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소연 지음 / 한겨레출판사 / 17,000원
『너의 나쁜 무리』는 타인의 부정적이고 위태로운 모습에 거리를 두다가도 결국에는 휩쓸려 ‘우리’가 되고 마는 이들의 결속과 유대에 관한 이야기다. 함께 역경을 헤쳐감으로써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엮이는 인물들의 징글징글한 애증을 다룬 일곱 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웃다가 울다가 다시 웃고 마는 삐뚤삐뚤한 인생”(정이현 소설가)이 담긴 소설들로 “다사다난한 삶의 한가운데에서 끝내 서로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연대”(박상영 소설가)를 조명한다. 또한 급변하는 시대에 남들처럼 보통의 삶을 꿈꾸었으나 번번이 적응하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청년들의 방황과 번민을 다룬다. 그러므로 『너의 나쁜 무리』는 불가해한 타자와 불가피하게 한통속이 되는 인물들을 통해 불화가 만연한 시대에 우리가 함께 살아갈 방식과 가능성을 제시한다. 삶이라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망망대해를 헤매는 젊은 세대에게 한 줄기 따스한 빛과 같은 위안을 선사한다.
농담과 번복
안담 지음 / 위고 / 17,000원
『엄살원』, 『소녀는 따로 자란다』, 『친구의 표정』의 작가 안담의 『농담과 번복』이 출간되었다. 『농담과 번복』은 일상에 자리한 슬픔의 순간들과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장르를 통로로 삼아, 인간이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어긋나고, 다시 시도하는 순간들을 사유하는 산문집이다. 농담은 단순히 웃음의 기술이 아니라 관계와 거리, 욕망과 수치심, 사랑과 실패가 동시에 드러나는 말의 형식이다. 이 책은 그 위태로운 말하기의 장면들을 따라가며, 우리가 왜 끝내 농담하고 번복하기를 멈추지 않는지를 보여준다. 조용하고 정교한 문장으로 웃음 이후에 남는 감각을 오래 붙들고 놓지 않는 이 책은 우리가 얼마나 자주 틀리고, 얼마나 자주 돌아오며, 그럼에도 다시 말하고 다시 살아가려 하는 존재인지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계급욕망의 유전자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9,000원
이 책은 성서 번역의 작은 오해에서 시작해 갈릴레이의 망원경,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 개념에 대한 번역, 유니폼에 깃든 계급 구조, 동서양 건축 속에 숨겨진 표피적 장식, 그리고 우리의 정치와 일상의 장례 문화까지 폭넓게 넘나든다. 서로 다른 시대와 분야의 장면들이 하나의 질문 아래 연결되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제도와 상징들이 어떤 역사적 흔적을 품고 있는지 드러낸다. 공간과 문헌 속에 남겨진 계급욕망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 사회를 움직여 온 보이지 않는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책은 역사학자가 체계적으로 쓴 인류사가 아니다. 그 역사의 이면에 혹은 미시적 사안에 깃든 현상에서 찾아낸 문화의 계보를 담고 있다. 계급, 문자, 소명, 문화, 건축, 그리고 한국 사회를 하나의 지도처럼 엮어낸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를 통해 한 가지 간단한 명제를 제시한다. 높은 자유도의 계급은 언제나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고, 욕망해 왔다고.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손원평 지음 / 창비 / 17,000원
이번 책은 문화센터, 호텔, 공부방, 명품 매장, SNS, 사무실, 그리고 재난 이후의 도시까지 동시대의 풍경을 가로지르는 열편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가 설계한 계급의 톱니바퀴 위에서 끊임없이 마모되어가는 현대인의 다채로운 표정을 그려낸다. 돈이 관계와 선택, 나아가 꿈의 크기까지 결정짓는 세계에서 인물들은 생존과 존엄 사이를 위태롭게 오간다. 해치려 한 것은 아니었으나 끝내는 누군가를 밀어내고 상처 입히게 되는 세계, 악인은 없지만 누구도 온전히 결백할 수 없는 세계가 선연히 펼쳐진다. 표제인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는 이번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서늘한 문장이다. 그것은 온전한 사과도 미숙한 변명도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의 낙오와 상처에 가담했으면서도 시스템의 탓으로 그 책임을 교묘히 떠넘기는 태도가 만연해진 시대를 상징하는 말에 가깝다. 작가는 이 문장을 정면에 내세워 우리가 자신과 타인을 어떤 말로 설득하며 살아가는지를, 그 말들이 서로의 하루에 어떤 파문을 일으키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