과 정보를 바탕으로 산학연이 양식산업화에 노력하고 있다.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영돈 교수는 해양과학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활용해서 기업들이 실용화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단순한 R/D가 아닌, 양식바리과의 상품화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농수산물의 종자강국을 실현하기위해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Golden Seeds Project(GSP)를 수행하고 있다. 붉바리의 종묘생산과 수출종자를 육성하기위해 “연 300만달러의 수출을 목표로 연구와 산학협력, 해외마케팅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광어에 이어 붉바리, 다금바리를 더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의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주의 물 ‘용암해수’…제주 특산품의 다양성 추구
이영돈 교수는 제주의 물을 상품화하는 사업도 함께 진행중이다. 화산섬인 제주도 지하에는 한라산 줄기가 품은 담지하수와 섬이 형성되면서 지하에 형성된 염지하수가 공존하고 있는데, 이 교수는 바로 염지하수의 상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제주 염지하수의 수온은 17~8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현무암과 모래에 여과된 물이기에 ‘항상성’과 ‘청정성’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장점을 갖춘 염지하수는 난류성 어종과 한류성 어종을 동시에 양식하는데 더없이 좋은 환경이죠. 사람으로 치면 봄·가을 날씨와 흡사하다고 보면 됩니다. 앞으로 제주 염지하수는 기후변화에 대응, 수산자원을 보호하고 개발해 나가는 중요한 울타리가 될 것입니다.”
이영돈 교수는 제주 염지하수를 ‘용암해수’로 명명, 브랜드화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용암해수’는 어종 양식에도 큰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자체의 상품성도 만만찮다. 염분을 제거하고 식용수로 재탄생시켜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을 개척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화장품소재, 식소재, 수경재배 등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이영돈 교수는 10년 앞을 바라보며 큰 틀에서 ‘용암해수’의 상품화 전략을 구상 중이다.
사회적 의무에도 충실한 제주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
구 남방수산연구소가 전신인 제주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의 역사는 196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리적 여건상 해양연구에 특성을 지닌 연구기관으로 출발한 해양과학연구소는 1988년 재일교포인 강구봉 옹의 기부로 시설을 확충,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해왔다.
“강구봉 옹께서 부지 5000평과 건물, 연구 사육동과 장비등을 기증했습니다. 아울러 활발한 연구를 부탁하며 운용기금도 지원했지요. 지금까지 저희 해양과학연구소는 강구봉 옹의 뜻에 따라 사회를 이롭게 하는 연구에 매진해오고 있습니다. 현재 해양과학연구소는 국제 교류활성화를 위해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나가사키대학교와 매년 번갈아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11번째를 맞이하는 본 교류행사는 양식생물의 번식생리 연구 사례를 축적해왔으며, 5회 째부터 중국의 과학자까지 참여하는 나름의 규모와 성과를 갖춘 심포지엄입니다. 아울러 학생 실습과 지역 어민들의 소득창출 방안들을 모색는 등, 연구기관이자 교육시설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주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는 매년 청소년들에게 소정의 장학금을 지원하며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고 있다. 본인의 연구 성과만을 지키기보다 공동 연구자들과 함께 성과를 나누며 실용화되기를 원한다는 이영돈 교수. 연구 기술을 기업체에 제공해 사회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는 것에서 학자이자 교수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는 그는 앞으로의 양식산업발전 가능성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수산양식자원을 세계적 수준으로 개발하고, 이를 상품화해 사회 보탬에 되고자 실질적인 연구를 거듭해온 이영돈 교수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또한 앞으로 그의 열정이 수산양식업을 포함한 국내 경제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하며, 지속적인 가치창출을 구가할 것으로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