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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화가’ 정영호 작가, 밝고 맑은 평안함을 그린다

정영호 작가 | 2026년 04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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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건축의 거장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적을수록 많다는 의미의 ‘Less is more’라는 말로 유명하다. 이렇듯 미스 반 데어 로에는 구조 자체를 미학으로 강조하면서 극단적으로 단순한 디자인을 추구하며 현대 건축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건축가이면서 작가인 여안 정영호 작가 역시 그림에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만 집중하여 이른바 ‘빛 시리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본지에서는 빛과 공간이라는 주제에 집중해 작업을 심화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밝고 맑은 평안함을 선사 중인 정영호 작가를 인터뷰했다. 

‘빛의 화가’로 명성을 높이고 있는 정영호 작가는 40년 경력의 건축가이기도 하다. 1984년에 영남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정영호 작가는 건축: 공간연구소, 김중업 건축연구소 등에서 건축설계 업무를 맡으며 경력을 쌓아나갔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던 그림을 놓지 않았고, A4 용지 크기에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들을 수시로 드로잉하며 미술에 관한 꿈도 함께 키워나갔다. 그리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정영호 작가는 1999년 서울 켐브리지 갤러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성황리에 개최하였으며, 현재까지 총 8번의 개인전 및 160여 회의 그룹 및 단체전에 참가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잇고 있다. 그 일환에서 그는 지난 3월 25일부터 30일까지 아리솔갤러리에서 개최된 제4회 오로라작가회에 참가하였으며, 이외에도 한국미협, 부천미협, 오로라작가회, 어거스트 회원 등으로 여러 전시에 참여하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관람객들과 공유하는 데 여념이 없다. 


작품 속 빛은 존재와 인식의 근원

“빛과 공간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사물을 보면서 인식하게 되는데, 그 인식 자체가 빛과 공간입니다. 저의 ‘빛 시리즈’ 작품에서 파란색 바탕화면은 공간을, 하얀색 빛줄기는 현실을 인지할 수 있는 현재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렇듯 저는 작품에 너무 많은 요소를 표현하려고 하기보다는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하나의 주제를 설정해 작품 활동을 펼침으로써 관람객분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정영호 작가는 대상화하거나 형상화할 수 없는 마음을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 화폭에 담고 있다. 특히 그는 이를 빛 시리즈에 천착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화면을 가득 채운 파란 바탕 위 백색의 선들은 파동처럼 번져나가며 하나의 에너지 흐름을 만든다. 즉, 빛은 공간 인식이고, 공간은 빛에 의해 나타나며, 그 공간은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개념으로 이를 통해 인식의 확장도 이뤄진다. 다시 말해 정영호 작가의 작품 속 빛은 단순 조형이 아닌 존재와 인식의 근원이며, 빛 시리즈는 인간 인식의 근원을 향한 그의 시각적 사유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정영호 작가는 빛으로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회화적 명상을 지속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참선은 상황과 관계없이 평안함을 유지하는 것

정영호 작가는 작가이자 건축가인 동시에 참선 수행자이기도 하다. 참선은 불교의 수행법으로, 단순히 명상이나 조용히 앉아 있는 것 그 이상으로 마음의 본성을 직접 보고 깨달으려는 적극적인 내면 탐구 행위이다. 마음이 자극이나 번뇌에 조건반사적으로 이끌려 반응하지 않고 가만히 놓아두도록 훈련하는 연습이 위주가 되며 이를 위해 집중, 관찰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한다. 이러한 참선 수행이 그의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정영호 작가의 작품에 이와 같은 면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되는 건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참선은 어떤 상황에서든 생각의 고뇌로 빠지지 않고 그 상황과 관계없이 평안함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 평안함이라는 것은 밝고 맑음이죠. 그것이 곧 평안함입니다. 이러한 밝고 맑음은 복잡하지 않고 간단합니다. 그래서 제 그림도 간단하게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참선은 그림과 교섭합니다. 그림에만 집중하면 복잡한 생각이 가라앉는 정화의 효과도 있죠. 앞으로도 저는 제가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그림을 그림으로써 많은 분께 빛의 공간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이처럼 정영호 작가의 작품을 가만히 감상하고 있으면 형식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느껴지는 것을 비롯해 맑고 좋은 기운이 스며들어 한 줄기 빛처럼 나 자신이 깨어나는 경험까지 하게 된다. 이는 그가 평안하고 맑은 가운데 빛의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에 더해 정영호 작가의 작품은 참선의 깨달음이 내포돼있는 동시에 그림 자체는 굉장히 모던하다. 즉, 동양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잘 표현하는 까닭에 ‘빛 시리즈’와 같은 그의 작품은 많은 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판매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앎만 앞세운다면 의도와 다르게 더욱 어두워질 뿐 

“저는 성장하면서 배움이라는 이름으로 천연스러움은 점차 사라지고 뭘 좇아서 해야만 하는 걸로 스스로 가두고 길들였습니다. 그리하여 뭘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해야만 되는 걸로 굳어졌죠. 이렇게 본래 갖춰진 제 능력을 무시 외면하고 새로 배우고 익혀서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착각 상태가 고정되었습니다. 본래 청정한 ‘나’는 저 수면 아래로 꼭꼭 숨어 버린 거죠. 그런데 청정 그것은 사라진 게 아니라 착각하여 가려져 있었으나 바른 깨달음으로 되찾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니까 제 뜻이 있으면 되찾을 수 있는 것이었죠. 이제 저는 뭘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평안하게 놓아두고 쳐다만 보면서 밝고 맑음이 더 또렷또렷해지는지만 쳐다볼 것입니다.” 

인간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생각의 기술과 방식 등을 익히게 된다.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자신이 본래 지니고 있던 능력이 자신에게서 멀어지게 된다. 즉, 배우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명료하다. 이러한 능력으로 좋은 대학에도 가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탓에 자기 본연의 능력은 지금껏 자신이 무시해오며 살게 된 것이다. 이에 정영호 작가는 본연의 능력이라는 가만히 있어도 절로 다 알아차리는 능력을 회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견해다. 

“몰라서 궁금한 알 수 없는 의문이 늘 내 삶의 바탕이 되도록 붙여서 살면, 앎은 꼭 필요할 때만 써먹는 내 부하가 됩니다. 그럴 때 내 앎도 내가 어찌하지 않아도 자연히 넓고 깊어질 테니 이렇게 모르는 것을 염려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그 모름으로 인하여 편안함에 안착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앎만 앞세운다면 의도와는 다르게 더욱 어두워질 뿐입니다.”

정영호 작가는 이처럼 참선 수행을 계속하는 동시에 부천에서 하는 전시에 지속해서 참여할 예정이다. 실제로 그는 이달과 내달에 연이어 전시 일정이 잡혀있는 만큼 현재 이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또 자신의 참선 노트를 워드로 옮기는 작업도 진행 중이며, 이것이 다 정리되면 책 출간도 계획 중인 정영호 작가. 앞으로도 정영호 작가가 ‘참선 수행’과 ‘작품 활동’이라는 선순환으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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